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lun]머나먼 이 곳에서-슬픈아픔(IV)
이 름 : mulun 번 호 : 1654
작 성 일 : 2001/11/09 (금) PM 08:11:12 조 회 : 165
track two….슬픈아픔 sung by SEOTAEJI&BOYS….fourth fragment
#2학년 5반 교실
수업이 끝난 후의 한산한 교실의 모습. 몇몇 학생들이 즐겁게 떠들고 장난치고 있는데, 그 뒤로 혜원과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혜원(한숨)..대체….(신화 자리 흘기며)어디로 간거야??
애라(역시 한숨쉬며 지민의 자리 흘긴다.)……얘는 잠잠해졌나 싶더니만….또 병이 도졌나?
유미(멍한 얼굴로 두 자리 번갈아 보다가)….그럼, 오늘 동아리 회의는 어떻게 해? 신화랑 지민이 빼고 해야 해?
혜원(조용히 서 있다가 가방을 매고는 신화 가방을 챙긴다)..어쩔 수 없지. 다음으로 미뤄야지..
애라(찡그리며)둘 없다고 회의 못하나? 그냥 우리끼리 하면 안돼?
혜원(덤덤)정연이는 저번부터, 이번주는 학원 때문에 못온다고 했던 거 알지? 1/3이나 빠지는 상황에서 동아리 회의를 할 순 없지.
뚱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애라의 시선을 무시하고 혜원은 묵묵히 가방을 챙긴다. 그 위로….
혜원 N)…누구나가 바라는 것이 있다.
#커튼이 쳐진 어두운 방
굳은 표정의 형주가 침대에 걸터 앉아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 옆에는 꽁꽁 묶여진 그림 액자 틀이 보인다.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거칠게 침대 근처에 있는 전화기를 밀어내는 모습에서 스틸.
혜원 N) 자신이 바라던 것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
#대낮의 시내
덤덤한 표정의 지민의 모습. 가방없이 교복차림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끗 쳐다본다. 그런 시선을 느낀 지민, 쓴 웃음을 짓더니 휴대폰을 꺼내서 어딘가에 전화를 하는 모습에서 스틸.
혜원 N)…그래서 아파하면서 끝없이 밀어내려는 사람들
#시끄러운 오락실
무표정한 신화의 모습이 교복 차림의 남학생들 사이로 보인다. 시끄러운 오락실 벽에 기대있던 신화, 옆에서 신나게 총을 쏘며 노는 남학생을 보곤, 자신도 옆으로 가서 동전을 넣고 게임을 한다. 뭔가가 마음에 안 드는 듯 얼굴을 잔뜩 찌푸린채 한 손으로 총을 쏘는 모습에서 스틸
혜원 N)..결국엔 자신의 손으로 그 소중한 것을 놓아버리는 사람들..
#2학년 5반 교실.
가방을 다 챙긴 혜원, 한숨을 쉬며 무거운 신화의 가방을 든다.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애라, 혀를 차며 신화의 가방을 책상에 다시 내려놓는다.
혜원 ..애라야?
애라(퉁)너 혼자 어떻게 이걸 들어? 야! 배유미! 너도 일루와! 이거 삼분의 일만 가져가라!
유미(다가와서)어….(지민 책상 보며)..근데 지민이 건 어떻게 해? 그냥 놔두고 가?
애라(퉁)너, 지민이네 집 알아?(말 못하는 유미보며)모르지? 못 갖다주는 거지, 안 갖다주는 게 아냐.
혜원 ……..(어느 시점에서 쓴 웃음)
유미(가방들며)우..와….무겁다…
애라(가방들며 교실을 나간다.)얘는 공부도 안 하면서 가방은 왜 이렇게 무거운거야??
혜원(지민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몸을 돌린다.)…가자.
혜원과 아이들이 교실을 나가면 교실엔 아무도 없다. 잠시후, 뒷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누군가가 지민의 자리로 와서 지민의 가방을 들고 앞문으로 조용히 나간다. 앞문으 스르르 닫히면서 D.
혜원 N)..그렇게 절망의 바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에.
E)신혜원!
# 운동장 일각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을 향하던 혜원, 난데없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본다. 평소의 정돈된 모습이 흐트러진 채 뛰어오는 태훈이다. 혜원에 앞에 선 태훈, 숨을 고르며 안경을 올린다.
태훈….물어볼 게 있는데….
혜원(눈 동그랗게 뜨고)나? 나한테?
태훈 음.(혜원과 여자애들이 멀뚱히 자신을 쳐다보자)…왜, 물어보면 안돼나?
애라(중얼)평소엔 무뚝뚝의 극치더니 이제 와서 무슨..(하다가 말 끊고 혜원을 노려본다.)
혜원(덤덤한 표정으로 애라한테서 발 치우면서)뭘 물어보려고?
태훈(혜원 주위를 살피다가 한숨)..윤지민…어디 갔는 지 혹시 알아?
태훈의 말에 애라와 유미,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마주본다. 혜원은 별로 놀라지 않은 듯, 덤덤한 표정으로 태훈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손에 들고 있는 신화의 가방을 들어보인다.
혜원 …보다시피, 짐덩이가 하나 있어.(태훈 보며)…아쉽게도, 난 지민이네 집을 몰라서 말야.
태훈 ……
혜원(볼 일 없다는 듯)교실에 가방 있을 거야. 뭣하면 네가 가져다주든지.(애들에게)가자.
태훈(말 없이 혜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교실로 다시 뛰어간다.)
혜원 N) 그러나 그 무엇도 갖을 수 없는 사람은…
애라(뛰어가는 태훈을 보며)뭐니, 쟤? 여자한테 관심없는 척 하고, 지민에게 관심있었던 거야?
유미(멍하니)..쟤, 여자친구 있지 않았어? 왜..정연이네 반에..
애라(못마땅한)김연진 말이지? 왜 아니겠어. 어렸을 때부터 소꿉친구라는데.(비죽)그런 여자친구가 있으면서 지민이는 왜 찾는데?
혜원(덤덤)소꿉칝구라고 다 사귀는 건 아니지. 소문이 와전된 것일수도 있어.
애라 야, 한태훈 쟤가 김연진 얼마나 챙기는 지 몰라서 그래? 그러고보니 이번 주엔 안나온다고 하던데.(한숨)집이 빵빵한 애들은 정말 좋겠다.
유미(덩달아 한숨)나도 학교 오기 싫은데…
혜원 ……
그렇게 학교를 등지고 터벅터벅 교문을 나서는 세 명의 아이들의 모습에서 F.O.
혜원 N)그 절망조차 가지지 못하고 허무 속에서 울고 있다…
#석양 빛이 비치는 교실
뒷 문을 열고 들어오는 태훈의 모습이 햇빛에 비춰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지민의 자리로 가면 가방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지민의 자리를 쳐다보던 태훈, 한숨을 쉬며 지민의 자리에 털썩 앉는다. 상당히 짜증나는 듯, 머리를 휘휘 젓다가 시계를 보고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다. 교실을 나서려고 뒷문으로 가려는데, 형주의 자리에 놓여있는 가방이 보인다. 덤덤히 형주의 가방을 쳐다보던 태훈, 쓴 웃음을 지으며 형주의 가방을 들고 교실을 나간다.
태훈(중얼)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천천히 교실 복도를 가로질러가는 태훈의 모습뒤로 붉은 햇빛이 비추면서 W.O.
#평범한 주택
이사온 지 얼마 안된 듯, 상당히 어지럽게 보이는 외관이다. 약간 어둑해진 골목 위로, 방에서 나오는 불빛이 은은하게 비춰지고 있다. 그 방으로 들어가보면 피곤한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형주의 모습이 보인다. 가끔씩 얼굴을 찡그리면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으면서 마른세수를 한다.
형주(중얼)..신경쓰지 말자..(벌떡 일어나서)..니 코가 석자인 것도 모르냐, 이 녀석아..(자조적인 웃음)
침대 밑에 뉘어있는 그림을 들고 방문을 나서려는 찰나에 방안에 전화벨이 울려퍼진다. 형주, 그림을 책상에 놔두고는 전화를 받으면 곧바로 얼굴이 찌푸려진다.
형주 …못한다고 했잖아요..아뇨, 안 합니다. …..(씁쓸한)그 이상은 말씀하지 마세요…안 그래도 그 녀석이 날 용서할리가 없다는 건 알아요…(슬프면서도 단호한)그러니까 다음부터 그런 부탁 하지 마세요.(전화를 끊는다.)
형주, 전화를 끊고 기분이 나쁜 듯, 그림을 책상에 놔둔 채 거실로 걸어나가면 여기저기 박스만 보이고 가구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넓다란 거실에 덩그라니 텔레비전전 하나만 놓여있다.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마루에 털썩 주저 앉아서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면 어느 코너에서 봄의 전시회라는 주제로 이리저리 취재를 하고 있다. 그걸 보고 또 화가 난듯 이리저리 돌리다가 거칠게 끄고는 리모콘을 던져버린다. 형주, 어두운 거실에 뒤로 벌러덩 눕고는 멀뚱히 천장을 응시한다. 그렇게 조용히 있는 가운데에 단조로운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형주(놀란 듯)..누구지? 올 사람이 없는데…(현관 쪽으로 걸어나간다.)
현관으로 걸어나오면 인터폰이 망가진 듯,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 이리저리 눌러보던 형주, 짜증난다는 듯, 현관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온다. 대문에 가려져서 밖에 누가 있는지 보이지 않자 큰 소리로 외친다.
형주(퉁) 누구세요?
