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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서시] 공유 - 수요강

작성자김주혜|작성시간01.12.26|조회수526 목록 댓글 0






이 름 : 서시 번 호 : 1721
작 성 일 : 2001/12/26 (수) AM 10:15:19 (수정 2001/12/26 (수) AM 10:17:36) 조 회 : 156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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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나 사이엔 수요강이 ....
-수요강





#1.거리, 밤
장대비가 내리는 밤.

불꺼진 건물들
텅빈 도로

하수구로 쏟아져 들어가는 빗물..

인도에 고이는 빗물 사이로, 누군가 지나가는 발자국, 바지가 비로 온통 젖어있다.
그리고, 이내 보도 턱에 멈춰선다.

신호등 빨간불 켜져있고,

이내, 파란불로 바뀌면

오토바이 시동 걸리는 소리 멀리서 들린다.

횡단보도로 걸아가는 남자의 발,
그 바로 앞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오토바이 지나간다.

도로위에 옅게 고인 물에 오토바이 자국 남겨지며, 그 위를 밟는 젖은 발자국...










수 요 강






e : 유신화!


#2. 강의실, 낮
신화 : (손을 가볍게 들며)예.

신화, 손을 내리고, 책을 보려는데..

교수 : 유현세!

현세 : (퉁명스런 목소리로)예.

신화, 돌아보면, 현세, 푹 고개 숙인채 책만 보고 있고,
신화, 그런 현세가 맘에 드는 지 빙긋 웃는..

#3. 강의실, 낮
쉬는 시간

정우, 칠판 한구석에 뭐라고 쓴다.

정우 : (교탁 앞에 서서)애들아. 오늘, 개강 파티 한다. 저번에 신입생 환영회때 못와서 아직, 어색한 애들은 오늘 와서, 같이 친해지자구. 장소는 시계탑 앞이고, 5시 까지다. 모두들 와라. 그리고, 돈도 모두 10000원 정도 들고 오구. 알았지?

신화, 현세를 돌아보면, 현세, 관심없다는 듯 딴 짓하고 있다.

정우, 현세에게 다가가

정우 : 올거지?
현세 : (무뚝뚝한)보고..
정우 : (방긋 웃으며)오기다.
현세 : (얼굴 찌푸리며)웃지마. 징그러. 감투 하나 쓰니까 그렇게 좋으냐?
정우 : (헤벌레 웃으며)응.
현세 : 어휴..

정우, 자리에 가 앉는..

#4. 복도, 낮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 강의실에서 우르르 몰려 나온다.
현세, 혼자 나와 그냥 아이들 사이를 빠져 나가고,
그 뒤로 신화 따라간다.

현세, 아이들 사이에서 어느새 보이지 않고,
신화, 아쉬운 듯 그 사이를 보며 서있다.

#5. 시계탑 앞, 낮
아이들, 하나 둘 몰려들기 시작하고,
신화, 멀리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다, 아이들이 모이자 책을 덮고 일어선다.
그러다, 문득 고개돌려 보면,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현세도 벤치에 앉아서 아이들을 보고 있다.
신화, 그런 현세를 지켜보면..

현세, 한참을 바라보다 시계를 보곤 (5시10분)
일어서 그냥 나간다.

신화, 무작정 따라간다.

#6. 버스 정류장, 낮
버스 한대 서서 기다리고 있고, 현세 탄다.
신화, 그 모습은 보지 못한 채,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오면,
버스 출발하고,
현세, 버스에 좌석에 앉아서 신화를 보곤 눈에 익은지, 한참을 바라보는..

신화, 두리번 거리기만 할 뿐, 현세를 보지 못한다.

버스, 그냥 출발하고,

신화, 아쉬운 듯 버스 정류장에 그냥 서있다.

#7.건물 복도, 낮
신화, 건물로 뛰어들어온다.
현세, 복도 한 구석 자판기 앞에 서있고, 뛰어가는 신화 본다.

신화는 현세를 보지 못한 채, 강의실 앞으로 뛰어가고..

강의실 문, 닫혀있고,

신화, 새어나오는 교수님의 목소리에 문을 열려다 머뭇거리곤 복도 창가에 기대 선다.

E : 덥지 않냐?
신화 : (돌아보면 현세, 캔하나 던지고 신화, 엉겁결에 받는다)

현세, 유유히 건물 밖을 빠져나가는..

#8. 건물 앞 벤치, 낮
신화와 현세, 나란히 앉아있다.

현세 : 왜 늦었냐?
신화 : 버스를 놓쳤거든.
현세 : 그럼, 수업엔 왜 안 들어갔냐?
신화 : 닫혀있는 문이 열지말라고 이야기 했거든.
현세 : (피식 웃으며)이거, 내가 미친 놈을 고른 거 아냐?
신화 : (웃으며)넌, 왜 늦었어?
현세 : 내가 좋아하는 버스를 기다렸거든.
신화 : 그래서 탔어?
현세 : 아니. 1시간 반동안 걸어서 왔다.
신화 : (씨익)너도 미친 것 같은데!
현세 : 끼리끼리 만난 건가? 근데, 너 내 이름은 아냐?
신화 : 유현세. 그럼 넌?
현세 : 오, 장하군.. 유신화.
신화 : 너야말로..
현세 : 착각하지마. 출석의 원칙이니까. (거창하게)내 앞의 이름만 기억해라.
신화 : (웃는)

#9. 강의실, 낮
현세와 신화, 들어와서 나란히 앉는다.
정우, 현세들어오는 걸 보자마자 현세에게 오고

정우 : 너, 왜 안 왔어?
신화 : (역시 궁금한지 현세를 보면)
현세 : 아는 얼굴이 없더라구. 많은 사람들이 그 앞에 서있는데.. 가서 묻기도 뭐하구..
정우 : 그럼, 나는?
현세 : 몰라, 네가 등을 돌리고 서있었겠지..
정우 : 어휴..(그러다 신화를 보곤)너도 어제 없었는데..
신화 : 어? 나. 나도, 아는 얼굴이 없어서..아는 얼굴 따라 가다가..
정우 : 뭐?
현세 : (신화보고 피식 웃으면)
신화도 따라 미소짓고..

