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름 : [wood] 번 호 : 1600
작 성 일 : 2001/10/03 (수) PM 00:42:50 조 회 : 43
그냥 한번 써봤습니다 ;;;
죄송스럽네요. 여기 요새 잘 와보지도 못하고.
가벼운 기분으로 읽어주시면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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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 1.
약간 빛바랜듯한 사진
밝게 웃는 여자와 약간 어색한듯한 미소의 남자
카메라 더 가까이가면
장난끼 가득한 즐거운 표정의 지민 C.U
W.O
씬 2. 거실
이삿짐을 푸는 듯, 어수선한 거실에 상자들, 책, 잡동사니들 널려있고
지민, 한켠에서 걸레질하며 짐 정리하고 있다
(E) 엄마, 엄마..일루 좀 와보세요.
지민, 앉아서 정리하다가, 목소리 듣고
지민 : (큰소리로) 왜? 엄마 바뻐. 오늘 안에 다 정리해야되는 거 알잖니.
못 참겠다는 듯이 우다탕 소리 내며, 계단 내려오는 여자아이 (재영)
지민, 그 모습에 미소짓고.
재영 손에 스케치북이 들려있다.
재영 : (스케치북 펼쳐 보이며) 엄마, 이거 엄마 맞죠?
여기 이 커트머리 여자 엄마 맞죠?
지민, 약간 멈칫, 하다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걸레질하며
지민 : 그래. 그건 또 어디서 찾았니?
재영 : (지민 옆에 바싹 다가 앉으며) 상자 안에서 찾았어요.
근데 엄마, 이거 그려준 사람 누구예요?
(궁금해서 못 견디겠다는 듯이) 아빤 그림 못 그리잖아. 누구야?
지민 : (피식) 재영이 너, 방 정리 다 했어? 오늘 안으루 다 한다고 약속했잖아.
재영 : 알았어요, 다 할께요. 말 돌리지 말구.., 누구예요?
지민 : (일어나며, 재영보는)
재영 : (긴장, 꿀꺽 침 삼키면)
지민 : (풋, 웃고) 비밀! 얼른 가서 짐이나 마저 풀러요, 아가씨.
지민, 다른 쪽으로 가서 짐 정리하면
재영 입 나와서, 불만스럽게 지민 보다가., 스케치북 이리저리 뒤집어 보는.
스케치북 뒷장 안 쪽에 이니셜 보이고.
재영 : (혼잣말처럼) H.T.J? .....H.T.J 가 누구지..?
(일어나서 지민 쫓아가며) 엄마, 엄마!!
씬 3.
전체적으로 보이는 아담한 집
초인종 소리 나고, 재영 달려나와 대문 열어주면 들어서는 정연, 유미, 애라
재영 : (싹싹하게) 안녕하세요~
정연 : (웃으며) 그래, 재영이두 잘 지냈니?
재영 : (베시시) 네
지민, 나오는 모습 보이고
지민 : (반갑게) 어서와!!
애라 : 그래, 이야~~ 집 좋다.
(장난스레, 재영이 손 잡으며) 어째 재영인 나날이 이뻐지네.
(재영에게) 느이 엄마랑은 딴판이다.
재영 : (장난) 헤헤. 그렇죠? 저도 가끔 놀란다니까요
모두들 웃고
지민 : 얘가, 머리 좀 컸다고 아주 엄마 머리 꼭대기에 앉을려구 해요.!
너 얼릉 들어가.
지민, 재영 때리려는 듯한 손동작 취하면, 재영 도망치고
웃으며 장난치는 두 모녀 다정한 모습 ...
즐거운 듯한 모습에서 W.O
씬 4.
거실, 테이블에서 정연 앉아있으면 재영 다가와서 과일 접시 내려놓고
정연 : (올려보며) 고맙다.
재영 : (옆에 앉고)
정연 : 엄마랑 다른 이모들은?
재영 : 엄마는 부엌에 계시구요, 이모들은 서재에요.
정연이모는 안 둘러보세요?
정연 : (웃으며) 뭐, 천천히 보면 되고.
(얼굴 약간 찡그리며) 사실 오늘 좀 피곤하다. 여기저기 뛰어다녔더니.
재영 : (약간 작은 목소리로) 근데요, 이모..
정연 : (재영 보고) 뭔데?
재영 : 혹시 엄마 친구 중에... 이니셜이 H.T.J 인 사람 있었어요?
정연 : (생각하고) H.T.J ? 글쎄.. 내가 지민이 친구를 다 아는 건 아니니까..
H.T.J라.. (재영 보고)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없는 거 같은데..
그건 왜?
재영 : (베시시) 사실요.. 어제, 엄마 짐 중에서 스케치북을 발견했는데
글쎄, 거기 엄마 젊었을 때 모습..누가 잔뜩 그려놨더라구요
정연 : (뭔가 알듯한 표정)
재영 : (뾰루퉁) 엄마한테 물어봐도 말 안 해주고
정연 : 말 ...안 해주셔?
재영 : 네! 비밀이라면서.... (하다가)
(혼잣말처럼) 하긴, 요새 엄마 계속 늦으셔서 다시 물어볼 기회는 없긴했지만..
정연 : (생각하는 표정) ......
씬 5. 베란다
지민, 한 손에 커피잔 들고 서있는 모습.
크지 않은 마당에, 앞 화단에는 그리 크지 않은 은행나무 한그루.