E)…난데..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형주는 자신의 귀를 의심한 듯, 고개를 갸우뚱 하다가 대문에 가까이 간다. 대문 사이로 보이는 사람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안경을 쓴 말쑥한 차림의 남자아이다. 누군지 확인한 형주의 표정이 굳어지고….
형주(낮은)..네 녀석이 여긴 웬일이냐?
태훈(덤덤)예의한번 끝내주는 군. 이대로 세워둘 참이야?
형주(비죽)오라고 한 적도 없으니 예의차릴 필욘 없겠지.(몸을 돌리며)헛탕을 치게 해서 미안하군.
태훈(덤덤)가방 가져가기 싫으면 맘대로.
태훈의 말에 형주, 앗차 하면서 얼굴이 일그러진다. 혜원의 말에 발끈해서 교실을 나간뒤로 그냥 집에 와버렸기 때문에 가방을 챙겨오지 못한 것이 생각난 듯, 짜증나는 얼굴로 애꿎은 마당만 발로 툭툭 친다.
태훈(피식)그렇게 땅을 치면 화가 풀리나 보지? 발은 안 아파?
형주(욱)시끄러! 가방이나 주고 가!
태훈(덤덤)그렇게 말하면 일부러 주러 온 사람, 기분 나빠지지.(몸을 돌리며)안 그래도 수업을 두 번이나 째는 바람에 광도한테 찍혀있던데..(웃으며)내일 가방까지 안 갖고 오면 볼만 하겠군.
형주(분하지만 말을 하지는 못하고 태훈을 노려본다.)
태훈(가방을 들고)그럼, 푹 쉬어라.(말을 마치고 앞에서 대기 중인 차를 향해 걸어간다.)
멀어져가는 태훈을 바라보던 형주, 눈을 질끈 감고 몸을 돌려서 문을 연다.
형주(버럭)야! 열었으니까 가방이나 줘!
태훈(말 없이 차에 오른다.)
형주 이 자식이!
문을 열고 바깥으로 뛰쳐 나와 태훈의 차로 달려간다. 태훈이 덤덤하게 문을 닫으려는데 형주가 뛰어와서 차 문을 붙잡고 태훈을 노려본다.
태훈(형주를 보며)위험하잖아.
형주(노려보며)가방 달라고 했잖아. 문 연거 안 보여?
태훈 난 배달원이 아냐. 문을 사이에 두고 가방만 건네줄거면 내가 잘못 찾아온 거지.(건조한)학교에서 받아.
형주(태훈 노려보다가 집을 쳐다보고는 한숨)….10분만이야. 들어와.(몸을 돌려 집으로 들어간다.)
분한 듯, 거칠게 걸어들어가는 형주의 모습에, 태훈, 조용히 미소를 띄며 차에서 내린다.
태훈(기사에게)먼저 가세요. 전 나중에 갈 테니까.
옆의 손에 들려있는 형주의 가방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가볍게 웃는 태훈의 모습에서 F.O.
E) 유신화?
# 어둑한 번화가
주위에서는 서서히 네온사인이 불을 키고 번쩍거리고 있다.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소음소리가 거리를 꽉 메우고 그 구석에는 사복차림의 지민이 서 있다. 잘 들리지 않는 듯, 휴대폰을 귀 가까이에 대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지민(얼굴 찡그리며)신화를 왜 나한테서 찾아?….그래? 땡땡이 쳤어?(뭔가 생각난 듯 가벼운 비웃음을 띈다.)내버려 둬. 애도 아닌데 무슨 걱정이..(하다가 폰을 귀에서 뗀다.)알았어, 알았어. 미안해. 어~잘못했다니까..음..(웃으며)아니..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그냥 잠잠했더니 좀 놀고 싶어서 그런 거야. 어..가방? 괜찮아, 괜찮아. 내가 친구한테 부탁해놨어. 어..미안할 필요 없어. 어..(옆의 사람들이 재촉하는 걸 보고 무서운 표정을 짓는다.)..어? 아니..어..당연히 학교 가지. 음..그래, 안녕..(플립을 닫고는 옆에서 떠드는 사람들을 노려본다.)전화하는 거 안 보여? 조용히 하랬잖아?
일진 1(비웃는)주위를 봐라. 우리가 조용해도 조용할 것 같애? 괜히 신경질이야?
일진 2(껌 씹으며)그나저나 얘는 왜 이렇게 안 오냐? 가방을 만들어서 오나?
지민(무표정한 얼굴)귀찮으면 그냥 가. 옷 받은 걸로 너희들한테선 볼일 끝났어.
일진 1(째려보며)미쳤어? 옷 산 돈을 받아야지.
일진 2(껌을 뱉고)그것만 받아? 수고료도 받아야지.(지민을 비웃음 띄며 보다가 멀리서 오는 세진을 본다.)야, 이년아! 왜 이렇게 늦어?
세진(숨을 몰아쉬면서도 옆에서 말을 거는 애들을 노려본다.)..시끄러. 너희들이 부른 것도 아니잖아?
일진 1(화가 나서 손을 들려다가 지민이 세진에게 다가가자 혼자서 욕을 하며 손을 내린다.)…하여튼, 성질 드러운 것들..
지민(가방 받으며)미안. 나오긴 했는데..가방을 안 가져 왔더라구.
세진(불쾌한)이것땜에 다시 학교 간 거 알아? 가뜩이나 늬 동아리 애들이 아직 있어서 들킬 뻔 했단 말야.
지민(웃으며)미안하댔잖아. (세진에게 어깨동무하며)가자. 오늘은 내가 다 쏠게.
세진(말 없이 지민 보고는 한숨)..쟤들도 가는 거야?
지민(상관없다.)맘대로 하라 그래. (손에 들린 가방을 보고)우선 이것부터 처리해야지.
지민과 일진 애들, 근처의 지하철 역으로 내려가면서 서로 떠들어댄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세진, 한숨을 쉬며 자신도 뒤를 따라가는 모습에서 D.
E)대체 어디서 뭘 하는 거야?
#혜원의 방
뾰로통한 얼굴로 휴대폰과 신화의 가방을 번갈아서 노려보는 혜원의 모습이 보인다. 다시 단축키를 눌러 전화를 하면 전화가 꺼져있다는 말만 나온다. 짜증난다는 듯 휴대폰을 침대에 홱 던져버리고는 책상에 엎드린다.
혜원(중얼)…또 뭐가 맘에 안들어서…
가만이 눈을 뜨며 자신의 눈 바로 앞에 있는 책상과 눈을 마주하다가 배가 고픈 듯 방을 나서서 거실로 걸어나간다.
혜원 엄마, 밥 안 먹어?
혜원 모(텔레비전전 보면서)아까 먹으랄 땐 안 먹고..식탁에 있으니까 먹어.
혜원(식당으로 들어가면서)어..혹시 신화 한테서 전화 안 왔어?
혜원 모 신화가 왜? 언제 뭐, 집으로 전화했었니? 허구헌날 휴대폰 끌어 안고 사면서?
혜원(식탁을 보고는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없는 듯 냉장고를 뒤진다.)그랬었나..
혜원 모 그랬잖아. 여하튼, 고등학생이 휴대폰 사용할 일이 뭐가 그렇게 많다고..
혜원(과일을 들고 거실로 나온다.)그래도 난 적게 쓰는 편이다 뭐..되도록이면 문자치는 주의거든.
혜원 모(비죽)구세대인 엄마는 문자 보는 법도 모른단다.
혜원(과일 깎으며)그건 엄마 사정이고..(하다가 텔레비전전 본다.)..무슨 프로야?
혜원 모(과일 먹으며)성공시대. 너도 이런 것 좀 봐. 맨날 드라마만 보지 말고.
혜원(입 내밀면서 과일 깎는다.)누가 들으면 맨날 보는 줄 알겠네. 채널 차지하는 건 엄마잖아.(하다가 버럭)과일 먹지 마! 엄만 밥 먹었잖아!
혜원 모(기막힌)아니, 내가 사온 과일, 내가 먹겠다는 데 딸이 그런 말 할 수 있는 거야? 어?
혜원(퉁)초등학교 이래 10년 동안 엄마가 깎은 과일이 몇 개나 돼? 내가 다 깎았잖아!
혜원 모 너 태어난 이래, 내가 너한테 쏟은 시간 일일이 설명해서 파일로 만들어서 제출하리?
혜원(할 말 없다. 중얼거리면서 과일 깎는다.)하여튼..성공하려면 엄말 잘 만나야 한다니까..
혜원 모(괘씸한)얘 좀 봐..기껏 잘 키워놨더니 한다는 소리가..
혜원(과일을 아작 씹는다.)조용히 좀 해봐. 하나도 안 들리잖아.(리모콘으로 소리 키운다.)
혜원 모, 혜원이 못 마땅하지만 자신도 재미있게 보는 터라 더 이상 아무말도 안 한다. 절망 속에서 성공한 한 예술가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영상은 보이지 않고 간혹 소리만 들린다.
TV F)견디기 힘들었죠..저에게 단 하나의 소망이었던 것이 되려 저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 주었으니까요.
혜원 …..
TV F)게다가, 그렇게 제가 간절히 원했던 것이 남들에겐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비춰지는 것이 절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어요.
혜원(묵묵히 과일을 먹으면서 텔레비전을 본다.)
TV F)지금도 그 답을 찾지 못한 채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죠.
(웃음)다행히도 남들 눈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이더군요. 제 자신은 아직 무엇 하나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없는데 말이죠.
혜원 모(과일 먹으며)그 정도 성공했음 됐지, 뭐가 불만이냐, 그래..
혜원 …..