정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가고..

현세, 가방에서 책 꺼내 펼친다. 온통,의상 디자인과 텍스타일 그림으로 채워져 있고,

신화 : 뭐야?
현세 : 그림이지.(깨끗한 페이지를 펼친다)이게 오늘 할 진도이자, 내가 채울 부분..
신화 : (한장 씩 앞으로 넘겨보는)

(시간경과)
수업 중,
신화, 열심히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현세는 책에 그림 그린다.

#10. 복도, 낮
신화와 현세 걸어가는..

신화 : 뭘 그렇게 그리는 거야?
현세 : 의상 디자인, 가끔가다 텍스타일 무늬도 그리고..
신화 : 좋더라.
현세 : 짜식, 뭘 볼 줄 아는 군.
신화 : 근데.. 취미야?
현세 : (무심하게)꿈일걸.(걸어가는)

#11. 교정, 낮
신화와 현세, 걸어가다 벤치에 앉는다.

현세 : (고개 들어 하늘 보며)이상하지 않냐?
신화 : 뭐가?(같이 고개 들어보는)
현세 : 태양.. 뜨겁지가 않잖아. 눈만 부시고 말이야..
신화 : 여름이 아니니까..
현세 : 그러니까, 이상하다는 거야. 왜 여름만 그렇게 뜨거운 걸까?
신화 : (계속 하늘 쳐다보는)
현세 : (고개 숙이곤 벌렁 누으며)난 자야 겠다. 수업 시간까지 많이 남았지?
신화 : 응.
현세 : 그럼, 깨워라.(눈 감고)
신화 : (태양을 바라보며 나지막히)갇혔어.. 태양 속에..

#12. 몽타쥬
신화와 현세, 수업 듣는 모습..
현세는 여전히 책에 그림그리고, 신화 그런 모습 보며 피식 웃는..

당구장에서 한 게임 하는 모습..
현세, 서툰 솜씨.. 하지만, 힘차게 공만 치고..
신화, 어이없는 듯 웃는..

도서관,
신화, 소설 책을 읽고 앉아있으면,
현세, 디자인 관련 책 들고 옆에 앉아서 보다가, 가끔 신화의 머리 쓰다듬는..

#13. 학교 버스 안, 낮
신화, 버스를 타고 창밖을 내다 보다, 현세가 걸어가는 모습 보인다.
때마침, 버스 신호등에 걸려 멈춰 서있고..

신화, 앞문으로 걸어나가 운전수에게 뭐라 말하는..

#14. 거리, 낮
신화, 버스에서 내려 현세에게 뛰어간다.

신화 : 현세야.
현세 : 어, 유신화.. (주위를 두리번 보더니)어디서 온거냐?
신화 : (지나가는 학교 버스 가리키고)저거.
현세 : 뭐? (갑자기 흥분해서)야, 돈내고 탄 걸. 왜 그냥 내려? 매일 보는 얼굴 뭐가 또 보고 싶다구..
신화 : 학교 버스는 공짜야.
현세 : (놀라)뭐? 공짜?
신화 : 몰랐어?
현세 : (갑자기 신화의 목을 조르며)짜식, 말을 해줘야지.. 괜히 걸었잖아.
신화 : 뭐야?
현세 : 난, 무지 비싸다길래.. 근데, 우리 동네에서 가는 것도 있지?
신화 : 아마..
현세 : (한숨 푹 내쉬며)어휴..
신화 : 좋아하는 버스가 있다며..
현세 : 학교가 가기 싫은데, 좋은 버스가 뭐가 있겠어? 그래도, 학교 버스라도 타야지, 등록금이라도 뽑지..
신화 : 등록금?
현세 : 그래, 너무 아깝잖아. 몇 백 내고 들어온 학교.. 솔직히, 돈 아깝다는 생각 많이 한다.
신화 : 후회하는 거야?
현세 : 그래, 후회한다.. (투덜거리며 걸어가는)

#15. 학교 건물, 낮
신화와 현세, 수업이 마쳤는지 걸어나오고,

정우 : (옆으로 뛰어와)오늘 동아리 가두모집 있는 거 알지? 심심하면 가봐.

정우, 친구들에게로 가는..

신화 : 정우, 은근히, 너 신경 많이 쓴다.
현세 : (정우의 뒷모습 보며)그렇냐? (정우의 모습 쳐다보는)
신화 : 갈거지?
현세 : 어디?
신화 : 가두모집.
현세 : 나, 다리 아픈데.. 너무 억울해서, 오늘은 도저히 더 못 걷겠다.
신화 : (끌고 가며)그럼, 기어가든지..

#16. 가두모집장소, 낮
동아리, 테이블 내어놓고, 서로 홍보하는 모습 펼쳐지고,

신화와 현세, 그냥 구경하는 듯 천천히 걸어가고..

학생1 : (갑자기 그 둘 앞을 막아 서더니)97학번 새내기시죠? 사진 동아리인데요. 설명좀 듣고 가세요.

신화, 나쁘진 않은 표정이고,
현세, 엉겁결에 끌려가는..

#17. 사진 동아리, 낮
학생1, 앨범을 하나 꺼내와 그 둘앞에 펼쳐 놓는다.

학생1 : 우리 동아리, 엠티 사진이에요. 다른 동아리보다 훨씬 재밌는 동아리니까, 이야기 좀 들어보세요.

학생1, 다른 학생 불러서 설명하라 부탁하고,

신화와 현세, 엠티 사진들을 보며 동아리 학생의 이야기를 듣는..

#18. 교정, 낮
한적한 곳.
신화와 현세, 걸어가고 있는..