정연, 다가와서 옆에 서며
정연 : 무슨 생각해?
지민 : (돌아보고, 미소) 어, 그냥... 바람이 너무 좋아서....
정연 : (웃으며) 지민이 넌 어째 애 낳고도 변한 게 없니
지민 : 하핫, 철딱서니 없다고 타박하는거야? 그게 나잖아. 윤지민.
정연 : 그래...그게 윤지민이지..
지민, 말없이.. 계속 커피잔 만지작 거리면...
정연 : 이맘 때가 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지?
지민 : (멈칫, 하다가 보면)
정연 : 니가 생각하고 있는 사람.., 나도 알 거 같아서..
(지민 보며, 진지하게) 지민아... 재영이가 궁금해하더라.
지민 : (정연 보면)
정연 : (따뜻하게 웃어주며) ...좋은 추억이잖아... 마음은 조금 아팠겠지만...
떠난 사람 역시, 좋은 추억으로 기억되길 바랄거야...
안 그래?
씬 6. 안방
불 꺼진채로, 스탠드 불만 켜져있고.
침대에 지민과 재영 나란히 누워있다.
재영 : 좋다~~ 오랜만에 엄마랑 같이 자니깐.
지민 : (미소) 엄마두 좋다, 우리 딸이랑 오랜만에 같이 자서~
재영 : 근데 아빠.. 이번 출장은 얼마나 가시는 건데?
지민 : 음... 삼일 있다가 오실꺼야. 왜 벌써 보고 싶어?
재영 : 에이, 내가 어린앤가..
그냥 엄마도 늦으면 저녁 혼자 먹어야 되잖아..
지민 : (미안한 맘) ....어이구, 우리 재영이...미안해서 어떡하니..
(재영 볼 쓰다듬어주면)
재영 : (쑥스럽게) 괜찮다니깐... 내가 뭐 어린앤가..?
난 엄마 일하는 거 좋아. 멋있어.
지민 : (미소, 장난스레) 우리 재영이, 이제 다 컸네..
재영 : (피식, 그러다 생각난 듯)
그 대신 엄마.. 나 이야기해줘..
지민 : 뭘?
재영 : (진지하게) 그 스케치북 주인... 엄마 그린 사람 누군지..궁금하단 말야..
뭔가 있는 거 같아..
지민 : (웃는)
재영 : (벌떡 일어나며) 이야기 안 해줄꺼야?
씬 7.
W.O 된 화면으로..
재영 (E) 그 사람.. 엄마 옛애인이지?
지민, 대꾸없고
재영 (E) 엄마.. 답답해요~~~~
지민 (E, 천천히) 글쎄...애인... 그런 생각은 한번도 해 본적이 없어서.......
애인이라고 해야하나?
하루동안..의 애인?
Title : " 하루 "
씬 8. 영화사 사무실
지민, 며칠 잠 못 잔 얼굴로 부시시하게 앉아서 일하는 모습 보이고
다른 스탭들도 마찬가지.
전화벨 소리 (E)
유준 (E) 윤지민씨. 전화. 9번이예요.
지민 : (고개 들고) 네.
(수화기 들고 9번 누르는) 여보세요.
태훈 (F) : 윤지민, 오랜만이다. 나 한태훈인데.
수화기 든 채로, 놀란 표정의 지민. W.O
씬 9. 커피숍 cabin
지민, 2층 올라오면 햇빛 드는 창가에 앉아서, 창 밖 내다보고 있는 태훈 모습 보이고.
옆모습 언뜻 쓸쓸한 표정 스쳐가는.
지민 짧게 쉼호흡한 다음 다가간다.
지민 : (밝게) 한태훈
태훈 : (돌아보고)
지민 : (선 채로, 약간 어색) 오랜만이다?
태훈 : 어..
지민 : 왠일이냐, 니가 날 다 보자고 하고?
태훈 : (피식)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지.
씬 10. 커피숍 cabin
조금은 편안해진 표정의 지민. 태훈 마주앉아서
태훈 : 요즘, 일 많이 바쁘냐?
지민 : 조금.. 개봉 얼마 안 남아서 마무리 작업으로 정신없지 뭐.
그건 왜?
태훈 : 하루 정도 시간 비울 수 있겠냐?
(하다가, 딱 잘라서) 아니, 좀 비워줬으면 좋겠는데
지민 : 무슨 말이야?
태훈 : 말 그대로야. 하루동안 시간 비워달라고.
지민 : 그러니까, 나더러 하루동안 시간을 비워달라는 거야?
왜? 누굴 위해서? 뭐하려고?
태훈 : (피식) 같이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
지민 : (아직 뜻 파악 잘 안 되는) 나랑? 나랑 같이 가고 싶다는 거니, 너 지금?
얘가, 몇 년만에 만나서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
(의심스럽다는 듯이, 눈 가늘게 뜨고 보며) 한태훈, 너 어디 이상해진 거 아냐?
태훈 : (담담히) 이상해할 필요없어. 난 말 그대로 진심이니까.
(명함 꺼내서 밀어주며) 그럼, 되는 시간으로 연락해줘.
지민 : (벙쪄서 명함 바라보고만 있으면)
태훈 : (그런 모습에 피식 웃다가, 일어서며)
그럼, 나 먼저 일어난다.
지민 : (황당해서) 야, 한태훈. 이런 법이 어딨어?
