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귀의 약효와 종류
중국당귀는 보혈윤조, 참당귀는 활혈거어
앞서 세 차례에 걸쳐 올바른 한약재 사용에 관한 총론적인 이야기를 드렸다.
앞으로는 각 본초마다 종에 따른 효능 차이와 감별법, 그리고 사용상 주의해야할 점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겠다.
첫 번째로 당귀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기로 하자.
당귀의 어원은 “當然(당연)히 血(혈)로 歸(귀)한다”고 하여 ‘當歸(당귀)’로 명명되었다.
屬名(속명)의 라틴어 ‘angelica’는 영어로는 'angel'의 뜻이다.
즉, 당귀 같은 angelica속의 식물은 대체로 “천사의 선물”이라고 할 정도로 고마운 약효가 있는 식물이란 뜻으로
이해해도 좋다.
우리나라 약전에 當歸(당귀)는 傘形科(산형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본인 참당귀(Angelica gigas Nakai)의 근으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중국약전에는 마찬가지로 傘形科(산형과)에 속하는 當歸(Angelica sinensis (Oliv.) Diels)의 根(근)을
起源(기원)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참당귀 이외에도 ‘일당귀(東當歸(동당귀), 연변당귀(延邊當歸), 大和當歸(대화당귀)) Angelica
acutiloba (Sieb. et Zucc.) Kitag.’도 많이 재배되어 유통되고 있다.
당귀는 임상에서 많이 사용되는 약재이지만, 기후관계로 우리나라에서는 잘 재배되지 않아 예부터 중국당귀 대신
우리나라의 ‘참당귀’를 대용해 왔다.
참당귀는 주로 강원도와 경북북부에서 재배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참당귀를 재배하는 농가를 보존하기 위해 당귀를 수급조절 품목으로 지정해 중국당귀의 수입을 금지
하고 있다.
정부는 수급조절재제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2010년부터는 중국당귀의 수입을 허용할 방침이다.
이번에 개정되는 대한약전 9개정판에는 중국당귀가 ‘당귀’라는 명칭으로 정식으로 수록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당귀의 대용품으로 사용되는 참당귀는 ‘韓當歸(한당귀)’란 새로운 명칭을 부여받게 된다.
이는 역사상 중국당귀가 누려온 기원학상의 지위와 가치를 인정하는 조치라 하겠다.
종별 약효 차이
중국당귀는 비교적 甘味(감미)가 강하고 정유성분이 풍부하여 특유의 방향성이 있다.
補血作用(보혈작용)과 아울러 潤燥滑腸作用(윤조활장작용)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사물탕이나 십전대보탕 류의 처방에 이를 활용하면 효과가 좋다.
참당귀는 辛味가 강하고 活血祛瘀作用(활혈거어작용)과 祛風通絡作用(거풍통락작용)이 뛰어나 瘀血疾患
(어혈질환)과 風濕痺痛 症勢(풍습비통 증세) 의 치료에 매우 유용한 약이다.
참당귀는 당귀수산 계통의 처방에 사용하면 처방의 효과가 배가된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일부에서 사용하는 일당귀는 맛도 辛味(신미)와 甘味(감미)를 같이 가지고, 약효 또한 이 두
가지 특징을 고르게 같이 가지고 있다.
일당귀는 虛證(허증)을 띈 어혈질환이나 庳痛(비통) 증세에 도움이 된다.
중국당귀는 주로 중국의 甘肅省(감숙성)에서 난 것을 최고로 치는데, 雲南省(운남성)과 四川省(사천성), 湖南省
(호남성) 등지에서도 재배한다.
當歸(당귀)는 해발 1,500~3,000m 고지대의 서늘하고 습윤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에서 잘 자란다.
그런데 이 중국당귀는 참 재미있는 형태의 약재로 가공되어 유통된다.
‘當歸機(당귀기)’라는 기계로 눌러 마치 두터운 책받침처럼 펴지게 가공한다.
정유성분이 풍부하고 점성이 있다보니 잘 펴지는 것 같다.
이렇게 飮片切製(음편절제)하면 약재의 저장이나 관리에 용이하다.
강한 압력으로 외피도 터뜨리고 짓눌러 놓은 상태이니 전탕 시에 잘 우러난다.
이 중국당귀는 身部分(신부분)이 굵어 일명 시장에서 ‘떡당귀’라고도 부르며 국내에는 식품용로 들어와 일부
유통되고 있다.