신화 : 어떡할 거야?
현세 : (갑자기 멈춰 서서 한참 신화의 얼굴을 바라보는)
신화 : 왜 그래?
현세 : 우리가 놀게 생겼냐?
신화 : 엠티사진만 보여줘서?
현세 : 그래도, 사진 동아리인데, 작품 사진을 좀 보여주던지... 오늘, 우리가 끌려들어간 동아리 대부분이 노는 이야기 뿐인거.. 어휴..
신화 : 그래서, 실망이야?
현세 : 그래, 실망이다. 놀아서가 아니라, 그 사이가 너무 커서..

현세, 한숨만 내쉬며, 걸어가고..신화, 그런 현세를 보며 서있는..

#19. 강의실, 낮
수업 중.
현세, 노트에 필기하며 열심히 수업 듣고,
신화, 그런 현세가 기특한지 보며 미소짓는..

#20. 강의실, 낮
쉬는 시간

신화 : 웬일이야? 필기를 다하고,
현세 : 이 교수는 좀 맘에 들거든.. 그리고, 전공과목인데, 그래도 좀 알아두긴 해야지..근데, 다음 시간이 뭐더라..
신화 : 통계학.
현세 : (찌푸리는)
현세 : 어떻게, 문과에서 수학을 하냐?
신화 : (베시시 웃기만 하고)
현세 : 통계학은 정말 싫은데.. 그냥 나갈까?
신화 : (앞을 가리키면 벌써 교수 들어오고)
현세 : (그냥 고개만 푹 숙이는)

#21. 버스 정류장, 밤
현세와 신화, 버스 기다리며 서있다.

사람들, 웃으며 떼로 모여 걸어가는 모습 보이고,

현세 : (가만히 바라보며)정말, 좋은 걸까?
신화 : (현세의 시선을 따라 보며)그래 보이는데..
현세 : 난 말이야. 대학이란 곳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재미없을 줄은 몰랐다. 물론, 너란 녀석빼고..
신화 : 네가 재미없게 보낸다는 생각은 안 해?
현세 : (수긍하는 듯)그렇기도 하군.. 근데..
신화 : ?
현세 : 저렇게 보낼 마음이 생기지 않아.
신화 : 왜?
현세 : 꿈을 볼수 없는 곳에선 기쁨이란 건 가식에 불가하니까..

현세, 버스가 도착하자 신화 툭치며 버스에 올라탄다.
신화, 그런 현세를 쳐다보는..

#22. 신화의 집, 거실, 낮
신화, 가방 챙겨 나가려 하면 삐삐 울리고,

신화, 전화기 들어 음성 확인한다.

현세 E: 오늘 또 통계학 수업이지? 네가 말리기 전에 먼저 선수친다. 수업끝나고 나 보고싶거든, **극장앞으로 와라.

신화, 어이없는 듯..

#23. 대학 교정, 낮
신화, 혼자 걸어가면 정우, 뛰어온다.

정우 : 현세는?
신화 : 지금 만나러 간다.
정우 : 만나면, 수업만이라도 꼭 나와달라고 전해줘.
신화 : 알았어.

#24.**극장 앞, 낮
극장 앞
한적하다.

신화,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매표소 앞으로 가서 지갑을 꺼내고..

E : 어떡하냐? 난 벌써 이 영화 봤는데..

현세, 작은 골목에서 어슬렁 걸어나오고,

신화 : (지갑 집어넣으며)그럼, 다음에 보지 뭐.

현세 : 그럼, 한 번 가 볼까?
신화 : 어딜?
현세 : (그저 베시시 웃고)

#25. 전시회장, 낮
텍스타일 전시회장.

현세, 푹 빠진 채 보고 있다.
신화, 하나 둘 둘러보다 그런 현세를 지켜보는..

#26. 공원, 저녁
신화와 현세 걸어간다.

현세 : 좋지?
신화 : 응.
현세 : 텍스타일 전시회는 잘 안하는 거라서, 넌 귀한 구경한거야.
신화 : 너,,
현세 : (그냥 걸어가고)
신화 : 너, 왜 그 학교에 다니는 거야?
현세 : (가만히 서서)우리, 술한잔 할까?

#27. 술집, 밤
신화와 현세, 술잔 기울이는..

현세 : 왜 다니냐고 물었냐?
신화 : (보면)
현세 : 옷가게 하는 것도 일종의 경영이니까, 시간 낭비는 아닐것 같아서 들어왔고 다닌다.
신화 : 그럼, 디자인은?
현세 : 대학이란 곳에 오면, 굳이 원하는 공부를 전공하지 않아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길도 넓을 거라 생각했고, 모든게 다 해결될 거라 믿었어.
신화 : 아니라는 거야?
현세 : 그래. 그래서 후회한다.
신화 : 그럼, 그만둬.
현세 : (웃으며)너라면 그런 말 해줄 것 같았다.
신화 : (피식)
현세 : 근데, 넌.. 넌 꿈이 있냐?
신화 : 없어보여?
현세 : (끄덕이고)
신화 : 세계 평화 수호..
현세 : 웃기네.. 너랑 잘 어울린다.

신화와 현세, 히죽이며 술 마시는..

#28. 강의실, 낮
정우, 신화와 현세에게 다가와

정우 : 시험 마지막 날 엠티가는 거 알지? 둘 다 꼭 와.
현세 : 시험이라구?
정우 : 몰랐어?
현세 : 당연히.
정우 : 어이구.. 여하튼, 꼭 와라. 신화야. 너두.
신화 : (현세보며)글쎄..
정우 : 너희들, 엠티마저 안 오면, 요즘 얘들이 흔히 말하는 왕따 된다구.
신화 : 아웃사이더가 아니라?
정우 : (한숨 쉬며)신화 너마저..
현세 : 생각해보마.
정우 : (의외의 대답에 놀라)정말?
현세 : 생각만..

#29. 도서관, 낮
신화, 책장 사이를 지나다니다 현세가 벽에 기대 열심히 책을 보는 모습에 멈춰선다.

신화, 다가가서 책을 보면 의상 디자인에 관한 책이고..