TV F)굳이 말하자면..절망을 느낀 만큼 간절함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이 두개가 균형을 맞추고 있으면 어쨌든 앞으로 나아갈 순 있어요. 더 나아지기 위해선 간절함을 더 키워야겠지요.
묵묵히 텔레비전을 보던 혜원, 과일 먹던 걸 놔두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말 없이 들어가는 혜원의 모습에 혜원 모,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다시 시선을 텔레비전으로 돌린다.
혜원 ….(멍하니 책상에 앉아있다.)
(insert)-회상
형주(물끄러미 혜원 바라보다가 냉랭)…원래 그림에 관심이 많은 거야, 아님 일시적인 흥미인 거야?
혜원 …뭐?
형주(비죽)그렇겠지..일시적인 거겠지….(생각난 듯)..스트레스 풀기 위해서 고른 것중의 하나라…왜? 뭣 땜에 전시회에 그렇게 집착하는 거지? 놀이공원이 더 낫지 않나?
혜원 ……
혜원(중얼)…그게..그런 거였나…
중얼거리던 혜원, 책꽂이에서 무언가를 뒤지더니 파일 안에서 전시회 포스터를 꺼낸다. 이리저리 뒤적거리다가 맘에 차지 않는 듯 포스터를 덮는다.
혜원 …바보같으니..(일그러진)절망도 갖지 못하는 사람은..어떻게 하라고….
굉장히 슬픈 듯한 혜원의 모습이 멀어지면서 화면이 어두워지고 뜨는 자막(타이핑 소리)
혜원 N)절.망.인.가.허.무.인.가.
E)글쎄.
#한 패스트푸드 음식점
학원 근처라서 그런지 학생들이 유난히 붐비고 있는 패스트푸드점이다. 세트를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성제와 정연의 모습이 보인다.
성제(웃으며)너무 어려운 걸? 평소에도 그런 생각하고 사는 거야?
정연(덤덤)…주위여건에 따라서.(콜라를 흔들며)이리저리 헤메는 녀석들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돼.
성제 흠….넌 어느 쪽인데?
정연 난 차라리 절망을 선택할 거야.(콜라를 마시며)..허무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이거든.
성제(포테이토를 집으며)어느 쪽이든 힘든 건 마찬가지 아냐? 그럼 김정연 양은 그 두개를 비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정연(덤덤)간단한 법칙이라고 생각한 것 뿐이야.(성제 보며)절망의 반작용은 존재하지만 허무의 반작용은 존재하지 않거든.
성제…절망의..반작용?
정연(햄버거 먹으며 콜라를 마신다.)……
성제(정연 보다가)…기대치를 얘기 하는 거야?
정연 …비슷해. 아까도 얘기했잖아? 허무는…(강조)아무것도 없는 거라고.
성제(가만히 정연을 바라보다가)…차라리 아무것도 없으면 허무조차 느끼지 못하는 거 아닐까? 기대에서 절망으로 빠져버리면 오히려 그 고통은 배가 될텐데?
정연(성제의 말에 의외라는 듯 성제를 쳐다본다.)….
성제(씁쓸한)..주위사람이 알려주지 않으면 정작 제 자신은 허무안에 있는지 모를 거야. 끝없는 고통보다는 차라리 그게 더 낫지 않을까..생각하는데..
정연(비웃는)그래서 아무것도 기대 안하고 살겠다? 아무것도 원하는 거 없이 살겠다?
성제 …..
정연(단호한)난, 그런 거 싫어. (가슴을 가리키며)이래뵈도, 하고 싶은 것도 많고..원하는 것도 많아. 상처받더라고 그것들을 간직하고 살고 싶어.
성제 ….가능성이 없어도?
정연(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쓴 웃음)..예전엔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는데…이젠 그런 생각 안 할거야.
성제…그래?
정연 음..(씁쓸한)..그건 너무 슬픈 일이거든. 간신히 붙잡고 있는 끈마저 놓쳐버리면..나까지 허무 속으로 빠져들 것 같아서…
두 아이, 그렇게 서로 아무 말 없이 앞에 놓인 음식을 먹는다. 조용히 먹고 있는 정연을 바라보던 성제,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고..
성제(망설이면서)…그렇게…생각이 바뀐 이유, 물어도 돼?
정연(성제를 보며)….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야?
성제 음..
정연(탁자 정리하며)글쎄….(옆의 가방 챙기며 일어난다.)니 것도 줘. 내가 버릴게.
성제(멍하니 앉아있다가 정연이 일어나자 자신도 따라 일어난다.)
정연(쓰레기 정리하면서 툭)옆에 있는 사람 때문에 자신이 허무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
성제 …?
정연(쟁반을 놓으며 슬픈 얼굴)…그런 사람을 보는 건 괴로운 일이야. (성제 보며)굉장히..괴로워.
성제 ….그래서..생각을 바꾼 거야?
정연(웃으며)그래. 하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냐.(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간다.)
성제(따라 나가며)다른 이유도 있어?
정연 …그 아이..나름대로 빠져나오려고 하거든. (성제를 보며)상처를 입으면서도..나오려고 해. (덤덤)그 아이를 보면, 가능성이 없다는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성제 …..
정연(덤덤)너도 그만 거기서 나와. 보기 굉장히 안 좋아.
성제(정연을 보며)…무슨?
정연 말하기 싫으면 말고.(지나가는 말)지민이는, 너한텐 굉장히 위험한 애야. 그만 손 떼는 게 좋아..
성제…아까, 가능성이 없다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잖아. 왜 나한텐 손을 떼라고 하는 거지?
정연(성제를 보며)이건 가능성의 이야기가 아냐. (강한)허무가 좋다고 하는 녀석이 절망을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성제 !!
정연(냉랭)자신조차, 단념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내가 포기하라고 말을 한 것이 말이 안 되낟고 하진 않겠지?
성제(시선을 피한다.)…..
정연(시계보며)..난 또 수업 들어야 해.(성제 툭 치며)잘 생각해 봐.
성제……
어두운 밤길에서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는 정연의 모습과 쓸쓸히 서 있는 성제의 모습이 멀어지면서 D.
#신화 방
급히 일어난 듯한 침대의 모습과 이리저리 어질러진 옷과 파일들 등으로 방이 엉망이다. 아직 신화가 들어오지 않은 듯 불이 꺼져있다. 멀리서 발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가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불이 켜지면서 얼굴이 보이면 신화다.
신화(말 없이 침대 쪽으로 시선을 돌리다가 놀란다.)…깜짝 놀랐네..여기서 뭐하냐?
혜원(말 없이 신화 노려본다.)
신화(찔린 듯 시선 피하며)..음..물론 이유는 알고 있지만..(하다가 책상에 놓인 자신의 가방을 본다.)…네가 가져온 거야?
혜원(퉁명)애라랑 유미랑 셋이서 낑낑대고 가져온 거야.
신화(혜원이 단단히 화가 난 걸 알겠다. 얼굴 찌푸리며)..음…고맙다..고마워..(혜원 눈치 보며)오늘일은..내가 잘못 한 거 아는데..
혜원(건조한)됐어. 일일이 설명 안 해도 돼.
신화 …어?
혜원(비죽)니가 언제 나한테 다 알려준 적 있니? 일일이 물은 내가 유난스러운 거지.
신화(얼굴 표정 바뀌고)…내가..그랬나?
혜원 아니라고 생각하면 내 착각이겠지 뭐.(신화 보며)..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시선 피하며)…애초에 내가 먼저 잘못한 거니까.
신화 신혜원!
혜원(파일 침대에 놓으며)오늘 숙제 참고 파일이야. 다음 주 수요일까지니까 하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 이젠 상관 안…(하다가 신화가 팔을 잡아당기자 말을 멈춘다.)
신화(낮은)내가 잘못한 거 알아! 아는데…너, 지금 이 태도는 뭐야…
혜원(울음 섞인)…내가 나쁜 거잖아! 내가 먼저..친구관계를 깨트린 거였잖아! 너..그래서 날 계속 피해다녔던 거 아냐?
신화(한숨)..언제적 얘기를 하는 거야? 그건 이미 중학교 때 다 끝난 얘기 아니었어?
혜원(날선)날 바보로 아는 거야?(팔 뿌리치며)네가 날 피하는지 아닌지 정도도 구별 못하는 애로 보여?
신화 …..
혜원…애초에 내가 초래한 거니까 널 원망할 생각은 없어.그러니까..(눈 비비며)이제 그만 방황해.
신화(한숨쉬며)너 때문이 아닌 거 알잖아. 알면서 왜 그래..
혜원(울음기 묻어나는)..네가 원했던 걸..무시해서 미안해..(눈을 비빈다.)미안해..
신화(더 이상 어쩔 수 없다. 혜원에게 몸을 돌린다.)..오늘은 그만 해. 돌아가라..
혜원 …..(말 없이 신화를 보다가 신화의 방을 나선다.)…미안해..
혜원이 방을 나서자 마자 신화, 거칠게 온 방안을 휘젓는다. 이리저리 휘젓다가 지친 듯 침대에 털썩 누우면서 한숨을 쉰다.
신화(자조적인)젠장…젠장…(큰 소리로)제기랄! 왜 이제와서!!
(insert)-회상
지민(얼굴 잔뜩 찌푸리며 머리를 긁적이다가 신화를 툭 친다)….내가 잘 했다고는 생각 안 해. 하지만…(낮은)네가 혜원이한테 갖는 미안함을…왜 죄다 내 탓으로 돌려버리는 건지 이해가 안 가는데 말야…
신화 …뭐?
지민(냉랭)네가 날 싫어하는 이유,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내가 혜원이에게 상처를 줄 거 같아서?
신화 …..