W.O
지민 (E, 미소 묻어나는) 그런 사람이었어.
자기 중심에 제멋대로고, 남의 말은 듣지도 않은 채 일어서는 거.
고등학교 때도, 난 그런 면을 무척 못마땅해했었고..
그래서 많이 싸웠지.
재영 (E) 그랬구나....
....그래서... 거절했어요?
지민 (E, 피식) 아니.
재영 (E) 왜요?
지민 (E) .....음....왜 그랬을까.....
가끔은 말야..., 머리가 아니고 마음이 시키는 일이 있어.
마음 속에서....마음 깊은 곳에서....이렇게 해...라고 말해줄 때가 있거든.
마음이 시키는 일은 거역할 수가 없단다...
씬 11. 커피숍 앞,
태훈, 여유로운 표정으로 차 앞에 서 있고, 그 앞에 지민. 약간 흥분한 상태
지민 : 아무런 설명없이, 그냥 하루동안 시간을 내 달라니.
명령하지 마. 나 니 명령 들을 이유없어.
만약 부탁하는 거였다면, 너...부탁하는 법 좀 배워야겠다?
부탁이라는 건, 그렇게 하는 게 아냐. 뭐 넌 안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태훈 : (대꾸없고)
지민 : (명함 다시 건네주며) 니 명령 들어줄 사람, 주위에 많을 거야.
굳이 날 찾을 필요 뭐 있냐.
지민, 돌아서서 걸어가면
태훈 : 윤지민!
지민, 돌아보면
태훈 : (담담하게, 그러나 진지한) 부탁, 하면 들어줄꺼냐?
지민, 약간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면 태훈, 가까이 걸어와서.
태훈 : 하루동안 시간 비워줘. 부탁할게.
(지민 손에 다시 명함 쥐어주고, 돌아서는)
씬 12. 지민 방
지민, 침대에 누워서 이리저리 뒤척이는...
생각 많은 표정...
지민 (E) 여보세요? 나 윤지민인데.... F.O.......
씬 13. 기차역
태훈, 간편한 티셔츠에 면바지 차림으로, 주머니에 손 찔러넣고 서 있다.
지민 헉헉대며 대합실에 뛰어들어와 주위 살펴보는.
태훈 발견하고, 옆에 다가가 서면
태훈 : (돌아보고, 시계 보며) 또 지각이다.
지민 : (헉헉대는) 그게 말이지. 아침에 말야, 알람시계가 고장이 났더라구?
태훈 : 아직, 지각하는 버릇 못 고쳤냐?
지민 : (좀 진정됐다) 뭐, 사람이 좀 늦을 수도 있고 그런거지.
너무 칼같이 시간 약속 지키는 것도 문제가 있다니깐... 좀 늦고 그래야
인간미도 풍기고 좋잖냐~
태훈 : (피식) 이런 걸 보고 적반하장이라고 하는가보군.
사람들, 개찰구 통과하는 모습 보이고. 지민, 잘됐다는 듯 태훈 툭 치며
지민 : 야, 문자 쓰지 말구 얼렁 들어가자.
태훈, 들어가면서 유쾌하지만, 조금 씁쓸한 표정.
씬 14. 기차 안
지민 창가 쪽 자리에, 태훈 통로 쪽 자리에 나란히 앉아있다.
지민, 창 밖의 풍경 구경하듯 고개 돌린 상태로 망설이며 고민하는 표정.. 얼굴색 안좋다..
태훈, 무표정하게 책 읽고 있고.
지민 안되겠는지 벌떡 일어나서
지민 : 미안, 나 화장실 좀.
태훈 : 어.
지민 : 야, 좀 일어나 봐.
태훈 : (보는) 꼭 일어나야 되는 거냐?
지민 : 그래! 잔말말고 좀 그냥 일어나주면 안 되냐?
태훈 : (피식, 그냥 비켜주면서도 한마디) 이렇게 자주 갈꺼면, 아예 니가 통로 쪽에
앉는다고 하지.
지민 : (팩하게) 내가 이렇게 될 줄 알고 그랬냐?
좀 비켜주는 게 뭐가 어떻다고. 하여튼. 누가 황태자 아니랄까봐서.
지민, 신경질적으로 일어나서 나오면, 태훈 어이없는 표정
지민 : (나오면서 혼잣말) 어유...윤지민,, 왜 애꿎은 사람한테 짜증이니...
씬 15. 화장실
지민, 속이 안 좋은지 계속 가슴 두들겨봐도, 여전한.
거울 속에 자신의 모습을 보면, 머리 부시시한데다가,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엉망이다.
한숨, 괜히 신경쓰이는.
씬 16.
지민, 자리로 돌아와보면, 태훈 모습 보이지 않는다.
두리번거리다가, 자리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지민 : (중얼) 그래, 내가 통로 쪽에 앉아준다!! 이 쫌팽이 자식.
지민, 앉아서 창밖 내다보면 밖의 풍경 조용한 마을 정경이다.
눈 앞에 내밀어지는 물병, 지민 놀라서 올려다보면 태훈 한 손에는 물병, 다른 한손에는
과일을 들고 있다.
지민 : (놀라서) 이게 뭐야?
태훈 : 너 속 안 좋은 거 같아서 샀어.
(보고) 너, 근데 왜 내자리에 앉아있냐?
