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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락의 다실

무슨 맘인지도 몰랐다

작성자잭은|작성시간26.06.12|조회수14 목록 댓글 3

우리 요양원이 상당히 크다.

꽤 부지런히 얼하는 이는  하루 2만4~5천보를 걷는다고 하는데

그냥 면피나 하는 나는 만보일 때도 있고 대개는 팔천보 정도를 걷는다.

 

내가 여기서 배우는 것이 참 많다.

첫째는 이전에 배운 것이나 하는 일들이 왜 중요한지 그 의미를 확연히 깨달은 것이다.

이유는 여기 경영진 중에 그런 일을 아는 이도 하는 이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그를 깨달은 상태에서 그 때로 돌아간다면 대한민국에서 내노라 하는 기획 전략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왜냐면 의미를 입체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말은 존재하되 보이지 않는 것이 추상이 아니라 실재임을 알게 된 것이다.

 즉 그 말이 그냥 막연한 것이 아니라 말로는 더 이상 표현할 수 없기에 그냥 이름만으로 

부를 수 밖에 없음을 알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소통"이라든지 "공감"이라든지 "모른다' 등의 것이다.

 

정말 다른 하나는 새로운 것으로의 확장이다.

이는 변화다.

왜냐면 생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게 내 볼륨이 된다.

 

한 달 정도 전 칠십 후반인 여인네 한 분이 입소했다.

파킨슨병을 벌써 20년째 달고 있다고 했다.

그 때 며칠 쉬는 날이라 전해 들었는데 오는 날 가족들이 모두 울었다고 했다.

 

그랬을 것이다.

 요양원에 홀로 둔다는 것이 마치 고려장 치르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두어진 자나 둔 자나 말이다.

홀로 남는  순간 죽음과 가까운 낯섬의 두려움이 몰려 오니까.

 

나는 새로 입소한 분들을 얼른 대면하지는 않는다.

첫째는 전혀 궁금하지 않다.

궁금할 게 없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 말 마따나 오십 지난 여인네는 더 이상 여인이 아니기에 

내 성정을 끌 일이 없다.

그렇다고 마흔 이전의 여자 또한 요양원에서는 굳이 일 만들고 싶지 않기에 그 또한 궁금함이 별로 없다. 

둘째는 굳이 내 일을 미리 더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오는 날 걸리면 할 일이 많다.

오기 전날도 마찬가지다.

오는 날은 수속하느라 바쁘고, 오기 전날은 자리 만드느라 바쁘다.

때 되면 그 중 내 일은 어차피 내게 오기 때문이다.

순서 올 때까지 급한 마음 없이 아니면 차일피일 개기다 본다.

그래서 그날이 이번처럼 쉬는 날이면 다행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셋째, 사람은 나이 들면 냄새를 감추기 어렵다.

수십년간의 체취는 어느새 악취가 되었다.

뇨냄새 변냄새에 쩌든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크고 작은 변을 대할 때 나의 업보라고 여긴다.

전생이 아니라 이승에서의 업보라고 여긴다.

그러니 그들에게서 내게로 전해지는 냄새가 그들은 맘대로 못해 서글프고

나는 스스로 명철하지 못했던 삶이 나에게 미안하다.

 

어쨌든 그래서 나중에 그녀를 보게 되었다.

칠십 후반이면 젊다.

용모도 젊다.

파킨슨을 그리 오래 앓았는데.

 

자주 경련을 한다.

가벼울 때는 발이 떨리고

심할 때는 사지와 머리까지 떨린다.

그럴 때 근무자들은 그 부분을 주무른다.

가벼워질 때까지 그렇게 한다.

그리고 마치면 돌아와서는 입이 댓발은 아니더라도 그다지 심기가 좋지는 않다.

왜냐면 여기는 개인 돌보미가 아닌데 어떻게 시도 때도 없이 그렇게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다른 일도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그 말이 맞다.

그런데 나는 그 방에 꽤나 자주 들락거렸다.

그리고 원할 때마다 주물러 드렸다.

주물주물

꽤나 정성을 가지고 그렇게 했다.

 

우울증이 꽤 깊다고 했다.

그 말이 걸렸다.

나는 우울증이 무섭다고 여긴다.

한 순간의 감정이 올라오면 참을 수가 없어지고 어떤 일이라도 해버리기 때문이다.

 

그 사람 얼굴을 보았을 때 느낀 것은 권태였다.

프랑스가 발견한 이 감정은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다.

그것은 지리함이 아니라 느낌이 없는 것이다.

느낌이 없다는 것은 자극이 없다는 것이다.

받을 일도 줄 일도 없다.

그것은 죽음이 무엇이든 아무렇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에게 자극을 주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가장 빠른 것은 몸의 감각이다.

내가 아는 것은 우리의 몸이 생각보다 상당히 간사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몸의 상태는 마음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런 생각을 하고는 할 줄은 모르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주물거렸다.

사지백신을 열심히 주물거렸다.

내 체온이 차가운 그녀의 몸에 파장처럼 그대로 전달되기를 바랬다.

그래서 고목에 꽃은 아니더라도 파란 이파리 하나 정도는 살아났으면 했다.

 

 어느날 그녀가 내게 말을 걸었다.

혹시 마사지를 배웠냐?

아니라고 했다.

조심스럽고 정성껏이어서 참 좋다.

 

그녀는 나와 약간씩 말을 한다.

다 알아듣지는 못한다.

그녀의 말은 상당히 어눌하니까.

 

그녀는 요사이 화장을 조금씩 한다.

 

그리고 오늘 아침 새로 온 원장이 둘이 있을 때 내게 말을 걸었다.

그녀에게 마사지를 하나요? 하고.

그랬다고 하니

그녀가 처음 올 때 오일을 못있겠구나 했는데

지금 보니 얼굴이 상당히 밝아졌고 생기가 있다고 했다.

선생님 덕분이라고 한다.

 

내 덕분은 아니다.

그냥 마음이 한 일이다.

그게 통한 것이다.

소발 쥐잡듯 말이다.

 

마음은 천산남북로에서

삼보일배

오체투지 할 때만 이는 것이 아니고

그 마음이 서로 다르지 않다.

그래서 불이 不二다.

천산남북로에서도 여기서도 그렇기에

여여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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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세일러문 | 작성시간 26.06.13 그 환자분이
    천사를 만났네요~
    천사 마음을 움직여서
    주물주물 마사지 해지기까지
    그 환자분을 살릴수
    있길..
  • 작성자벼리 | 작성시간 26.06.15 잭님의 찬찬한 미스만으로도 그분들은 시름이 가실텐데..^^
  • 작성자솔롱고스 | 작성시간 26.06.16 잭님 복 받으시것어요
    원장을 하셔도 모자랄분에게 안마받는 할매도 복이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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