현세, 신화가 다가오는 걸 느꼈는지, 고개들어 씨익 웃어주는..

#30. 신화의 집, 거실, 밤
전화벨 울리고

신화 : 여보세요? (한참 듣다가)시험범위?

#31. 강의실, 낮
신화, 앉아서 시험 공부 하고 있다.
뒷자리에 정우 앉아서 책상에 열심히 적어놓고 있는..

현세 : (터덜터덜 걸어와 정우에게)비켜.
정우 : 뭐?
현세 : 비키라구.
정우 : 야, 시험시간까지 붙어앉기야?
현세 : 학번대로 앉는 거 아냐?
정우 : (황당한)고등학교도 아니구, 무슨, 시험을 학번대로 앉냐?
현세 : 아냐?
정우 : 그럼.
현세 : 여하튼, 비켜. 공부도 안 했는데, 시험지라도 학번대로 내서 잘 보여야지. 교수님이 그 수많은 학생, 학번대로 정리하려면 얼마나 힘드시겠냐? 빨리, 비켜..
정우 : (한숨쉬며)야?
현세 : (무덤덤하게 보면)

정우, 어쩔수 없다는 듯 일어서고..
신화, 웃으며 그 광경 보고 앉아있고..

#32. 복도, 낮
현세, 벽에 서서 기다리고 있다.

신화, 잠시 후에 나오고..

현세 : 잘 쳤어?
신화 : 그럭저럭..
현세 : 가자.
신화 : 학번대로 내겠다는 녀석이 왜 이렇게 빨리 나왔어?
현세 : 그럴려고 했는데.. 텅빈 답지보고 가만히 앉아있는게 좀이 쑤셔서.. 그림이라도 좀 그려주려다, 그러다, 찍히면 수업 빼먹지도 못할 것 같구..
신화 : (웃고)
현세 : 근데, 정우 말이야.
신화 : ?
현세 : 많이 적어놓았더라구. 녀석, 속좀 썩었을 거다.. 아니, 쓰면서 외었겠지.
신화 : 그랬겠지?
현세 : 근데, 내일은 또 뭐치냐?
신화 : 어휴..

#33. 몽타쥬
현세와 신화, 시험치는 모습
현세, 시험지 빈 칸을 멍하니 바라보다, 나갈까 말까 망설이는 모습.

신화, 문제 풀고 있고.. 현세, 머리 쓰다듬으며 앞으로 나가는 모습.

도서관,
신화와 현세, 앉아서 공부하고 있다.

신화, 공부하다 잠시 옆을 보면, 현세 자리에 없고..


#34. 현세의 방, 밤
현세, 통계학 책 꺼내서 보고 있다.
공부가 되지 않는 듯, 멍하니 다른 생각하다가 갑자기 책을 덮고,
책상 깊숙한 곳에서 의상 디자인 자료집을 꺼내 보고,
서랍 속에서 자신이 그린 작품집 보고 있다..

그리고는..생각에 잠긴..

#35. 현세의 집 앞, 낮
현세, 문 쾅 닫고 밖으로 뛰어 나간다.

#36. 버스 정류장, 낮
버스, 계속 앞을 지나가고

현세, 멍하니 서있기만 한다.

버스, 여러 대 지나가고..

현세, 가만히 서있기만 하고..

#37. 강의실, 낮
신화, 연신 문을 바라보며 현세를 기다리는 듯..

#38. 대학 교정, 낮
신화, 혼자 걸어가고 있다.

E : 시험 잘쳤냐?
신화 : (고개 들어보면 현세 앞으로 걸어오고 있고)너?
현세 : 난 정말 통계학이 싫다구. 가자.
신화 : 어딜?
현세 : 엠.티.

#39. 신화의 집, 거실, 낮
신화와 현세 들어온다.

신화 : (어이없는 표정으로)그래, 엠티를 우리 집으로 오는 거야?
현세 : 이야, 유신화. 집 좋은데.. 부모님은?
신화 : 출장가셨어.
현세 : 그래? (소파에 누으며)푹신하군. 저녁은 물론 네가 하겠지?
신화 : 알았어.

#40. 신화의 방, 밤
현세와 신화 들어온다.

현세, 가방에서 맥주캔과 마른 안주 꺼리 꺼내는..

현세 : 고등학교 때는, 담배랑 술이 왜 그리도 좋던지..
신화 : 너, 무슨 일 있지?
현세 : 짜식. 눈치는 빨라요. (캔 주며)마셔.
신화 : 그만둘려구?
현세 : 그게 어렵더라구. 부모님이 또 반대하시네..
신화 : 그래서?
현세 : 이 곳에서 벗어나고 싶다. 부모님 곁에서도 벗어나고 싶고.. 그러려면, 서울로 떠야겠지?
신화 : 서울?
현세 : 그래. 나, 서울가면 놀러와라.. 거기라고 뭐 다르겠냐만은... 여하튼, 잘 돼겠지. 그냥, 오늘은 이렇게 술이나 마시자구..꿈을 이룬다는 게, 원래 어려운 거 아니겠어.

현세, 꿀꺽 마시는..

시간 경과

밤.

현세, 바닥에 누워 잠 들어있다.
신화, 이불 덮어주고, 방에 불끄고 앉아 맥주 캔을 들이키는..

신화 : (쓸쓸한 표정으로 현세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는)

현세 : 신화야!
신화 : 안 잤어?
현세 : 너, 꿈을 이루는 게 왜 어려운지 아냐?
신화 : 글쎄..
현세 : 죽는 것 만큼, 사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야.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면 꿈을 꿀수는 있지만, 언젠가 깰 수 밖에 없거든.. 죽는다면, 그 꿈속에 있겠지만... 죽는 건 쉬운 게 아니니까..그래서 그래.. 잠에서 깨지 않는 건 힘든거구.. 삶에서 깨지 않는 것도 힘든거니까..
(이불 머리까지 덮고 돌려 눕는)

#42. 신화의 집, 거실, 아침
전화벨 요란하게 울리고..