지민(낮은)위선자 같으니. 넌, 나한테 뭐라고 할 자격 없어.(신화를 민다.) 적어도 나보단..너 때문에 혜원인 상처 받을 거야.(몸을 돌려 옥상 문 쪽으로 걸어간다.)
신화(중얼)..틀렸어 윤지민…(눈을 가리면서)…이미 상처를 준 후야….
신화 N)그날 이후 찾아온 슬픔. 그리고….아득한 허무.
# 혜원 방
얼굴을 침대에 묻고 소리가 밖에 안 들리게 소리 죽여서 우는 혜원의 모습. 그 동안 여러가지 일이 많았던 것 처럼, 소리를 죽이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인다. 혜원의 우는 모습 옆에 서 있는 신화와 지민의 어렸을 때의 사진이 보이면서 F.O.
신화 N)(망연한)…이제…되돌아갈 수 없다….
여러가지 영상들이 한꺼번에 난무하면서 지나간다. 중학생시절인 듯, 앳되보이는 신화와 혜원의 모습이 여러가지 겹쳐서 지나가다가 마지막 영상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클로즈 업. 자세히 살펴보면 망연한 얼굴의 신화와 계속 울고 있는 혜원의 모습이다. 순간 영상이 사라지면서 형주의 목소리가 들린다.
E)대체 언제쯤이 돼야 갈거냐?
#형주네 집.
의자에 앉아서 조용히 차를 마시는 태훈이 못마땅한 지, 뚱한 얼굴로 노려보면서 퉁명스럽게 내뱉는 형주의 모습이 보인다. 별로 신경쓰지 않는 다는 듯, 천천히 차를 마시면서 태훈이 말을 걸고..
태훈(덤덤)거실이 엉망진창이더군. 아직까지 짐정리 안 하고 뭐했냐?
형주(비죽)남이사.
태훈(차를 마시면서)…혼자 사는 거야? 그러기엔 너무 넓은 것 같은데..
형주(노려보며)쓸데없는 거 묻지마. 차나 마시고 빨리 가.
태훈(덤덤)차는 천천히 마셔야 하는 것도 모르나? 차 마시다가 체하면 약도 없어.
형주(말 없이 노려보다가 분한 듯 배게로 침대를 친다.)
태훈(창문을 열며)츳..먼지가 나돌아다니는 군. 차마시는데 방해되니까 그만 해.
형주(버럭)야! 여기가 내 방이지, 니 방이냐? 사내 자식이 왜 이렇게 말을 잘하는 거야?
태훈(한 쪽 창문을 열고 커튼을 동여 매며)말 잘하는데 남자 여자가 무슨 상관이야?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사람 위에 서려면 말을 잘하는 건 필수..(하다가 밖에 서 있는 그림자를 보고 말을 멈춘다.)….
형주(모른 채 계속 투덜댄다.)내가 왜 이 놈이랑 이러고 있는 거지…제기랄…
태훈(밖을 쳐다보다가 다시 시선 돌려서)..너 혼자사는 집이지? 들어올 때 보니까 가구들이 별로 없던데..
형주(퉁)그래! 나 혼자 산다!(하다가 헉)행여나, 나중에 네 놈 멋대로 쳐들어 올 생각은 하지마!
태훈(무언가를 생각하다가 덤덤)이 집이 넓어도 우리 집 거실만 못하니까 그럴 일은 없을 거다.
형주(자리에서 일어난다.)사내 자식이 잘난 척도 잘하는 구만.(방을 나서며)빨리 후딱 마시고 꺼져버려!
태훈 어디 가는데?
형주(욱 하며)화.장.실.
형주가 문을 열고 거칠게 걸어나가면 태훈, 피식 웃으며 차를 마신다. 밖에 서 있는 그림자가 신경쓰이는 듯 힐끔 쳐다보다가 차를 마시려고 하면 이미 다 마셨다.
태훈(중얼)..진짜 가야겠군.(가방을 들고 일어나는데 옆에 놓여있는 네모난 보자기가 보인다.)..뭐지?
이리저리 살펴보면 아무래도 액자인 듯, 살짝 풀러서 보면 태훈, 놀란 표정을 짓는다. 따뜻하면서 풍성한 봄날의 평야가 푸른 색과 파스텔 톤의 색깔로 어지러이 그려져 있고 그 가운데에서 밝은 미소의 아이가 웃고 있다.
태훈(덤덤히 바라보다가 다시 보자기를 묶는다.)…신혜원이 난리 친 이유가..이거였나…(피식)난리 칠만 하네..
형주(들어오면서)다 마셨지? 이제 제발 가라.(차를 치우며)가! 가!
태훈(덤덤)사람을 재촉하면 오히려 더 가기 싫어지는 거 알아?
형주(익, 하며 말을 멈추고 태훈을 노려본다.)
태훈(피식) 차, 잘 마셨다. 내일 학교에서 보자.
태훈이 현관 쪽으로 걸어나가면 형주,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쉬고 밖으로 따라나간다.
태훈(덤덤)참, 아까 광도가 널 찾는 것 같던데 어떻게 할 거지?
형주(퉁한)알게 뭐야. 난 상관없어.
태훈 네가 잘 모르나 본데..이 학교에서 광도한테 찍히면 살아남기 힘들거다.
형주…..
태훈(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아까의 그림자가 생각나서 그만 둔다.)..그럼 들어가라. …사내자식이니까 괜찮긴 하겠지만..문단속 잘하는 편이 좋을 걸.
형주(태훈 밀어내며)내가 네 녀석 배웅하려고 나온 줄 알아? 문 잠그려고 나온 거야! 가! 제발 좀 가라!(문을 콰당 걸어잠구고 쿵쿵쿵 집안으로 들어간다.)
태훈(중얼)..성질 한번 급하긴..그래가지고 어떻게 그림을 그렸나 몰라…
잠시 서서 형주의 집을 바라보다가 태훈, 휴대폰을 꺼내서 어딘가에 전화를 건다. 전화를 마치고 천천히 골목을 돌아서 형주네 집 뒤 쪽으로 가면 아직 그 곳에 서 있는 누군가가 보인다.
태훈(덤덤)…이 집에 사는 사람 같지는 않은데..여기서 뭐하는 거죠?
남자 …..
태훈(가로등 빛에 가까이 가서 보면 늙은 남자의 모습이다.)…부모님..이신가요?
남자(고개 저으며)…형주..친군가?
태훈(덤덤)같은 반입니다.
남자(흐린)그래…형주에 대해서 얼마나 알지?
태훈….거의 모릅니다.(덤덤)얼마전에 전학 온 녀석이거든요.
남자(쓸쓸한)..그래…그럼 그림은 못 봤겠구나..
태훈 …?…봄 들판이 그려진 그림 말입니까?
남자(고개 들며)봤나? 그 그림을 봤나?
태훈(남자의 반응에 놀라)..아뇨..그냥 살짝 본 것 뿐인데..
남자(기쁜 듯)형주가..보여주던가? 그걸 보여줬어?
태훈(고개 저으며)몰래 본 겁니다. 그냥 묶여 있길래 뭔가 해서..
남자(금새 얼굴 흐려진)…그래?(한숨)…아직도..아직도 안돼는 건가..
태훈 ….?(뒤에 들리는 클랙숀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차가 와 있다.)…그럼..
남자(몸을 돌려 가려는 태훈을 붙잡고)..부탁이 있는데…제발 들어주면 안되나?
태훈(덤덤)별로 그다지 친한 관계가 아닙니다. 부탁을 하셔도 전 못들어드릴 겁니다.
남자(고개를 저으며)내가 이 근처를 며칠째 보고 있는데..저 녀석 집에 들어간 건 학생이 처음이야. 친하든 안 친하든 간에 부탁할 사람은 자네 밖에 없어.
태훈(귀찮은 일에 말려든 느낌이다 거절하려고 남자를 보면 간절한 느낌이 묻어난다.)……(조그맣게)제길..나답지않은 일은 왜 해서…
남자(간절한)..제발..부탁이네..저대로 형주 놔두면..평생 그림을 그리지 않을 거야…
태훈(남자를 쳐다보다가 한숨)…말씀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한 번 해볼 테니…
남자(기쁜 듯)부탁하네. 정말..저 녀석..저대로 놔두기엔 너무 아까워서….내가 너무 죄지은 것 같애서…..
태훈 …..?
어두운 골목길 사이로 들리는 늙은 남자의 목소리와 은은한 가로등 빛이 어우러져서 밤을 더욱 깊게 한다. 남자의 말이 끝나고 놀란 듯한 태훈의 얼굴이 비춰지면서 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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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mulun입니다.
점점 글 올리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습니다.(원래 성격 나오는 군요)
확실히, 이번 학기는 정말 벅찹니다. 인생 최초로 수강을 철회할까..생각하는 과목이 세개나 되니..-_-;;;
그래도 열심히 끝까지 나가보려고 아둥바둥하다보니 이래저래 글을 쓸 시간이 없게되더군요.
마침 어제의 한파로 오늘 아주 끝.장.나.게. 감기에 걸려서 하루종일 잠만 자고 골골대는 바람에 일어나서 컴터 쓸 시간이 되더군요.
감기약 먹고 비실 거리면서 쓴 글이라서 어딘가 연결부분이 어색하도라도 이해해주세요..ㅜ_ㅜ
슬픈아픔도 이제 하나 남았습니다.
이번이야기에선, 처음으로 신화와 혜원의 아픔을 살짝 보여드렸는데...
과연 이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언제 그릴진 미지수입니다.
우선 형주부터 풀고 봐야죠.
날씨가 정말 춥습니다. 몸 조심하셔서 저 처럼 고생하지 마세요..