산패된 당귀는 위험해
이렇게 국내에 유통되는 중국당귀는 중국 현지보다는 품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 같다.
중국당귀에 정유성분이 풍부하다보니 정유성분의 酸敗(산패)가 큰 문제가 된다.
긴 수입과정과 유통기간이 중국당귀의 품질에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이를 잘못 복용하면 두통과 아울러 복통이 발생될 소지가 많다.
모든 산패된 약재는 위장장애, 두통과 아울러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부 간기능 장애를 유발한다.
따라서 중국당귀는 약용으로 하기에는 불안한 요소가 많다.
산패되기 쉬운 약재는 비용이 추가되더라도 캔 용기에 질소 충전하여 포장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일본의 공정서에서 정품으로 규정하고 있는 일당귀는 우리나라 토양에서 잘 재배되고 身部分(신부분)도 커서
경제성과 효용성이 뛰어나다.
주로 서산과 진부 등지에서 재배 한다.
최근에 한의사들 사이에서 일당귀의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도 일반적인 처방에는 일당귀를 사용하고 있다.
모나지 않은 성질이 일당귀의 장점이라 하겠다.
우리나라 참당귀도 대용품으로 쓰이긴 했지만 강력한 약효로 그 효용성이 높은 약재이다.
活血 방면에서는 참당귀가 다른 당귀들보다 더 뛰어난 효과를 보이기도 하였다.
참당귀야말로 한국 한의약의 귀중한 자원의 하나이다.
참당귀를 이용한 많은 추가 연구가 수행되어야 하겠다.
화건 당귀는 피해야
그런데 당귀의 건조에 문제점이 있다. 당귀를 건조시킬 때 통상 연탄불을 피워 火乾(화건)을 한다.
정상적인 건조실의 온도가 40~60도 내외이어야 하는데, 이렇게 화건을 하면 건조실의 온도가 높아진다.
이런 건조법으로 수분이 거의 없도록 건조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최소한 10~15% 정도의 수분은 유지되어야 약재로서의 적당한 물성을 유지하게 된다.
화건은 약재로서의 생명력을 잃는 셈이다.
약재란 가능하면 낮은 온도에서 적당한 바람을 이용해서 건조시켜야 좋다.
‘저온냉풍건조 시설’을 활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아니면 긴 춥고 건조한 겨울날씨를 이용해서 천천히 풍건시키는 것이 좋다.
당귀는 사용 전에 산패한 것은 골라내고, 잘못 건조되어 색상이 좋지 않은 부분은 가위로 썰어내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특히 당귀를 이용하여 환약을 만들 경우에는 당귀의 껍질 부분을 가위로 제거해주면 환약을 씹을 때 흙가루가
버석거리지 않고 입안의 느낌이 훨씬 좋아진다.
술에 오래 담가두면 안돼
흔히 당귀를 酒洗(주세)할 때 술로 당귀를 씻는 것을 보는데, 단순히 스프레이로 술을 뿌려만 주어도 된다.
술도 절약하고 약효성분의 손실도 방지하는 방법이다.
고서에 ‘酒浸一宿(주침일숙)’하라고 하여 술에 하룻밤 푹 담가두어 사용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
이는 약효가 다 빠져나간 당귀를 사용하는 셈이다.
알코올 속에서의 성분 유출은 생각보다 급속도로 이루어진다.
당귀에 술이 배어들 정도로만 부어 충분히 버무린 다음, 뚜껑을 덮어 밀폐시켜 두었다가 사용하는 것이 원칙
이다.
불을 이용하여 당귀를 포제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열로 인해서 당귀의 정유성분이 손실되기 때문이다.
처방의 목적상 꼭 필요한 경우라면 적절히 할 수도 있겠다.
통상 인삼과 마찬가지로 당귀도 蘆頭(노두)를 제거하고 사용해야 한다.
두통과 오심을 일으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귀를 頭(두)와 身(신)과 尾(미)로 나누어 사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당귀 같은 크기와 형태의 약재에서 止血(지혈)과 補血(보혈)과 破血(파혈)의 차이가 뚜렷이 나누어지기 어렵다.
그냥 頭(두)·身(신)·尾(미) 전체를 고르게 섞은 全當歸(전당귀)를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글 : 경희장수한의원 원장 윤성중(한의학박사, 본초학전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