신화, 잠에서 금방 깬 얼굴로 방에서 나온다.

신화 : (아직 잠긴 목소리로)여보세요.
현세 E: 깼냐?
신화 : 어. 너..?
현세 E: 다음엔 진짜 엠티 가자구. 그럼, 더 자. 물론, 다 깼겠지만..

현세, 전화 끊고..
신화, 어리 둥절한..

#43. 버스, 낮
혜원, 자리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그 반대편 자리, 신화 앉아서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버스, 사람들로 가득 차, 서로를 보지 못하고..

버스 정류장에 서면, 학생들 우르르 내린다.
혜원은 자리에 앉아 창밖만 바라보고,

신화, 학생들을 따라 내리는..

#44. 버스 정류장, 낮
신화, 내려서 걸어가는데, 정우 옆에 다가오고

정우 : 현세랑 같이 오는 건 아닌가보지?
신화 : 어. (반가운)지금 가는 거야?
정우 : 그래.(싱글벙글)
신화 : 무슨 좋은 일 있어?
정우 : 소개팅 받기로 했거든. 내일인데.. 아무래도, 코디는 현세에게 부탁하는 게 좋겠지?
신화 : (끄덕이며)그래.
정우 : 너희 둘도 즐기고 살아라. 괜찮은 두 녀석이 세상 끝난 듯, 먼산만 보고 있으니, 과대표로서 미팅 건수 하나 만들기가 어렵잖아.
신화 : (겸연쩍은 듯 웃으며)너,, 재밌니?
정우 : 그냥, 좋아.
신화 : 원하던 대로 된거야?
정우 : 꽉 막힌 고등학교 생활에서 벗어나 이렇게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 만으로도 난 행복해. 물론,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길이란 어디든 있게 마련 아니겠어.
신화 : ..
정우 : 현세같이 고등학교 때처럼 떠들어대는 꿈이란건 없어도, 이 세상에 만족하고, 적응해 나가면서 내가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도 나쁘진 않다구.
신화 : (웃는)
정우 : 둘다 언젠가는 여길 떠나겠지만....그래도 그동안은 이 생활을 즐기며 살아. 선배도 알고, 대학생활의 즐거움도 깨닫구..그리고, 너.. 족보 필요하면 말해.
신화 : 됐어.
정우 : 어쭈. 자신있다는 거야?
신화 : 뭐. 그렇다는 이야기가 되나?
정우 : 그렇지..
신화 : 하하...

#45. 대학 교정 전경, 낮
초여름,
햇볕이 내려쬐고,
학생들, 반팔 차림으로 걸어다니는 모습 보인다.

#46. 교정, 낮
현세, 더운지 손부채질하며 걸어가고
신화, 그냥 걸어가는..

현세 : (투덜대며)무슨 레포트가 그렇게 많아?
신화 : 2개밖에 안 되는데..
현세 : 그게 많은 거지.. 어휴..
신화 : 근데, 너.. (망설이다)한 학기가 다 끝나가는 거 알고는 있는 거야?
현세 : 물론..
신화 : 그럼, 그냥 다니려고?
현세 : 모르겠다. 예전만큼의 열정도 없고, 나의 관심이 거품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고..재능에 대한 의심도 들고.. 이젠 익숙해지니까, 편해서 게을러졌다. 그러는 넌?
신화 : 뭐가?
현세 : 넌 말이야. 꽉 차있는 것 같은데, 막상 살펴보면 핵이 없는 것 같아.
신화 : (어리둥절)핵?
현세 : (자신없는 목소리로)세포에 핵이 들어가지 않냐? 하도 오래전에 배운거라.
신화 : 작년이야. 세포 이야기가 나온 김에, 동물세포와 식물세포의 차이점에 대해 열거해 줄까? (갸우뚱하며)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단 말이야. 식물세포의 구조가 더 복잡하다는 거..

현세 : (뛰어가며)혼자, 많이 이야기하고 와. 난, 생물은 딱 질색이라구..

신화 : 같이가. 이거 꽤 긴데..(따라 뛰어가는)

#47. 잔디밭, 낮
현세, 헉헉거리며 잔디 위에 눕는다.

신화, 옆에 앉으며 숨 고르는..

현세 : (햇볕이 뜨거운지 손으로 가리며)이제야, 여름인게 느껴지는 군..
신화 : (고개 들어 바라보는)
현세 : 정말 신기해.. 저 태양..저 뜨거움..
신화 : (차분하게)열기가 여름이 돼어서야 갇힌 태양을 빠져나오는 거야.기쁨을 이기지 못해, 끝이 없이 자신을 분출하다, 가을이 되면서 서서히 자신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겨울에서야 모든 이치를 알게 되는 거지..
현세 : (신화를 바라보는)
신화 : 이 모든 흐름이 지나고, 또 다시 흐르고..
현세 : (눈을 감는)
신화 : 그런거야.. 그래서, 아름다운 거..

현세, 가만히 햇볕을 느끼는..

#48. 휴게실, 낮
현세와 신화, 음료수 마시고 있다.
옆 테이블에 의상학과 학생들, 자신의 작품을 비교해 보고 있고..

현세, 은근히 그 쪽을 바라보는..
신화, 그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49. 놀이터, 밤
신화, 손에 봉투 하나 쥔 채 뛰어 나온다.

현세, 봉투 뺏어 들더니
현세 : 역시 성적표군.. 집에 콕 박혀있었나 보네.
신화 : 왠일이야?
현세 : (뜯어보곤)아니..(놀라는)
신화 : 왜?
현세 : 짜식. 무지 잘쳤네.. 친군 학사 경고, 겨우 면했는데..
신화 : 그래?
현세 : 기념이다. 한 턱 내라.
신화 : 뭐?

#50. 술집, 밤
현세와 신화, 술 마시고 있다.