지민 : (고맙지만 퉁하게) 니가 불편하다며.
태훈 : (피식) 일어나. 안 불편해.
지민 : (보고) 사람 헷갈리게 하지 좀 마. 아깐 또 불편하다며?
태훈 : 윤지민, 잘 생각해봐라. 난 불편하다고 한 적 없다.
니가 이 쪽에 앉는 편이 나을 거 같다고 한 적은 있어도.
지민 : (생각) 그게 그거지. 뭐가 틀리냐?
태훈 : (피식) 내가 불편하단 말이 아니고, 니가 불편하다면 자리를 바꾸잔 말이었어.
너 그 자리에 앉아서 자꾸 나 건너 창문 보는 건, 내가 불편해.
그러니까 안쪽에 앉아.
지민 : (일어나 안쪽에 앉으며) 하여간, 한마디도 안 져요.
태훈 : (장난) 너한테 지는 사람도 있냐?
지민 : 야!
태훈, 모른척하고 보던 책 계속 읽는.
지민 : 넌 진짜 재미없어. 같이 여행가면서 그렇게 혼자만 책 읽으면, 난 뭐하라고?
심심해 죽겠다. 흥.
씬 17.
태훈, 책 읽다가 고개 돌려보면 지민 머리 기대어 자고 있다.
약간 불편한 자세, 고개 자꾸 꺾이는 모습.
태훈, 지민 머리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려놓는데, 책 때문에 자세가 어정쩡하고.
태훈, 책 덮어버리고, 지민 편하게 자세 취해주는.
지민 잠결에도 편한지, 미소 짓고 깊이 잠드는 모습...
씬 18. OO역
지민, 내려서 주위 둘러보고 어리둥절한 표정 짓다가, 금방 표정 바뀌면서.
지민 : 여기, 우리 고등학교 때 애들이랑 놀러왔던 데 맞지?
고2 여름에 왔던 바다...
태훈 : 잘 아네.
지민 : 여기 오고 싶다는 거 였어?
야, 여기가 무슨 대단한 곳이라고 말도 안 해주고 데려왔냐?
난 무슨 무릉도원이라도 가는 줄 알았다.
태훈 : (피식) 나한테는 특별한 곳이야.
지민 : (보면)
태훈 : 다른 종류의 경험을 하게 해줬으니까.
지민 : (?해서 보다가, 웃으며) 혹시 술?
태훈 : (약간 당황, 애써 태연히) 넌 생각이 그런 쪽으로 밖에 안 되냐?
지민 : (알고, 놀리듯) 그래! 한태훈~~ 그때 모습 무진장 신선했다?
태훈, 대꾸없이 걸어가면 지민 쫓아가며 놀리는.
씬 19. 해변, 모래사장
지민 시선 따라가보면, 해변에 앉아있는 태훈 뒷모습이 보인다.
손에 음료수 두 개 든채로 천천히 발소리 죽여가며 다가가면
태훈, 알아채지 못한 채 멍하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오후 햇살을 가득 받은 채로, 앉아있는 태훈 모습 눈부신데.... 표정이 씁쓸해 보이고.
지민, 처음 본 사람처럼 낯설게 태훈 가만히 보고 있다.
태훈 : (어떤 느낌에 뒤돌아보면, 지민 서 있고)
거기서 뭐하냐?
지민 : (정신 들고) 어, 어.
(오버) 뭐하긴, 걷다가 다리 아파서 잠시 쉬었다 왜?
태훈 : (피식)
지민 다가와 앉으며, 음료수 내밀면
태훈 받아들고 따서 마시는데, 지민 옆모습 계속 쳐다보는
태훈 : (보며) 왜 그렇게 쳐다보냐?
지민 : (당황) 아, 아냐.
씬 20.
지민 : (두팔 쭉 펴서 하늘 바라보며) 아, 겨울 바다 좋다...
근데 쪼금 아쉽다.. 여름이었음.. 들어가서 신나게 노는건데..
태훈 : (미소) .....
지민 : 한태훈, 오늘따라 유난히 말이 없다?
음....야, 근데 너 솔직히 좀 의외다.
바다 보는 거 시간낭비라고 생각할 거 같은데. 아닌가?
저번에 놀라왔을 때도 너혼자 (나무아래 가리키며) 저어기 앉아서 영문소설 읽었잖아
태훈 : (피식) 그랬나?
지민 : 모른척하긴. 그랬어 너. 역시,... 나이를 먹으니까 철이 드는구나?
태훈, 아무런 대꾸없고 ....지민, 이상해서 태훈 돌아보면
태훈 : (씁쓸히) ....그래...
이제야 보인다... 바다의 아름다움, 하늘의 푸르름....
왜 전엔 몰랐을까.., 이렇게 아름답다는 걸.
지민 : (태훈, 좀 의외고) ....야, 한태훈 답지 않게 뭐 그런 걸로 기죽냐?
이제라도 알았으니깐..좀 좋아?
원래 다 그렇대... 젊었을 때는 잘 모르다가, 늙어서야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깨닫게 된다나..., 한창 젊을 땐... 자신들이 빛을 발하니까...
주위의 아름다움은 눈에 안 들어오겠지...
태훈 : (대꾸없이 조용한)
지민 : (어색한) 아....배고프다... 뭐 안 먹을래?
씬 21. 몽타주씬
지민, 태훈 적당한 식당에 앉아서 즐겁게 식사하는 모습.