언제나 행복하시길..
mulun드림
이 름 : mulun 번 호 : 1654
작 성 일 : 2001/11/09 (금) PM 08:11:12 조 회 : 165
track two….슬픈아픔 sung by SEOTAEJI&BOYS….fourth fragment
#2학년 5반 교실
수업이 끝난 후의 한산한 교실의 모습. 몇몇 학생들이 즐겁게 떠들고 장난치고 있는데, 그 뒤로 혜원과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혜원(한숨)..대체….(신화 자리 흘기며)어디로 간거야??
애라(역시 한숨쉬며 지민의 자리 흘긴다.)……얘는 잠잠해졌나 싶더니만….또 병이 도졌나?
유미(멍한 얼굴로 두 자리 번갈아 보다가)….그럼, 오늘 동아리 회의는 어떻게 해? 신화랑 지민이 빼고 해야 해?
혜원(조용히 서 있다가 가방을 매고는 신화 가방을 챙긴다)..어쩔 수 없지. 다음으로 미뤄야지..
애라(찡그리며)둘 없다고 회의 못하나? 그냥 우리끼리 하면 안돼?
혜원(덤덤)정연이는 저번부터, 이번주는 학원 때문에 못온다고 했던 거 알지? 1/3이나 빠지는 상황에서 동아리 회의를 할 순 없지.
뚱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애라의 시선을 무시하고 혜원은 묵묵히 가방을 챙긴다. 그 위로….
혜원 N)…누구나가 바라는 것이 있다.
#커튼이 쳐진 어두운 방
굳은 표정의 형주가 침대에 걸터 앉아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 옆에는 꽁꽁 묶여진 그림 액자 틀이 보인다.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거칠게 침대 근처에 있는 전화기를 밀어내는 모습에서 스틸.
혜원 N) 자신이 바라던 것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
#대낮의 시내
덤덤한 표정의 지민의 모습. 가방없이 교복차림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끗 쳐다본다. 그런 시선을 느낀 지민, 쓴 웃음을 짓더니 휴대폰을 꺼내서 어딘가에 전화를 하는 모습에서 스틸.
혜원 N)…그래서 아파하면서 끝없이 밀어내려는 사람들
#시끄러운 오락실
무표정한 신화의 모습이 교복 차림의 남학생들 사이로 보인다. 시끄러운 오락실 벽에 기대있던 신화, 옆에서 신나게 총을 쏘며 노는 남학생을 보곤, 자신도 옆으로 가서 동전을 넣고 게임을 한다. 뭔가가 마음에 안 드는 듯 얼굴을 잔뜩 찌푸린채 한 손으로 총을 쏘는 모습에서 스틸
혜원 N)..결국엔 자신의 손으로 그 소중한 것을 놓아버리는 사람들..
#2학년 5반 교실.
가방을 다 챙긴 혜원, 한숨을 쉬며 무거운 신화의 가방을 든다.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애라, 혀를 차며 신화의 가방을 책상에 다시 내려놓는다.
혜원 ..애라야?
애라(퉁)너 혼자 어떻게 이걸 들어? 야! 배유미! 너도 일루와! 이거 삼분의 일만 가져가라!
유미(다가와서)어….(지민 책상 보며)..근데 지민이 건 어떻게 해? 그냥 놔두고 가?
애라(퉁)너, 지민이네 집 알아?(말 못하는 유미보며)모르지? 못 갖다주는 거지, 안 갖다주는 게 아냐.
혜원 ……..(어느 시점에서 쓴 웃음)
유미(가방들며)우..와….무겁다…
애라(가방들며 교실을 나간다.)얘는 공부도 안 하면서 가방은 왜 이렇게 무거운거야??
혜원(지민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몸을 돌린다.)…가자.
혜원과 아이들이 교실을 나가면 교실엔 아무도 없다. 잠시후, 뒷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누군가가 지민의 자리로 와서 지민의 가방을 들고 앞문으로 조용히 나간다. 앞문으 스르르 닫히면서 D.
혜원 N)..그렇게 절망의 바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에.
E)신혜원!
# 운동장 일각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을 향하던 혜원, 난데없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본다. 평소의 정돈된 모습이 흐트러진 채 뛰어오는 태훈이다. 혜원에 앞에 선 태훈, 숨을 고르며 안경을 올린다.
태훈….물어볼 게 있는데….
혜원(눈 동그랗게 뜨고)나? 나한테?
태훈 음.(혜원과 여자애들이 멀뚱히 자신을 쳐다보자)…왜, 물어보면 안돼나?
애라(중얼)평소엔 무뚝뚝의 극치더니 이제 와서 무슨..(하다가 말 끊고 혜원을 노려본다.)
혜원(덤덤한 표정으로 애라한테서 발 치우면서)뭘 물어보려고?
태훈(혜원 주위를 살피다가 한숨)..윤지민…어디 갔는 지 혹시 알아?
태훈의 말에 애라와 유미,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마주본다. 혜원은 별로 놀라지 않은 듯, 덤덤한 표정으로 태훈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손에 들고 있는 신화의 가방을 들어보인다.
혜원 …보다시피, 짐덩이가 하나 있어.(태훈 보며)…아쉽게도, 난 지민이네 집을 몰라서 말야.
태훈 ……
혜원(볼 일 없다는 듯)교실에 가방 있을 거야. 뭣하면 네가 가져다주든지.(애들에게)가자.
태훈(말 없이 혜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교실로 다시 뛰어간다.)
혜원 N) 그러나 그 무엇도 갖을 수 없는 사람은…
애라(뛰어가는 태훈을 보며)뭐니, 쟤? 여자한테 관심없는 척 하고, 지민에게 관심있었던 거야?
유미(멍하니)..쟤, 여자친구 있지 않았어? 왜..정연이네 반에..
애라(못마땅한)김연진 말이지? 왜 아니겠어. 어렸을 때부터 소꿉친구라는데.(비죽)그런 여자친구가 있으면서 지민이는 왜 찾는데?
혜원(덤덤)소꿉칝구라고 다 사귀는 건 아니지. 소문이 와전된 것일수도 있어.
애라 야, 한태훈 쟤가 김연진 얼마나 챙기는 지 몰라서 그래? 그러고보니 이번 주엔 안나온다고 하던데.(한숨)집이 빵빵한 애들은 정말 좋겠다.
유미(덩달아 한숨)나도 학교 오기 싫은데…
혜원 ……
그렇게 학교를 등지고 터벅터벅 교문을 나서는 세 명의 아이들의 모습에서 F.O.
혜원 N)그 절망조차 가지지 못하고 허무 속에서 울고 있다…
#석양 빛이 비치는 교실
뒷 문을 열고 들어오는 태훈의 모습이 햇빛에 비춰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지민의 자리로 가면 가방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지민의 자리를 쳐다보던 태훈, 한숨을 쉬며 지민의 자리에 털썩 앉는다. 상당히 짜증나는 듯, 머리를 휘휘 젓다가 시계를 보고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다. 교실을 나서려고 뒷문으로 가려는데, 형주의 자리에 놓여있는 가방이 보인다. 덤덤히 형주의 가방을 쳐다보던 태훈, 쓴 웃음을 지으며 형주의 가방을 들고 교실을 나간다.
태훈(중얼)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천천히 교실 복도를 가로질러가는 태훈의 모습뒤로 붉은 햇빛이 비추면서 W.O.
#평범한 주택
이사온 지 얼마 안된 듯, 상당히 어지럽게 보이는 외관이다. 약간 어둑해진 골목 위로, 방에서 나오는 불빛이 은은하게 비춰지고 있다. 그 방으로 들어가보면 피곤한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형주의 모습이 보인다. 가끔씩 얼굴을 찡그리면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으면서 마른세수를 한다.
형주(중얼)..신경쓰지 말자..(벌떡 일어나서)..니 코가 석자인 것도 모르냐, 이 녀석아..(자조적인 웃음)
침대 밑에 뉘어있는 그림을 들고 방문을 나서려는 찰나에 방안에 전화벨이 울려퍼진다. 형주, 그림을 책상에 놔두고는 전화를 받으면 곧바로 얼굴이 찌푸려진다.
형주 …못한다고 했잖아요..아뇨, 안 합니다. …..(씁쓸한)그 이상은 말씀하지 마세요…안 그래도 그 녀석이 날 용서할리가 없다는 건 알아요…(슬프면서도 단호한)그러니까 다음부터 그런 부탁 하지 마세요.(전화를 끊는다.)
형주, 전화를 끊고 기분이 나쁜 듯, 그림을 책상에 놔둔 채 거실로 걸어나가면 여기저기 박스만 보이고 가구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넓다란 거실에 덩그라니 텔레비전전 하나만 놓여있다.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마루에 털썩 주저 앉아서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면 어느 코너에서 봄의 전시회라는 주제로 이리저리 취재를 하고 있다. 그걸 보고 또 화가 난듯 이리저리 돌리다가 거칠게 끄고는 리모콘을 던져버린다. 형주, 어두운 거실에 뒤로 벌러덩 눕고는 멀뚱히 천장을 응시한다. 그렇게 조용히 있는 가운데에 단조로운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형주(놀란 듯)..누구지? 올 사람이 없는데…(현관 쪽으로 걸어나간다.)
현관으로 걸어나오면 인터폰이 망가진 듯,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 이리저리 눌러보던 형주, 짜증난다는 듯, 현관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온다. 대문에 가려져서 밖에 누가 있는지 보이지 않자 큰 소리로 외친다.
형주(퉁) 누구세요?