현세 : 나, 오늘 자퇴서 내고 왔다.
신화 : (놀라는, 하지만)허락 받은 거야?
현세 : 그래. 학사경고 겨우 면한 자식이, 마지막으로 매달리는데.. 어쩔 수 없는지 허락하시더라.
신화 : 축하한다.
현세 : 축하는 무슨..너, 이제 왕따라구.
신화 : 몰랐어? 나, 너만 없으면 과 킹카라구.
현세 : (어이없는 듯 웃고)
신화 : 열심히 해.
현세 : 그래. 다시 수능치는 게 씁쓸하긴 하지만,
신화 : 다시 들어가는 학교는 다르겠지?
현세 : 그래. 그 때는 적어도 친구 하나만 두진 않겠지.. 아니다. 꽃밭에 있겠군. (하하 웃는)

#51. 버스 정류장, 밤
보슬비 내리기 시작하고
현세, 손에 쥐고 있던 우산 펴서 신화에게 쥐어주곤, 호주머니에서 담배 꺼낸다.

현세 : (담배 꺼내 신화에게 한 대 주고, 자기도 피우며)합격 떡 사는 거 잊지마.
신화 : 알았어.
현세 : (버스오고)나 간다.
신화 : 그래 잘가.
현세 : 한동안, 연락 못할 거다.
신화 : 알았어.(우산 접어주면)
현세 : 너 쓰고 가라.
신화 : 넌?
현세 : (버스타며)집에 도착하며 그치겠지. 이것도 부탁해..(피고 있던 담배 건네주며)

현세, 버스에 올라타 손흔들고,
신화, 손흔드는..

비, 좀 더 세차게 내리기 시작하고

#52. 거리, 밤
장대비 쏟아지고

신화, 바지 흥건하게 젖은채, 우산 눌러쓰고 신호등 앞에 선다.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면
신화, 길을 건너간다.

이 때, 신화의 앞으로 갑자기 오토바이 한 대 지나간다.

신화, 순간 놀라 우산을 떨어뜨리고,
우산, 앞으로 떨어진다.

신화, 우산을 주으려 걷다, 사라져가는 오토바이를 보며 멈춰서는..

#53. 거리, 밤
오토바이,
혜원, 용민의 뒤에 탄채, 신화의 모습을 계속 바라보는..

오토바이, 골목으로 꺽어 들어가면,

혜원 : 멈춰.

용민, 오토바이 세우고,
혜원, 내려서 걸어간다.

용민 : 어디가? 비오는데..

혜원, 비 맞으며 못 들은척 그냥 걸어가는..

#54. 혜원의 집, 밤
세진, 자다 일어났는지, 부시시한 얼굴로 현관문 열고..

혜원, 비에 흠뻑 젖은 채 들어온다.

세진 : 어떻게 된거야?
혜원 : (아무 말 없이 수건으로 머리를 닦는)

#55. 혜원의 집, 낮
혜원과 세진, 밥 먹고 있다.

세진 : 감기는 안 걸렸어?
혜원 : 응.
세진 : 용민이랑 있었어?
혜원 : 어.
세진 : 너도 그러지 말구, 나랑 같이 호프집에서 일하자. 학교도 제대로 안 간 얘가 학교 앞 분식집이 뭐야?
혜원 : 됐어.
세진 : (삐삐 울리고, 세진 음성 듣는다)
혜원 : 애들이야?
세진 : 응. 보람고 얘들이랑 붙는다네.
혜원 : 이젠 신경 꺼. 졸업한지가 언젠데.
세진 : 내가 신경끄면, 애들 끝장이야.
혜원 : (무표정하게)그럴까?
세진, 기분 나쁜..

#56. 분식점, 낮
혜원, 설거지 하고 있다.

영순(식당주인) : 덥지?
혜원 : 예.
영순 : 요즘, 공부하기도 많이 힘들거야. 재수라는 게, 말이 쉽지.. 이 더운데,,
혜원 : 아니에요.
영순 : (팥빙수 건네주며)이거 좀 먹어.
혜원 : 괜찮아요.
영순 : (밀어주며)아이들, 보충수업 마치고 나오기 전에 얼른 먹어..

혜원, 거절하지 못하고 먹는다.

#57. 호프집, 밤
혜원, 술 마시고 앉아있다.

세진, 서빙하고 있고..

#58. 호프집, 밤
혜원과 세진 나온다.

용민과 철구, 오토바이 끌고 앞에 서고.

용민 : 타라.

혜원 : (그냥 가는)
용민 : 혜원아!(따라 간다)

세진, 철구뒤에 타고

철구 : 그럼 우리 먼저 간다. (오토바이 몰고 간다)

용민 : 혜원아!(잡으면)
혜원 : (뿌리치며)이제, 내 앞에 나타나지마.
용민 : 왜 그래?
혜원 : 싫어.
용민 : 너, 오토바이 타는 거 좋아했잖아.
혜원 : 바람같은 거, 이젠 더 느끼고 싶지 않아. (가버리는)

용민, 잡지도 못한 채 멍하니 바라보고만 서 있다.

#59. 나이트 클럽, 밤
용민, 술만 계속 마셔대고

세진 : 혜원이가 찼니?
용민 : 말시키지마.
철구 : 혜원이야, 원래 그렇잖아.
용민 : (신경질 내며)알아. 그만해..

#60. 혜원의 집, 낮
혜원, 나갈 채비를 하고

세진, 누워있다, 베개를 끓어앉고 앉으며

세진 : 용민이랑 끝냈다며?
혜원 : 어.
세진 : 왜?
혜원 : 지겨워서.
세진 : 그럼, 처음부터 나 주지. (삐삐울리고)
혜원 : 너, 고등학교 일은 잊고 살어.
세진 : 상관말고 일이나 가.

#61. 공사장 일각, 밤
세진, 화난 얼굴로 걸어온다.

일진들, 모여있고

세진 : (3짱 가리키며)나와.

3짱, 걸어나오면, 세진, 힘차게 뺨을 후려치고..

