그것은 일종의 사랑이다. 그렇지 않은가?
찻잔이 차를 담고 있는 일
의자가 튼튼하고 견고하게 서 있는 일
바닥이 신발 바닥을
혹은 발가락들을 받아들이는 일
발바닥이 자신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아는 일
나는 평범한 사물들의 인내심에 대해 생각한다.
옷들이 공손하게 옷장 안에서 기다리는 일
비누가 접시 위에서 조용히 말라 가는 일
수건이 등의 피부에서 물기를 빨아들이는 일
계단의 사랑스러운 반복
그리고 창문보다 너그러운 것이 어디 있는가?
팻 슈나이더
일상의 사물에서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면 일상의 범위를 벗어난 것을 더 알아차리기 힘들다.
개미와 풀꽃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신의 존재도 알 수 없다고
독일의 사상가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말했다.
우리는 평범한 것들과 사랑에 빠져야 한다.
무한한 인내심을 가지고 우리의 삶을 지지해 주는 것들과.
평범한 사물들의 미덕은 얼마나 융숭한가.
입어 줄 때까지 옷걸이에 걸려 있기를 마다하지 않는 바지.
더러운 발도 묵묵히 받아들이는 양말.
어떤 입술에도 아부하는 숟가락의 매끄러움.
밤새 앉아 울어도 품어 주는 의자.
진짜 얼굴을 감추는 행위를 묵인하는 거울의 너그러움.....
그것은 사랑이다. 그렇지 않은가?
밤을 비추기 위해 낮부터 서 있는 전신주들.
어떤 말들도 통과시켜 주는 전화기.
손을 내밀어야만 문이 열린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손잡이들......
사물들의 무한한 지원 없이 우리가 어떻게 하루 하루를 빛나게 살 수 있는가?
그 지원 속에서도 발게 살지 않는다면 잘못 아닌가?
어느 날 모든 사물들이 인내심을 잃고 반란응ㄹ 일으킨다면,
의자가 엎어지고 거울이 마음에 안 드는 얼굴을 거부한다면,
안경이 제멋대로 상을 왜곡시키고 찻주전자가 자기 학대로 주둥이를 막아 버린다면,
우리 삶은 아무것도 아니리라.
팻 슈나이더(1934~ ) 는 시인이며 극작가, 오페라 대본 작가이다.
어렸을 때 홀로 된 어머니가 직장을 구해 떠나는 바람에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고아원에서 생활했다.
이 경험이 그녀의 문학 세계에 영향을 주어, 가난과 불운 때문에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문학 활동을 평생 이어 왔다.
'인간은 글을 쓰는 동물'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고아원, 감옥, 말기 환자 병동 등 다양한 곳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도록 지도해 왔다.
시 사용 허락을 요청했을 때 가장 먼저 답장을 준 이가 이 시인이다.
그리고 며칠 후 자신의 시집을 부쳐 왔다. 감사하다는 손편지와 함께.
인간은 때로 '창문보다' 너그럽고, 나선형 계단보다 부드럽다.
삶은 둘로 나뉜다.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거나, 어떤 것에서도 발견하지 못하거나.
주위의 사물을 통해 당신이 세상과 다시 사랑에 빠지는 그날일 올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전에는 어떻게 이것들을 못 볼 수가 있었지?'
평범한 것들에 대한 특별하 느낌, 일상성의 회복, 그리고 내 옆에 늘 있어 준 것들에 대한 감사,
이것이 이 시의 주제이고 우리 삶의 주제이다.
시로 납치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