간간히 주고받는 농담, 지민 흥분하는 모습.
태훈 즐겁게 웃고.
바닷가에서 신발 벗고 물에 들어가 장난치는 지민.
태훈 예의 그 표정으로 하늘을 보고 있다, 지민 태훈 끌고 들어오는.
태훈, 지민 모습 사진 찍고.
지민, 장난스레 태훈 끌어들여 같이 사진 찍는 (씬1.의 사진)
씬 22. 버스정류장
밤, 가로등 불빛만 환하고 차도 별로 다니지 않는 도로 앞.
인적 드물고, 지민.태훈 둘만 서있다.
날씨 추운지, 지민 연신 양팔 부벼가며 버스가 오나 안오나 고개 빼서 쳐다보고.
태훈, 내색 않지만 역시 추운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다.
지민 : 여기 정말 맞아? 금방 온다며...왜이렇게 안 와?
태훈 : 가게 아주머니 가르쳐주신대로 왔어... 왜 안오는지는 나한테 물어보지 마라.
지민 : (입 나와서) 하여간...
(혼잣말) 어유...근데 디게 춥네..
태훈, 그 말 듣고 피식... 약간 망설이다 웃옷 벗어 지민 어깨에 덮어주면
지민, 닿는 느낌에 뒤돌아보고, 옷과 태훈 번갈아보며
태훈 : 뭘 그렇게 또 쳐다보냐? 춥다며?
지민 : (옷 내리면서) 너도 춥잖아. 니 얼굴 새파래..
태훈 : (다시 덮어주며) 니 얼굴이 더 새파래. 모처럼 베푸는 호의 거절하지 마라.
지민 : (피식, 그러다 멀리 버스 불빛 보이고, 흥분해서)
아! 저기, 야 저기 버스 온다~~
아저씨~~~ (손 흔드는)
지민, 태훈 보고 환하게 웃으면. 태훈 역시 미소..
씬 23.
지민, 태훈 버스에서 내렸고.
지민, 앞서서 걸어가고 태훈 조금 떨어져 뒤따라 걷는... 지민 연신 투덜대고
지민 : 하여간 뭔 제트코스터 탄 줄 알았다니까..
운전을 무지막지하게 거칠게 하드라...겁나서 참나.
태훈 : (피식)
지민 : (돌아보며, 동의 구하듯) 그치? 너도 그렇게 느끼지 않았냐..
특히 그 턱 넘어서 바로 경사진 비탈길 내려올 때..
완전히 바이킹 수준 아니었냐?
뭐 그땐 재미는 좀 있었지만..
그치, 그치? 그때 바이킹 같았지?
태훈 : (피식) 몰라.
지민 : (발끈) 야! 그런 성의없는 대답이 어딨어..
모르긴 뭘 몰라?
태훈 : (담담) 바이킹, 한번도 타 본 적이 없어서 어떤 느낌인지 몰라.
그러니까, 비슷한 느낌이었는지도 모르는 게 당연하지.
지민,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멈춰서서....
태훈, 영문 모르고 옆에 따라 멈춰서면.
지민 : (서서히 얼굴 돌리며) 너, 정말 바이킹...한.번.도.안.타.봤.어?
태훈 : (이제야 피식) 그래.
지민 :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너...혹시 놀이공원에도 한번도 안 가봤니?
태훈 : 그렇다면?
지민, 막무가내로 태훈 잡아 끌고가며
지민 : 가자.. 이 누나가 오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 줄게!!!
태훈 : (당황) 야야, 이거 좀 놓구 가..
씬 24. 놀이공원
야간개장.
기구들 불빛은 환하지만, 영업하는 건 몇 개 되지 않는 듯.
지민,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고, 태훈 그런 지민이 귀엽다는 듯 옆에서 웃고있다.
지민 : (그러다 좋은 생각이라는 듯, 무언갈 가리키며)
야! 저거 좋다...우리 저거 타러가자!!!
씬 25. 관람차
지민, 처음 타보는 사람처럼 높이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신기한 듯 구경하고..
창밖 내다보면, 태훈 자꾸 웃음 나는지 피식피식 웃고.
지민 : (머쓱해서) 왜? 야, 왜 자꾸 실실대냐?
태훈 : 니가 생각해봐라. 지금 니 모습 보고 안 웃을 사람 몇이나 될지.
지민 : 내가 어때서?
태훈 : 너, 관람차 처음 타 보지?
지민 : (무안) 그렇다. 왜?
태훈 : (피식)
지민 : 너도 처음이잖아.. 왜 무시하구 그러냐...기분 나쁘게?
태훈 : (진지) 무시하는 거 아냐. 그냥, 너... (망설이다) 재밌어 보여서.
지민 : 왜, 또 특이한 거 옆에 두고 본다고 말해보시지?
태훈 : (그저 피식)
지민 : (창 밖 내다보면, 다시 기분 좋아지고)
하여간... 난 "처음" 이란 단어는 참 좋아.
뭐든 시작이고, 활기랑 순수함이 느껴지는 말이잖아... 처음.
누군가의 "처음"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참 멋진 거 같고..
(태훈 보며, 장난스레) 그러고보니, 난 너랑 "처음" 놀이공원에 같이 온 사람이네.
태훈 : 그래, 처음. 좋은 단어지.
(뜸 들이고) 그럼...마지막은 어때?