세진 : (신경질적인 목소리로)내가 똑바로 하랬지.

일진들, 이내 굳는..

#62. 나이트 클럽, 밤
아이들, 술마시고 춤추고 있다.
세진, 슬며시 일어나고..

#63. 공중전화 박스, 밤

세진 : 혜원아. 응. 돈이 좀 모자라네. 미안하다. 여기?

#64. 골목 어귀, 밤
세진, 전화끊고 걸어들어가려는데, 일진들 목소리 들리고

3짱과 몇몇 아이들 모여 담배피고 있다.

3짱 : 재수없어. 졸업하면 끝 아냐?
일진1 : 그러게. 학교도 못 들어갔다지.
3짱 : 자기 앞이나 잘 닦지.. 요즘도 알바한다며?
일진2 : 이거 거기서 받는 스트레스, 우리한테 푸는 거 아냐?
3짱 : 근데, 돈은 있어서 쏘는 거야? 우리, 오늘 왕창 마셔버릴까?
일진1 : 좋지.

세진, 숨어서 듣고 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65. 나이트 클럽, 밤
세진, 술마셔대는..

3짱, 일진들과 들어와서

3짱 : (걱정하는 척)언니. 왜 그러세요? 그만 마셔요.
세진 : (격앙된 목소리로)됐어. 너희들 실컷 마셔.

#66. 혜원의 집, 밤
혜원, 세진을 부축해 데려와 마루에 눕힌다.
세진, 정신잃은 듯, 그냥 쓰러지고..
혜원, 더운 지 선풍기를 틀어 가만히 바람쐬는..

#67. 혜원의 집, 낮
세진, 속이 쓰린 듯 배를 어루만지며 방에서 나오고

혜원 : (국 끓이며)일어났어?
세진 : 나, 어제 필름 끊긴거 같은데..
혜원 : 알고 있긴 하네..
세진 : 미안해.
혜원 : 됐어. 밥이나 먹어. (밥상 차리는)

#68. 버스, 낮
혜원,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며 멍하니 있다.

버스, 정류장에 멈춰서고..
신화, 걸어가다 창 밖에서 혜원을 보곤 뛰어와 버스에 올라타고..

혜원, 신화를 보지 못한채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신화, 뒷자리에 앉아 혜원만을 바라보고..

#69. 버스 정류장, 낮
혜원, 버스에서 내리고, 몇 몇 사람이 내리고 난 다음, 신화도 따라 내린다.

혜원, 모르는 채, 분식점으로 걸어들어가고..

신화, 따라 들어가려다가 그만 멈춰선다.
자신을 보면, 손에 만화책 든 봉지 들려있고, 호주머니에 돈을 꺼내보면 300원 뿐이다.

신화, 어쩔수 없다는 듯, 분식점 앞 작은 공원 벤치에 앉는다.

#70. 분식점, 낮
영순, 떡볶이를 만들다 밖을 보며

영순 : 저 총각은 하루 종일 저기 앉아있네..

혜원, 밖을 내다보면, 신화, 만화책 보며 벤치에 앉아있고..

#71. 분식점 앞, 저녁
혜원, 일이 끝나고 분식점에서 걸어나온다.
신화, 만화책 봉지에 넣어 들고 혜원에게 걸어가고..

혜원, 모르는 척 그냥 걸어간다.

신화 : (앞에 막아서며)차비 좀 빌려줄래?
혜원 : (어이없는 듯 보면)
신화 : (호주머니에 있는 300원 꺼내 보여주며)이거 밖에 없거든..
혜원 : (무뚝뚝하게)그럼, 걸어가.
신화 : (의외의 대답에 조금 당황한.. 하지만, 이내 웃으며)같이 걸을까?
혜원 : (대답없이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

#72. 다리 위, 저녁
신화와 혜원 걸어가고 있다.
둘 다 아무말 없고,

혜원, 난간을 잡고 아래를 보며

혜원 : 여기서 발걸음을 내딛으면 떨어질 수 밖에 없겠지? 그저 걸어가고 싶어도..


혜원, 다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그저 걸어가기만 하고..
신화, 아무 말 없이 바라보다 순간 멈춰서..

신화 : 바람을 가지고 싶니?


혜원, 멈칫하곤.. 돌아서서 신화 빤히 쳐다보고..

신화, 혜원앞으로 걸어와 앞을 막고 멈춰선다.

혜원 : 뭐하는 거야? 비켜!

신화 : (돌아서서)내 뒤에 네가 나의 바람을 느낄수 없듯이.. 나도 마찬가지야.


신화, 혜원의 혜원의 팔을 살며시 들어올리고.. 손도 살며시 펴준다..
그리고, 천천히 그 뒤로 가고..
신화가 비켜갈수록 하나 둘 혜원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고..

혜원, 가만히 바람을 맞으며 서있다.



#73. 다리 옆, 버스 정류장, 저녁
벤치에 신화와 혜원 앉아있다.

혜원 : (다리 끝을 바라보며)저 다리를 건너기 전에, 우리는 중학생이었던 것 같아.
신화 : 기억나?
혜원 : (끄덕이며)응. 저, 다리를 건너온 순간 이렇게 변한 것 처럼..생생하게..

버스, 그 앞에 멈춰서 앞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며 서있다.

혜원 : (버스 문을 바라보며)저 문을 지나 버스를 타고 가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내릴 때..
(뒷문을 바라보며)좀 늙어있는 내가 내렸으면 좋겠어.. 단, 5년만이라도..
신화 : 왜, 그러길 바래?
혜원 : 그 때는 무언가 하고 있을 테니까.. (일어서서 버스로 다가가고) 지금, 세상은 너무 숨이 막혀..

신화, 벤치에 일어서서 따라가지 못한 채 보기만 하면

혜원 : (버스를 타며 뒤돌아 살짝 미소지어 보이는)


신화, 웃으며 바라보면,
버스 이내 출발한다.

#74. 번화가, 낮
혜원과 세진, 쇼핑하고 있다.