E)…난데..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형주는 자신의 귀를 의심한 듯, 고개를 갸우뚱 하다가 대문에 가까이 간다. 대문 사이로 보이는 사람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안경을 쓴 말쑥한 차림의 남자아이다. 누군지 확인한 형주의 표정이 굳어지고….
형주(낮은)..네 녀석이 여긴 웬일이냐?
태훈(덤덤)예의한번 끝내주는 군. 이대로 세워둘 참이야?
형주(비죽)오라고 한 적도 없으니 예의차릴 필욘 없겠지.(몸을 돌리며)헛탕을 치게 해서 미안하군.
태훈(덤덤)가방 가져가기 싫으면 맘대로.
태훈의 말에 형주, 앗차 하면서 얼굴이 일그러진다. 혜원의 말에 발끈해서 교실을 나간뒤로 그냥 집에 와버렸기 때문에 가방을 챙겨오지 못한 것이 생각난 듯, 짜증나는 얼굴로 애꿎은 마당만 발로 툭툭 친다.
태훈(피식)그렇게 땅을 치면 화가 풀리나 보지? 발은 안 아파?
형주(욱)시끄러! 가방이나 주고 가!
태훈(덤덤)그렇게 말하면 일부러 주러 온 사람, 기분 나빠지지.(몸을 돌리며)안 그래도 수업을 두 번이나 째는 바람에 광도한테 찍혀있던데..(웃으며)내일 가방까지 안 갖고 오면 볼만 하겠군.
형주(분하지만 말을 하지는 못하고 태훈을 노려본다.)
태훈(가방을 들고)그럼, 푹 쉬어라.(말을 마치고 앞에서 대기 중인 차를 향해 걸어간다.)
멀어져가는 태훈을 바라보던 형주, 눈을 질끈 감고 몸을 돌려서 문을 연다.
형주(버럭)야! 열었으니까 가방이나 줘!
태훈(말 없이 차에 오른다.)
형주 이 자식이!
문을 열고 바깥으로 뛰쳐 나와 태훈의 차로 달려간다. 태훈이 덤덤하게 문을 닫으려는데 형주가 뛰어와서 차 문을 붙잡고 태훈을 노려본다.
태훈(형주를 보며)위험하잖아.
형주(노려보며)가방 달라고 했잖아. 문 연거 안 보여?
태훈 난 배달원이 아냐. 문을 사이에 두고 가방만 건네줄거면 내가 잘못 찾아온 거지.(건조한)학교에서 받아.
형주(태훈 노려보다가 집을 쳐다보고는 한숨)….10분만이야. 들어와.(몸을 돌려 집으로 들어간다.)
분한 듯, 거칠게 걸어들어가는 형주의 모습에, 태훈, 조용히 미소를 띄며 차에서 내린다.
태훈(기사에게)먼저 가세요. 전 나중에 갈 테니까.
옆의 손에 들려있는 형주의 가방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가볍게 웃는 태훈의 모습에서 F.O.
E) 유신화?
# 어둑한 번화가
주위에서는 서서히 네온사인이 불을 키고 번쩍거리고 있다.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소음소리가 거리를 꽉 메우고 그 구석에는 사복차림의 지민이 서 있다. 잘 들리지 않는 듯, 휴대폰을 귀 가까이에 대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지민(얼굴 찡그리며)신화를 왜 나한테서 찾아?….그래? 땡땡이 쳤어?(뭔가 생각난 듯 가벼운 비웃음을 띈다.)내버려 둬. 애도 아닌데 무슨 걱정이..(하다가 폰을 귀에서 뗀다.)알았어, 알았어. 미안해. 어~잘못했다니까..음..(웃으며)아니..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그냥 잠잠했더니 좀 놀고 싶어서 그런 거야. 어..가방? 괜찮아, 괜찮아. 내가 친구한테 부탁해놨어. 어..미안할 필요 없어. 어..(옆의 사람들이 재촉하는 걸 보고 무서운 표정을 짓는다.)..어? 아니..어..당연히 학교 가지. 음..그래, 안녕..(플립을 닫고는 옆에서 떠드는 사람들을 노려본다.)전화하는 거 안 보여? 조용히 하랬잖아?
일진 1(비웃는)주위를 봐라. 우리가 조용해도 조용할 것 같애? 괜히 신경질이야?
일진 2(껌 씹으며)그나저나 얘는 왜 이렇게 안 오냐? 가방을 만들어서 오나?
지민(무표정한 얼굴)귀찮으면 그냥 가. 옷 받은 걸로 너희들한테선 볼일 끝났어.
일진 1(째려보며)미쳤어? 옷 산 돈을 받아야지.
일진 2(껌을 뱉고)그것만 받아? 수고료도 받아야지.(지민을 비웃음 띄며 보다가 멀리서 오는 세진을 본다.)야, 이년아! 왜 이렇게 늦어?
세진(숨을 몰아쉬면서도 옆에서 말을 거는 애들을 노려본다.)..시끄러. 너희들이 부른 것도 아니잖아?
일진 1(화가 나서 손을 들려다가 지민이 세진에게 다가가자 혼자서 욕을 하며 손을 내린다.)…하여튼, 성질 드러운 것들..
지민(가방 받으며)미안. 나오긴 했는데..가방을 안 가져 왔더라구.
세진(불쾌한)이것땜에 다시 학교 간 거 알아? 가뜩이나 늬 동아리 애들이 아직 있어서 들킬 뻔 했단 말야.
지민(웃으며)미안하댔잖아. (세진에게 어깨동무하며)가자. 오늘은 내가 다 쏠게.
세진(말 없이 지민 보고는 한숨)..쟤들도 가는 거야?
지민(상관없다.)맘대로 하라 그래. (손에 들린 가방을 보고)우선 이것부터 처리해야지.
지민과 일진 애들, 근처의 지하철 역으로 내려가면서 서로 떠들어댄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세진, 한숨을 쉬며 자신도 뒤를 따라가는 모습에서 D.
E)대체 어디서 뭘 하는 거야?
#혜원의 방
뾰로통한 얼굴로 휴대폰과 신화의 가방을 번갈아서 노려보는 혜원의 모습이 보인다. 다시 단축키를 눌러 전화를 하면 전화가 꺼져있다는 말만 나온다. 짜증난다는 듯 휴대폰을 침대에 홱 던져버리고는 책상에 엎드린다.
혜원(중얼)…또 뭐가 맘에 안들어서…
가만이 눈을 뜨며 자신의 눈 바로 앞에 있는 책상과 눈을 마주하다가 배가 고픈 듯 방을 나서서 거실로 걸어나간다.
혜원 엄마, 밥 안 먹어?
혜원 모(텔레비전전 보면서)아까 먹으랄 땐 안 먹고..식탁에 있으니까 먹어.
혜원(식당으로 들어가면서)어..혹시 신화 한테서 전화 안 왔어?
혜원 모 신화가 왜? 언제 뭐, 집으로 전화했었니? 허구헌날 휴대폰 끌어 안고 사면서?
혜원(식탁을 보고는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없는 듯 냉장고를 뒤진다.)그랬었나..
혜원 모 그랬잖아. 여하튼, 고등학생이 휴대폰 사용할 일이 뭐가 그렇게 많다고..
혜원(과일을 들고 거실로 나온다.)그래도 난 적게 쓰는 편이다 뭐..되도록이면 문자치는 주의거든.
혜원 모(비죽)구세대인 엄마는 문자 보는 법도 모른단다.
혜원(과일 깎으며)그건 엄마 사정이고..(하다가 텔레비전전 본다.)..무슨 프로야?
혜원 모(과일 먹으며)성공시대. 너도 이런 것 좀 봐. 맨날 드라마만 보지 말고.
혜원(입 내밀면서 과일 깎는다.)누가 들으면 맨날 보는 줄 알겠네. 채널 차지하는 건 엄마잖아.(하다가 버럭)과일 먹지 마! 엄만 밥 먹었잖아!
혜원 모(기막힌)아니, 내가 사온 과일, 내가 먹겠다는 데 딸이 그런 말 할 수 있는 거야? 어?
혜원(퉁)초등학교 이래 10년 동안 엄마가 깎은 과일이 몇 개나 돼? 내가 다 깎았잖아!
혜원 모 너 태어난 이래, 내가 너한테 쏟은 시간 일일이 설명해서 파일로 만들어서 제출하리?
혜원(할 말 없다. 중얼거리면서 과일 깎는다.)하여튼..성공하려면 엄말 잘 만나야 한다니까..
혜원 모(괘씸한)얘 좀 봐..기껏 잘 키워놨더니 한다는 소리가..
혜원(과일을 아작 씹는다.)조용히 좀 해봐. 하나도 안 들리잖아.(리모콘으로 소리 키운다.)
혜원 모, 혜원이 못 마땅하지만 자신도 재미있게 보는 터라 더 이상 아무말도 안 한다. 절망 속에서 성공한 한 예술가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영상은 보이지 않고 간혹 소리만 들린다.
TV F)견디기 힘들었죠..저에게 단 하나의 소망이었던 것이 되려 저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 주었으니까요.
혜원 …..
TV F)게다가, 그렇게 제가 간절히 원했던 것이 남들에겐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비춰지는 것이 절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어요.
혜원(묵묵히 과일을 먹으면서 텔레비전을 본다.)
TV F)지금도 그 답을 찾지 못한 채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죠.
(웃음)다행히도 남들 눈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이더군요. 제 자신은 아직 무엇 하나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없는데 말이죠.
혜원 모(과일 먹으며)그 정도 성공했음 됐지, 뭐가 불만이냐, 그래..
혜원 …..
TV F)굳이 말하자면..절망을 느낀 만큼 간절함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이 두개가 균형을 맞추고 있으면 어쨌든 앞으로 나아갈 순 있어요. 더 나아지기 위해선 간절함을 더 키워야겠지요.
