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만
- 황규관(1968~)
딱
오늘 하루만 살자
아침 해에 실눈으로 잠시
간밤의 꿈을 되새기고
오늘 하루만 살자
어제는 이제 그림자가 되었다
돈을 벌고 번 돈을 다 쓰고
빚을 내서 어제의 빚을 갚고
오늘 하루만 살자
일렁이는 가슴을 숨기지 말고
저물녘에 슬픔이 밀려온대도
오늘 하루만 살자
걸으면서 꿈을 다시 꾸고
씨 뿌리듯 노래를 듣고
보리를 한 줌 넣은 쌀을 안치고
흩어진 일을 조금 더 간추려놓고
오늘 하루만 살자
가난과 기도와 투쟁과 함께
오늘 하루만, 더도 말고
떠나야 할 시간 앞에서
아픈 손가락을 한 번 더 만져주고
햇볕에 빨래를 널고 쓰레기를 버리고
오늘 하루도 애를 태우며
오늘 하루 더 땀을 흘리며
- 시집 〈뒤로 걷는 길〉 (2025)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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