지민 : 마지막? .....그건 좀 슬픈 단어 같지 않아?
의미가 그래서 그런가, 단어 자체에서도 어두움이 묻어나는 것 같아..
하지만 누군가의 마지막이라는 것도...역시 멋진 거 같아.
처음이자 마지막!이면 제일 멋지겠다. 그렇지 않냐?
태훈, 씁쓸한 미소. 지민, 그 모습 언뜻 보고 멈칫..
태훈 : (표정 바꾸며) 그럼, 넌 나한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함께 놀이공원 온 사람 되겠다.
지민 : ?
태훈 : 난 여기 다시는 안 올테니까.
지민 : 야, 그렇게 재미없냐?
관람차 도착하는.
태훈 : (대꾸없이, 일어서며) 뭐해, 안 내려?
태훈, 먼저 내리면 지민 궁시렁 거리며 내리고.
지민, 돌 미쳐 보지 못하고 발 헛디딘다.
지민 : 어어.
태훈, 재빨리 손 뻗어서 넘어지려는 지민 잡아주고.
지민, 얼굴 빨개지는., 태훈 얼른 밀쳐내고. 태훈, 피식 웃는.
태훈 : 덜렁대는 버릇 여전하네.
지민, 할말 없고 부딪힌 다리 문지르며 먼저 가버리고,
씬 26. 몽타주씬
태훈, 지민 여기저기 구경하고, 돌아다니며 즐거워하는 모습.
불 켜진 회전목마, 등등 여러 기구들
씬 27. 출구
지민, 무지무지 기분 좋은 표정, 태훈도 역시 기분 좋은 표정이고.
지민, 뛰듯이 걸으면 태훈 뒤에서 따라 걷고 있고
지민 : 역시, 오니까 어릴 때 생각 나고 좋다...
너도 재밌었지? 오길 잘했지?
솔직히 죽기 전에 놀이공원 한번 안 가보고 죽는 게 말이 되냐?
태훈 : (약간 굳고)
지민 : 하긴, 넌 안 해본 게 많겠다...
내가, 너에게는 당연한 것들...안 해본 게 있을 수도 있는 것처럼...
태훈, 걸음 멈춰서고.
태훈 : 고맙다.
지민 : 뭐가..?
태훈 : (담담히) 내 얼토당토 안한 부탁 들어줘서.
(잠시 뜸들이고) 오랜만에 만났는데, 예전처럼 대해줘서.
지민 : (어색한) 야, 뭘 또 그렇게 진지하게 감사인살 하고 그러냐, 쑥스럽게..
나 인간성 좋은 거 이제 알았냐? 하하.
(시계보며) 힉~~~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집에 택시 타구 가야겠네...
태훈, 앞서서 걸어가며
태훈 : 아직, 아냐.
지민 : (뒤쫓아가며) 뭐가?
태훈 : (멈춰서, 지민 보며) 아직, 하루 다 안 지났다구.
지민 : ?? 야, 그게 무슨 말이야. 나 늦었어.
태훈 : 내가 부탁한 하루, 스물 네시간이야. 그리구 아직 8시간 더 남았다구.
태훈, 성큼성큼 걸어가면, 지민 황당한 표정으로 쫓아가는
씬 28. Jazz bar - Last concert 앞
셔터 내려진 문 앞,
지민 : (입 나와서) 거봐, 지금 이 시간에 영업하는 데가 어딨냐구..
태훈 : (피식) 좀 기다려봐.
태훈, 주위 시선 상관않고 셔터 쾅쾅 두드려대는.
태훈 : 형!! 은수형!!
지민 : (황당해서, 주위 둘러보며) 야, 너 뭐해?? 미쳤어?
태훈, 아랑곳하지 않고 셔터 두들겨대면, 잠시 시간 경과 후
엷은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의 남자, 자다 깬 듯 부시시한 얼굴에 황당한 표정으로 나와서.
은수 : 야... 한태훈....니가 제정신이냐... 아님, 지금 내가 꿈 꾸고 있는 거냐.
태훈, 피식 웃으며 은수 어깨로 툭 밀쳐내며 들어가며
태훈 : 형이... 한번쯤 갈데는 없고, 술 마시고 싶을 때 찾아오라며.
한밤중이나 꼭두새벽에 깨워도 딱 한번은 용서해준다며.
(돌아보고, 씨익 웃으며) 오늘이 그 한번이야.
아직, 멍하게 입구에 서 있는 지민
태훈 : 뭐해, 안 들어올꺼야? 다리 아프다며.
지민 : (여전히 황당해서 말 안 나오는)
은수 : (기막히단 표정으로, 허, 웃다가 지민 보며) 들어오세요.
하여간 못말릴 녀석이라니까요.
씬 29.
태훈 모습 보이지 않고, 지민 혼자 앉아있으면. 은수 앞에서 칵테일 만들어 주는.
은수 : 표정이 묘하네요?
지민 : 네?
은수 : 뭔가 디게 신기하다는 표정인데....,
(장난스레) 우리 가게 인테리어가 그렇게 놀라운가..?
아님, 주인이 너무 젊고 잘생겨서?
지민 : (피식 웃어버리는)
은수 : 어어..그거 비웃음 같은데?
지민 : (장난) 음, 눈치 하나 빠르시네요.
지민, 은수 편하게 웃는.