묵묵히 텔레비전을 보던 혜원, 과일 먹던 걸 놔두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말 없이 들어가는 혜원의 모습에 혜원 모,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다시 시선을 텔레비전으로 돌린다.
혜원 ….(멍하니 책상에 앉아있다.)
(insert)-회상
형주(물끄러미 혜원 바라보다가 냉랭)…원래 그림에 관심이 많은 거야, 아님 일시적인 흥미인 거야?
혜원 …뭐?
형주(비죽)그렇겠지..일시적인 거겠지….(생각난 듯)..스트레스 풀기 위해서 고른 것중의 하나라…왜? 뭣 땜에 전시회에 그렇게 집착하는 거지? 놀이공원이 더 낫지 않나?
혜원 ……
혜원(중얼)…그게..그런 거였나…
중얼거리던 혜원, 책꽂이에서 무언가를 뒤지더니 파일 안에서 전시회 포스터를 꺼낸다. 이리저리 뒤적거리다가 맘에 차지 않는 듯 포스터를 덮는다.
혜원 …바보같으니..(일그러진)절망도 갖지 못하는 사람은..어떻게 하라고….
굉장히 슬픈 듯한 혜원의 모습이 멀어지면서 화면이 어두워지고 뜨는 자막(타이핑 소리)
혜원 N)절.망.인.가.허.무.인.가.
E)글쎄.
#한 패스트푸드 음식점
학원 근처라서 그런지 학생들이 유난히 붐비고 있는 패스트푸드점이다. 세트를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성제와 정연의 모습이 보인다.
성제(웃으며)너무 어려운 걸? 평소에도 그런 생각하고 사는 거야?
정연(덤덤)…주위여건에 따라서.(콜라를 흔들며)이리저리 헤메는 녀석들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돼.
성제 흠….넌 어느 쪽인데?
정연 난 차라리 절망을 선택할 거야.(콜라를 마시며)..허무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이거든.
성제(포테이토를 집으며)어느 쪽이든 힘든 건 마찬가지 아냐? 그럼 김정연 양은 그 두개를 비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정연(덤덤)간단한 법칙이라고 생각한 것 뿐이야.(성제 보며)절망의 반작용은 존재하지만 허무의 반작용은 존재하지 않거든.
성제…절망의..반작용?
정연(햄버거 먹으며 콜라를 마신다.)……
성제(정연 보다가)…기대치를 얘기 하는 거야?
정연 …비슷해. 아까도 얘기했잖아? 허무는…(강조)아무것도 없는 거라고.
성제(가만히 정연을 바라보다가)…차라리 아무것도 없으면 허무조차 느끼지 못하는 거 아닐까? 기대에서 절망으로 빠져버리면 오히려 그 고통은 배가 될텐데?
정연(성제의 말에 의외라는 듯 성제를 쳐다본다.)….
성제(씁쓸한)..주위사람이 알려주지 않으면 정작 제 자신은 허무안에 있는지 모를 거야. 끝없는 고통보다는 차라리 그게 더 낫지 않을까..생각하는데..
정연(비웃는)그래서 아무것도 기대 안하고 살겠다? 아무것도 원하는 거 없이 살겠다?
성제 …..
정연(단호한)난, 그런 거 싫어. (가슴을 가리키며)이래뵈도, 하고 싶은 것도 많고..원하는 것도 많아. 상처받더라고 그것들을 간직하고 살고 싶어.
성제 ….가능성이 없어도?
정연(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쓴 웃음)..예전엔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는데…이젠 그런 생각 안 할거야.
성제…그래?
정연 음..(씁쓸한)..그건 너무 슬픈 일이거든. 간신히 붙잡고 있는 끈마저 놓쳐버리면..나까지 허무 속으로 빠져들 것 같아서…
두 아이, 그렇게 서로 아무 말 없이 앞에 놓인 음식을 먹는다. 조용히 먹고 있는 정연을 바라보던 성제,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고..
성제(망설이면서)…그렇게…생각이 바뀐 이유, 물어도 돼?
정연(성제를 보며)….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야?
성제 음..
정연(탁자 정리하며)글쎄….(옆의 가방 챙기며 일어난다.)니 것도 줘. 내가 버릴게.
성제(멍하니 앉아있다가 정연이 일어나자 자신도 따라 일어난다.)
정연(쓰레기 정리하면서 툭)옆에 있는 사람 때문에 자신이 허무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
성제 …?
정연(쟁반을 놓으며 슬픈 얼굴)…그런 사람을 보는 건 괴로운 일이야. (성제 보며)굉장히..괴로워.
성제 ….그래서..생각을 바꾼 거야?
정연(웃으며)그래. 하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냐.(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간다.)
성제(따라 나가며)다른 이유도 있어?
정연 …그 아이..나름대로 빠져나오려고 하거든. (성제를 보며)상처를 입으면서도..나오려고 해. (덤덤)그 아이를 보면, 가능성이 없다는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성제 …..
정연(덤덤)너도 그만 거기서 나와. 보기 굉장히 안 좋아.
성제(정연을 보며)…무슨?
정연 말하기 싫으면 말고.(지나가는 말)지민이는, 너한텐 굉장히 위험한 애야. 그만 손 떼는 게 좋아..
성제…아까, 가능성이 없다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잖아. 왜 나한텐 손을 떼라고 하는 거지?
정연(성제를 보며)이건 가능성의 이야기가 아냐. (강한)허무가 좋다고 하는 녀석이 절망을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성제 !!
정연(냉랭)자신조차, 단념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내가 포기하라고 말을 한 것이 말이 안 되낟고 하진 않겠지?
성제(시선을 피한다.)…..
정연(시계보며)..난 또 수업 들어야 해.(성제 툭 치며)잘 생각해 봐.
성제……
어두운 밤길에서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는 정연의 모습과 쓸쓸히 서 있는 성제의 모습이 멀어지면서 D.
#신화 방
급히 일어난 듯한 침대의 모습과 이리저리 어질러진 옷과 파일들 등으로 방이 엉망이다. 아직 신화가 들어오지 않은 듯 불이 꺼져있다. 멀리서 발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가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불이 켜지면서 얼굴이 보이면 신화다.
신화(말 없이 침대 쪽으로 시선을 돌리다가 놀란다.)…깜짝 놀랐네..여기서 뭐하냐?
혜원(말 없이 신화 노려본다.)
신화(찔린 듯 시선 피하며)..음..물론 이유는 알고 있지만..(하다가 책상에 놓인 자신의 가방을 본다.)…네가 가져온 거야?
혜원(퉁명)애라랑 유미랑 셋이서 낑낑대고 가져온 거야.
신화(혜원이 단단히 화가 난 걸 알겠다. 얼굴 찌푸리며)..음…고맙다..고마워..(혜원 눈치 보며)오늘일은..내가 잘못 한 거 아는데..
혜원(건조한)됐어. 일일이 설명 안 해도 돼.
신화 …어?
혜원(비죽)니가 언제 나한테 다 알려준 적 있니? 일일이 물은 내가 유난스러운 거지.
신화(얼굴 표정 바뀌고)…내가..그랬나?
혜원 아니라고 생각하면 내 착각이겠지 뭐.(신화 보며)..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시선 피하며)…애초에 내가 먼저 잘못한 거니까.
신화 신혜원!
혜원(파일 침대에 놓으며)오늘 숙제 참고 파일이야. 다음 주 수요일까지니까 하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 이젠 상관 안…(하다가 신화가 팔을 잡아당기자 말을 멈춘다.)
신화(낮은)내가 잘못한 거 알아! 아는데…너, 지금 이 태도는 뭐야…
혜원(울음 섞인)…내가 나쁜 거잖아! 내가 먼저..친구관계를 깨트린 거였잖아! 너..그래서 날 계속 피해다녔던 거 아냐?
신화(한숨)..언제적 얘기를 하는 거야? 그건 이미 중학교 때 다 끝난 얘기 아니었어?
혜원(날선)날 바보로 아는 거야?(팔 뿌리치며)네가 날 피하는지 아닌지 정도도 구별 못하는 애로 보여?
신화 …..
혜원…애초에 내가 초래한 거니까 널 원망할 생각은 없어.그러니까..(눈 비비며)이제 그만 방황해.
신화(한숨쉬며)너 때문이 아닌 거 알잖아. 알면서 왜 그래..
혜원(울음기 묻어나는)..네가 원했던 걸..무시해서 미안해..(눈을 비빈다.)미안해..
신화(더 이상 어쩔 수 없다. 혜원에게 몸을 돌린다.)..오늘은 그만 해. 돌아가라..
혜원 …..(말 없이 신화를 보다가 신화의 방을 나선다.)…미안해..
혜원이 방을 나서자 마자 신화, 거칠게 온 방안을 휘젓는다. 이리저리 휘젓다가 지친 듯 침대에 털썩 누우면서 한숨을 쉰다.
신화(자조적인)젠장…젠장…(큰 소리로)제기랄! 왜 이제와서!!
(insert)-회상
지민(얼굴 잔뜩 찌푸리며 머리를 긁적이다가 신화를 툭 친다)….내가 잘 했다고는 생각 안 해. 하지만…(낮은)네가 혜원이한테 갖는 미안함을…왜 죄다 내 탓으로 돌려버리는 건지 이해가 안 가는데 말야…
신화 …뭐?
지민(냉랭)네가 날 싫어하는 이유,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내가 혜원이에게 상처를 줄 거 같아서?
신화 …..
