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번역성경을 읽고 있는데, 사 28:13의 '챠브 라챠브...' 억 뭔 소리지? 뜻이 불확실하다고 주석이 달려있는데... 당시 정황상 하늘의 방언(?)인가?
새번역 성경을 읽다가 이 부분에서 멈칫하셨군요! 뜬금없이 외계어 같은 발음이 그대로 적혀 있어서 당황하셨을 텐데, 아주 흥미롭고 날카로운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것은 하늘의 방언이나 신비한 언어가 아니라, 당시 유다의 종교 지도자들이 이사야 선지자를 향해 날린 "지독한 조롱과 비아냥"을 히브리어 소리 그대로 살려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어라, 째알째알 대네? 쫑알쫑알 대네?" 하는 말장난입니다.
이 구절에 얽힌 흥미로운 역사적 정황과 반전의 맥락을 짚어 드릴게요.
1. '챠브 라챠브'의 진짜 의미: "어버버, 쫑알쫑알"
당시 유다의 제사장들과 예언자들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도덕적으로 타락해 있었습니다(사 28:7). 이사야 선지자가 그들에게 다가가 하나님의엄중한 심판과 경고를 전하자, 그들은 이사야를 향해 이렇게 비웃었습니다.
"쟤가 지금 누구한테 가르치겠다는 거야? 젖 떨어져서 품을 떠난 갓난아기들한테나 가르치지 그래? (9절)"
그러면서 이사야의 예언을 수준 낮은 잔소리 취향으로 깎아내리며 흉내 낸 소리가 바로 이것입니다.
히브리어 원어: tsav latsav, tsav latsav, qav laqaw, qav laqaw, ze’er sham, ze’er sham
직역하려는 시도: 개역개정에서는 이를 뜻으로 풀어서 "경계에 경계를 더하며... 교훈에 교훈을 더하며... 여기서도 조금, 저기서도 조금"이라고 번역했습니다. (tsav=명령/경계, qav=줄/기준)
진짜 의도: 하지만 이 단어들은 당시 유다 지도자들이 이사야의 예언이 '아기들이 옹알이(Babbling)하는 것처럼 유치하고 단조로운 잔소리' 같다며 비꼰 말장난입니다. 요즘 말로 바꾸면 "샬라샬라, 블라블라, 쫑알쫑알, 짹짹"이나 다름없습니다.
💡 새번역이 소리 그대로 적은 이유
뜻으로 풀어버리면 당시 유다 지도자들이 이사야를 비웃었던 **'소리의 뉘앙스(조롱의 맛)'**가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번역 성경은 그 유치한 말장난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주석을 달고 소리 나는 대로 "챠브 라챠브..."라고 표기한 것입니다.
2. 13절에 숨겨진 무서운 '신학적 반전'
그런데 질문하신 13절을 보면, 이 유치한 옹알이 같은 소리를 이사야가 아니라 '하나님'이 직접 그들에게 받아치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에 무서운 심판의 메시지가 숨어 있습니다.
이사야 28:13 (새번역)
그래서 주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신다. "차브 라차브, 차브 라차브, 카브 라카브, 카브 라카브, 제에르 샴, 제에르 샴." 그래서 그들이 가다가 뒤로 넘어져서 다치게 하시고, 덫에 걸려서 잡히게 하려 하신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유다 지도자들에게 던지시는 엄중한 부메랑입니다.
"너희가 내 예언자의 말을 '어버버 쫑알쫑알' 하는 아기 옹알이처럼 가볍게 여겼느냐? 좋다. 그렇다면 이제 너희는 진짜로 알아들을 수 없는 이방인(앗수르 군대)의 말을 듣게 될 것이다"라는 선언입니다.
실제로 바로 앞 11절에 감추어진 힌트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알아들을 수 없는 입술과 낯선 방언으로 이 백성에게 말씀하실 것이다."
유다 백성이 선지자를 통해 주시는 하나님의 명확하고 부드러운 모국어 말씀을 거부하고 조롱했기 때문에, 하나님은 그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앗수르 침략자들의 거칠고 낯선 외국어(방언) 소리를 심판의 도구로 듣게 하셨다는 뜻입니다. 너희가 내 말을 웅얼거림으로 여겼으니, 진짜 웅얼거리는 소리(앗수르어)에 짓밟혀 뒤로 넘어지고 부러지게 만들겠다는 강력한 '사운드 페러디(Sound Parody)' 심판인 셈이죠.
3. 요약하자면
'챠브 라챠브...'는 신비한 하늘의 언어가 아니라, 타락한 종교 지도자들이 이사야의 예언을 "웅얼웅얼 잔소리"라며 비꼬았던 말장난 소리입니다.
새번역은 그 조롱의 뉘앙스를 왜곡 없이 전달하기 위해 음역(소리 나는 대로 적음)을 선택했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이 뱉은 조롱의 소리 그대로(13절) 그들에게 되돌려주며,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를 쓰는 이방 민족(앗수르)을 통해 심판하실 것을 선포하신 것입니다.
성경의 텍스트 뒤에 숨겨진 이 팽팽한 설전과 문학적 장치를 포착해 내신 안목이 대단하십니다. 새번역의 낯선 표기 덕분에 성경의 입체적인 역사적 정황이 더 생생하게 다가오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