은수 : 태훈이 자식, 이렇게 귀여운 짓도 할 줄 알고...
하여간 겉만 찬바람 쌩쌩불고, 속은 딴판이라니깐요..
지민 : (궁금한) 태훈이랑 어떻게 아시는 사이세요?
은수 : 대학 후배예요. 그땐 저녀석 목이 뻣뻣한 게 맘에 안 들었는데..
한판 크게 붙고서 친해졌죠.
(웃으며) 생각보다 무지 괜찮은 녀석이더라구요.
(떠보듯) 그 쪽은... 태훈이 여자친구죠?
지민 : (화들짝 놀래서 손까지 저어가며) 아, 아니예요. 그런 거.
은수 : (의아하다는 듯) 그래요? 그럼 어떤 사이?
지민 : (강조) 고등학교 동창.이요. 동.창
은수 : 그래요..., 이상하네.
태훈이가 여자 데려온 거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그것도 이 밤중에..
지민 : (괜시리 기분 이상해지고) 갈 데가 없어서 그랬겠죠,
은수 : (웃으며) 하긴... 이제 곧 미국 갈텐데..
애인 한국에 있음 보고 싶어서 어찌 혼자 가겠어요.
지민, 놀라서
지민 : 네?
은수 : 몰랐어요? 태훈이 곧 미국 들어가잖아요.
공부할 거 남았다던데... 하여간 대학도 수석으로 졸업한 놈이 뭔 놈의 공부를 또..
징그러운 놈...
지민....표정 약간 굳은 채.....
씬 30.
태훈, 화장실 다녀오는 듯 지민 옆에 앉으면
씬 30. 길가.
지민 : (어색) 뭐하러 데려다 줘... 혼자 갈 수도 있는데..
태훈 : 너 가다 어디 납치 당하면,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사람 불려가는 거 몰라?
지민 : 하여간... 같은 말이라도 좀 곱게 못하냐.
태훈 : (피식) ....
지민 아파트 앞에 도착했고.
지민 : 이제 가.. 다 왔으니까..
태훈 : 이왕 온 김에.. 엘리베이터 타고 가는 것까지 보고 갈게.
지민 : 야, 왠일로 이렇게 친절하냐?
태훈 : ....내가 ...그렇게 불친절했냐?
지민 : 그(럼 하려다가, 생각해보니 아닌 것 같고) ...그렇지는 않지만 뭐.
에이, 몰라.
태훈 : (피식) 이제 말 하다 안 되면 무조건 "몰라" 냐?
지민 : 으유, 어째 넌 두마디만 하면 미워지냐.
씬 31. 엘리베이터 앞
지민, 올라타며
지민 : 잘 가라.
태훈 : (문 잡으며) 윤지민, 오늘 몇일인지 아냐?
지민 : 오늘? 1월 5일이잖아. 아니지... 하루 지났으니까 1월 6일이구나.
그건 왜?
태훈 : ....기억해두라고.
지민 : 뭐?
태훈 : 니 머릿 속에, 가슴 속에 잘 기억해두라고.
지민 : (피식) 오늘 영문 모를 소리 많이 한다, 너?
태훈 : (마찬가지로 씁쓸하게)
나, 멀리간다.
지민 : !
태훈 : (진지하게, 그러나 얼굴 보지 않고) ....많이 보고 싶을 꺼야..
지민 : (당황스럽고, 떨리는) .....
태훈 : (고개 들어 그런 지민 보다가, 피식 문 놓아주며)
잘 가라.
문 서서히 닫히고, 그 사이에 태훈, 뭐라 한마디 더 하는데 잘 들리지 않고.
지민 : 어?
문 닫히고 지민 올라가는.
태훈 : (중얼거림) 사랑한다고....널....
씬 32.
엘리베이터 속의 지민 모습, 약간 넋나간 듯한...
지민 (E) 마지막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나...
그땐.....그 모습이 왜 그리 내 맘 한구석을 싸아하게 저리게 만들었는지 몰랐었지...
W.O
.
.
.
.
지민 (E) 그리고, 정확히 육개월 하고도 3일이 지났을 때였어.
그 사람 친구가 날 찾아왔지.
씬 33. 커피숍
햇살 눈부시게 내리쬐는 오후.
형주, 지민 커피숍에 마주보고 앉아있다.
지민 : (놀란 표정) 뭐라고? 너 방금 뭐라고 했어?
형주 : (냉정한) 내 입으로 자꾸 하고 싶은 말도 아니고, 두 번 말하고 싶지 않다.
지민 : (애써 오버하며) 야, 김형주. 너 근 6년만에 만나서
다짜고짜 무슨 말이야...태훈이가 죽었다니..
하하...걔 공부하러 미국 갔잖아... 얼마 전에 내 두눈으로 걔 똑똑히 봤는데..
같이 바다에도 갔었는데.... 무슨 말이야?
장난치는 거냐? 너 참 할 일도 없다...
(애써 소리내서 웃는) 하하... 너 디게 웃긴다....
형주, 가만히 보고 있다가 한숨 쉬며 포장된 꾸러미 내민다.
형주 : 할말 없다.
이거. 태훈이가 마지막으로 너한테 전해달라고 한 거야.
지민 : (목소리 떨리는) ....이게...뭔데...?
형주 : 나도 몰라. 부탁만 받은 거니까.
그럼, 이만 일어날게.