지민(낮은)위선자 같으니. 넌, 나한테 뭐라고 할 자격 없어.(신화를 민다.) 적어도 나보단..너 때문에 혜원인 상처 받을 거야.(몸을 돌려 옥상 문 쪽으로 걸어간다.)
신화(중얼)..틀렸어 윤지민…(눈을 가리면서)…이미 상처를 준 후야….
신화 N)그날 이후 찾아온 슬픔. 그리고….아득한 허무.
# 혜원 방
얼굴을 침대에 묻고 소리가 밖에 안 들리게 소리 죽여서 우는 혜원의 모습. 그 동안 여러가지 일이 많았던 것 처럼, 소리를 죽이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인다. 혜원의 우는 모습 옆에 서 있는 신화와 지민의 어렸을 때의 사진이 보이면서 F.O.
신화 N)(망연한)…이제…되돌아갈 수 없다….
여러가지 영상들이 한꺼번에 난무하면서 지나간다. 중학생시절인 듯, 앳되보이는 신화와 혜원의 모습이 여러가지 겹쳐서 지나가다가 마지막 영상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클로즈 업. 자세히 살펴보면 망연한 얼굴의 신화와 계속 울고 있는 혜원의 모습이다. 순간 영상이 사라지면서 형주의 목소리가 들린다.
E)대체 언제쯤이 돼야 갈거냐?
#형주네 집.
의자에 앉아서 조용히 차를 마시는 태훈이 못마땅한 지, 뚱한 얼굴로 노려보면서 퉁명스럽게 내뱉는 형주의 모습이 보인다. 별로 신경쓰지 않는 다는 듯, 천천히 차를 마시면서 태훈이 말을 걸고..
태훈(덤덤)거실이 엉망진창이더군. 아직까지 짐정리 안 하고 뭐했냐?
형주(비죽)남이사.
태훈(차를 마시면서)…혼자 사는 거야? 그러기엔 너무 넓은 것 같은데..
형주(노려보며)쓸데없는 거 묻지마. 차나 마시고 빨리 가.
태훈(덤덤)차는 천천히 마셔야 하는 것도 모르나? 차 마시다가 체하면 약도 없어.
형주(말 없이 노려보다가 분한 듯 배게로 침대를 친다.)
태훈(창문을 열며)츳..먼지가 나돌아다니는 군. 차마시는데 방해되니까 그만 해.
형주(버럭)야! 여기가 내 방이지, 니 방이냐? 사내 자식이 왜 이렇게 말을 잘하는 거야?
태훈(한 쪽 창문을 열고 커튼을 동여 매며)말 잘하는데 남자 여자가 무슨 상관이야?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사람 위에 서려면 말을 잘하는 건 필수..(하다가 밖에 서 있는 그림자를 보고 말을 멈춘다.)….
형주(모른 채 계속 투덜댄다.)내가 왜 이 놈이랑 이러고 있는 거지…제기랄…
태훈(밖을 쳐다보다가 다시 시선 돌려서)..너 혼자사는 집이지? 들어올 때 보니까 가구들이 별로 없던데..
형주(퉁)그래! 나 혼자 산다!(하다가 헉)행여나, 나중에 네 놈 멋대로 쳐들어 올 생각은 하지마!
태훈(무언가를 생각하다가 덤덤)이 집이 넓어도 우리 집 거실만 못하니까 그럴 일은 없을 거다.
형주(자리에서 일어난다.)사내 자식이 잘난 척도 잘하는 구만.(방을 나서며)빨리 후딱 마시고 꺼져버려!
태훈 어디 가는데?
형주(욱 하며)화.장.실.
형주가 문을 열고 거칠게 걸어나가면 태훈, 피식 웃으며 차를 마신다. 밖에 서 있는 그림자가 신경쓰이는 듯 힐끔 쳐다보다가 차를 마시려고 하면 이미 다 마셨다.
태훈(중얼)..진짜 가야겠군.(가방을 들고 일어나는데 옆에 놓여있는 네모난 보자기가 보인다.)..뭐지?
이리저리 살펴보면 아무래도 액자인 듯, 살짝 풀러서 보면 태훈, 놀란 표정을 짓는다. 따뜻하면서 풍성한 봄날의 평야가 푸른 색과 파스텔 톤의 색깔로 어지러이 그려져 있고 그 가운데에서 밝은 미소의 아이가 웃고 있다.
태훈(덤덤히 바라보다가 다시 보자기를 묶는다.)…신혜원이 난리 친 이유가..이거였나…(피식)난리 칠만 하네..
형주(들어오면서)다 마셨지? 이제 제발 가라.(차를 치우며)가! 가!
태훈(덤덤)사람을 재촉하면 오히려 더 가기 싫어지는 거 알아?
형주(익, 하며 말을 멈추고 태훈을 노려본다.)
태훈(피식) 차, 잘 마셨다. 내일 학교에서 보자.
태훈이 현관 쪽으로 걸어나가면 형주,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쉬고 밖으로 따라나간다.
태훈(덤덤)참, 아까 광도가 널 찾는 것 같던데 어떻게 할 거지?
형주(퉁한)알게 뭐야. 난 상관없어.
태훈 네가 잘 모르나 본데..이 학교에서 광도한테 찍히면 살아남기 힘들거다.
형주…..
태훈(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아까의 그림자가 생각나서 그만 둔다.)..그럼 들어가라. …사내자식이니까 괜찮긴 하겠지만..문단속 잘하는 편이 좋을 걸.
형주(태훈 밀어내며)내가 네 녀석 배웅하려고 나온 줄 알아? 문 잠그려고 나온 거야! 가! 제발 좀 가라!(문을 콰당 걸어잠구고 쿵쿵쿵 집안으로 들어간다.)
태훈(중얼)..성질 한번 급하긴..그래가지고 어떻게 그림을 그렸나 몰라…
잠시 서서 형주의 집을 바라보다가 태훈, 휴대폰을 꺼내서 어딘가에 전화를 건다. 전화를 마치고 천천히 골목을 돌아서 형주네 집 뒤 쪽으로 가면 아직 그 곳에 서 있는 누군가가 보인다.
태훈(덤덤)…이 집에 사는 사람 같지는 않은데..여기서 뭐하는 거죠?
남자 …..
태훈(가로등 빛에 가까이 가서 보면 늙은 남자의 모습이다.)…부모님..이신가요?
남자(고개 저으며)…형주..친군가?
태훈(덤덤)같은 반입니다.
남자(흐린)그래…형주에 대해서 얼마나 알지?
태훈….거의 모릅니다.(덤덤)얼마전에 전학 온 녀석이거든요.
남자(쓸쓸한)..그래…그럼 그림은 못 봤겠구나..
태훈 …?…봄 들판이 그려진 그림 말입니까?
남자(고개 들며)봤나? 그 그림을 봤나?
태훈(남자의 반응에 놀라)..아뇨..그냥 살짝 본 것 뿐인데..
남자(기쁜 듯)형주가..보여주던가? 그걸 보여줬어?
태훈(고개 저으며)몰래 본 겁니다. 그냥 묶여 있길래 뭔가 해서..
남자(금새 얼굴 흐려진)…그래?(한숨)…아직도..아직도 안돼는 건가..
태훈 ….?(뒤에 들리는 클랙숀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차가 와 있다.)…그럼..
남자(몸을 돌려 가려는 태훈을 붙잡고)..부탁이 있는데…제발 들어주면 안되나?
태훈(덤덤)별로 그다지 친한 관계가 아닙니다. 부탁을 하셔도 전 못들어드릴 겁니다.
남자(고개를 저으며)내가 이 근처를 며칠째 보고 있는데..저 녀석 집에 들어간 건 학생이 처음이야. 친하든 안 친하든 간에 부탁할 사람은 자네 밖에 없어.
태훈(귀찮은 일에 말려든 느낌이다 거절하려고 남자를 보면 간절한 느낌이 묻어난다.)……(조그맣게)제길..나답지않은 일은 왜 해서…
남자(간절한)..제발..부탁이네..저대로 형주 놔두면..평생 그림을 그리지 않을 거야…
태훈(남자를 쳐다보다가 한숨)…말씀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한 번 해볼 테니…
남자(기쁜 듯)부탁하네. 정말..저 녀석..저대로 놔두기엔 너무 아까워서….내가 너무 죄지은 것 같애서…..
태훈 …..?
어두운 골목길 사이로 들리는 늙은 남자의 목소리와 은은한 가로등 빛이 어우러져서 밤을 더욱 깊게 한다. 남자의 말이 끝나고 놀란 듯한 태훈의 얼굴이 비춰지면서 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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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mulun입니다.
점점 글 올리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습니다.(원래 성격 나오는 군요)
확실히, 이번 학기는 정말 벅찹니다. 인생 최초로 수강을 철회할까..생각하는 과목이 세개나 되니..-_-;;;
그래도 열심히 끝까지 나가보려고 아둥바둥하다보니 이래저래 글을 쓸 시간이 없게되더군요.
마침 어제의 한파로 오늘 아주 끝.장.나.게. 감기에 걸려서 하루종일 잠만 자고 골골대는 바람에 일어나서 컴터 쓸 시간이 되더군요.
감기약 먹고 비실 거리면서 쓴 글이라서 어딘가 연결부분이 어색하도라도 이해해주세요..ㅜ_ㅜ
슬픈아픔도 이제 하나 남았습니다.
이번이야기에선, 처음으로 신화와 혜원의 아픔을 살짝 보여드렸는데...
과연 이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언제 그릴진 미지수입니다.
우선 형주부터 풀고 봐야죠.
날씨가 정말 춥습니다. 몸 조심하셔서 저 처럼 고생하지 마세요..
언제나 행복하시길..
mulun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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