형주, 일어서고 지민 보면, 지민 여전히 멍한 상태.
돌아서서 나가려고하면
지민 : 한번만 더 물어볼게...... 정말....정말이야? 너...장난 치는 거 아냐? ......
니가 한말....사실이냐고....
형주 : .................곧 신문에도 나겠지. 나도 믿기진 않지만.
지민 (E) 왜 몰랐을까.
그를 둘러싼 차갑고 건조한 공기.....
그에게 드리워진 씁쓸한 그림자....왜 보지 못했을까.
내 기억 속의 그 사람은 언제나 당당하고, 여유롭고 자신만만했는데...
그는 언제나 빛에 감싸인 사람이라 생각됐는데....
불행도...그를 비껴가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렇게 일찍, 그렇게 쉽게 죽.어.버.리.다.니.......
씬 34. 몽타주씬
지민, 멍한 표정으로 침대 위에 앉아있는 모습.
고등학교 때 회상.
커피숍으로 찾아왔던 모습 .
마지막, 헤어지던 모습
지민, 생각 털어버리려는 듯 고개 흔들어버리고,
한쪽에 포장된 채 그대로 놓여진 꾸러미..
씬 35. 화장터
비 내리는 오전.
태훈 부,모 그리고 친척들... 형주, 연진 등 태훈 친구들 모여있고.
답게 조용하고, 침울한 분위기다.
뒷편에서 말없이 지켜보던 지민,
지민 : (혼잣말) 저게 너라고? ......저게....한태훈.....너라고....?
멍한 표정으로 돌아서서 나오려는데 , 지민의 뒷모습을 고개 갸웃거리며 쳐다보던 연진.
쫓아나오며
연진 (E) 윤지민? 지민이 맞지?
씬 36. 지민 방
지민, 떨리는 손으로 형주에게 받았던 꾸러미...들고 있는...
연진 (E) 믿기지가 않아... 정말 믿기지가 않아...
너도 그렇지? 태훈이가...한태훈이... 저 재로 변해있는 게 태훈이라고?
허, 이제 정말...태훈이...볼 수 없다고....?
지민, 조심스럽게 쓰다듬는...
연진 (E) 마지막....태훈이 죽기 일주일 전에, 그 녀석 보러 미국엘 갔는데.
(목 메이는) 그러더라, 다시 살면....다르게 살고 싶다고...
(눈물 훔쳐내며) 나쁜 자식... 나랑 형주... 저 앞에서 눈물 안 보일려고
그렇게 참고 있었는데.....
한번도... 살고 싶다고 한 적 없었는데...
꼭 죽을 준비 다 된 사람처럼 아파도 내색않고, 힘든 것도 내색않고....
(울음 애써 참는) 근데....그러더라.. 다시 살 수 있다면, 다른 삶을 살고 싶다고....
지민, 포장지 벗겨내면 스케치북 들어있고...
떨리는 손으로 한 장 한 장 넘겨보는 지민 모습...
연진 (E) 많이 미안해..., 너무 미안해서 울 수도 없어.
강한 녀석이니까...잘 참아내겠지... 혼자서 잘 이겨내겠지....
아픈 거 내색 안 하니까 정말 안 아프고.. 정말 안 힘든 줄 알고....
한번도 기대를 어겨본 적이 없는 녀석이었는데...
마음이 너무 아파,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이제....미안하단 말도 못해주는데.....
스케치북에는 태훈이 고등학교 스케치한 모습, 지민 모습, 바다.... 풍경....
마지막....태훈 글씨로 써진 : To 윤지민 보이고..
지민 북받치는 감정에 엉엉 소리내서 운다....
지민모, 밖에서 문 두드리며
지민모 (E) 지민아, 이 무슨 일이니? 어유, 다 큰 애가 한밤중에 왜이리 울어...?
무슨 일 있니? 지민아, 지민아.. 문 좀 열어 봐...
화면...black out....
태훈 (E) 다시 살 수 있다면,
내게 남은 삶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헷갈려하는 일...없을 거야...
내게 가장 소중한 것들...놓치지 않을거야..
.
.
.
.
.
.
.
.
씬 37. 지민 집
지민 (E) 그게 이야기의 끝이야.
재영 (졸린) 엄마...그 사람 사랑했어요.....?
지민 (피식, 재영 머리 쓰다듬어주며)
글쎄요...
우리 재영이..졸린가보네..?
재영, 대꾸없고 벌써 잠이 든 듯...
지민, 슬며시 미소지으며 일어나서... 베란다 께로 나오는..
지민 (N) 나도 널 생각하며, 가끔 내 자신에게 물어 봐.
내가, 너를.... 너는 나를....사랑했을까?
사랑했을까?
사랑,,,했을까...........?
지민, 태훈 함께 찍은 사진 (씬1) C.U
태훈아... 나는 이제 이렇게 생각해...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그 하루,
공기는 투명할정도로 차갑고, 햇살은 눈부시게 아름답던 그 날.
그 하루동안의 너는 정말 근사했고, ....
나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하고 소중한....소중한 하루였어....
그게 사랑이라면, 사랑인 거고....
아니더라도.....
나는, 죽을 때까지.. 영원히, 그 하루를 기억할게...
너와 함께했던 추억들을.
그 시간들을.
그리고...
너를....
밑글 : 1599 [mulun]머나먼 이곳에서-슬픈 아픔(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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