옷가게..
혜원과 세진, 진열된 옷을 보며 서있다.
E : 세진이.. 세진이 아냐?
세진 : (뒤돌아보면)
연진 : 맞구나. 세진아. 나, 기억해?
세진 : 연진이?
연진 : 야. 오랜만이다.
세진 : 그래..(좀 얼떨떨한)
연진 : 요즘 뭐하고 지내? 학교 다녀? 너, 인문계갔잖아.
세진 : (얼떨결에)응.
연진 : 그럴 줄 알았어. 무슨 과..(잠시 생각하다)그래. 사진학과? 너, 그거 한다고 떠들고 다녔잖아.
세진 : (어쩔 수 없이)응.
연진 : 야, 잘 나간다. 난, 취직했어. 증권회사 다니는데.. (근처 높은 빌딩 가르키며)저기서 일해. 너, 그 근처에 올 일있으면 연락해. 아참. 연락처..(수첩꺼내서 삐삐번호 적어준다)곧, 핸드폰 살거니까, 빨리 연락해야 된다.

혜원, 세진 옆에 다가오고

연진 : 친구도 있네. 그럼 가 볼께. 꼭 전화해.
세진 : 어. 잘 지내..
연진 : 그래. (손 흔들며 가고)

세진, 거짓말때문에 괜시리 혜원의 눈치를 보는..
혜원, 아무렇지도 않고..

#75. 혜원의 집, 저녁
혜원과 세진, 쇼핑백을 들고 들어온다.
전화벨 울리고..

세진 : 여보세요. (혜원을 바라보면, 혜원 고개 흔들고)예. 아주머니. 혜원이 지금 없거든요. 예. 안녕히 계세요.(전화 끊고)

세진 : 급한거 같던데..
혜원 : 신경꺼.
세진 : (기분 나쁜)

#76. 분식점, 낮
혜원, 테이블 치우고 있다.
손님 아무도 없고,

영순 : (앞치마 벗어 걸어놓으며)요 앞, 은행에 좀 다녀올께.
혜원 : 예.

영순, 밖으로 나간다.

혜원, 멍하니 앉아있고
문 열리는 소리 들리고,

혜원 : 어서오세요.
신화 : (웃으며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혜원 : 뭐 먹을래?
신화 : 뭐가 맛있어?
혜원 : 다.
신화 : 팥빙수 줘.

(시간 경과)
신화, 팥빙수, 거의 다 먹어가고 있다.

혜원 : 앞으로 오지마.

신화, 가방에서 메모지와 펜 꺼내 쓰는..

012-205-0508

신화 : (종이 건네주며)연락해. 기다릴께..(지갑 꺼내려 하면)
혜원 : 그냥가.
신화 : 잘 먹었어.

#77. 혜원의 집, 저녁
세진, 텔레비전 보고 있다.
혜원, 옆에 앉아서 같이 본다.

화면에 배우의 사진 촬영 장면 나오고..

혜원 : 배우를 보는 거야, 사진작가를 보는 거야?
세진 : (빤히 혜원 바라보고)
혜원 : 잊고 있었어. 너, 사진 좋아했던거.
세진 :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혜원 : 그냥, 그랬다구..
세진 : (괜히 목소리를 높여)그래, 나 친구한테 거짓말했어. 대학다니고, 그것도 사진학과라고 거짓말 했어.
혜원 : (관심없는 듯)내가 뭐라고 했어?
세진 : 넌, 뭐가 잘났어?
혜원 : 왜 그래?
세진 : 너도, 재수한다고 거짓말하며 일하잖아. 그것도, 그렇게 다니기 싫어하던 학교 앞에.
혜원 : 그만해.
세진 : 왜? 듣기 싫으니?
혜원 : (노려보고)
세진 : 집세한푼 못 보태주고, 이렇게 산다고 무시하는 거야?
혜원 : 네가 널 무시하는 건 아니구?
세진 : 뭐라구?
혜원 : 그만하자. (일어서면)
세진 : 너같이 집에서 돈 다주고, 심심풀이로 아르바이트나 하고, 잘해주는 새엄마두고, 혼자 외로운 척, 힘든 척 폼이나 잡는 게 뭘 알아?
혜원 : 그만하라구 했지.
세진 : 나한테 명령하지마. 너, 그럴 자격 없어.
혜원 : (목소리 높이며)아니. 그럴 자격 있어.
세진 : (당황해)뭐?
혜원 : 가진 것 없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너랑은 다르니까.(방으로 들어가고)

세진, 멍하니 서있다가 밖으로 문 쾅 닫고 나간다.

#78. 나이트 클럽, 밤
세진, 들어와서, 누군가를 찾는..

철구, 다른 여자들과 놀고 있다.
세진, 표정 굳어 나가고..

#79. 좁은 골목길, 밤
세진, 담에 기대서서 담배 피고 있다.
집에선 싸우는 소리 들리고,

세진, 담배 연기 내쉬며, 한숨 쉰다.
담배 끄고, 집 안으로 꽁초 던지며 허탈하게 웃고는 걸어간다..

#80. 거리, 밤
세진, 혼자서 걸어가고 있다.
공중전화 박스 보이고, 안으로 들어간다.
주머니에서 동전 꺼내 집어놓고..

전화 걸 곳이 마땅치 않은 지 수화기를 들고 망설이다, 호주머니를 뒤적거려 종이 하나를 꺼낸다.
연진이 준 메모지이고,

세진, 번호를 하나 하나 꾹꾹 눌러댄다.

세진 : 어, 나야. 세진이. 잘 지내지? 네가 연락하래서.. 그래서, 음성 남기는 거야. (가만히 있다가)사실, 나 너한테 거짓말 했어. 우리, 중학교때는 그러지 않았는데..말이지.. 나, 대학 안 다녀. 사진도 안해.. 사진기를 잡아본게 너무 오래 된것 같다. 너, 만나고 나서야, 그게 떠오르는 거 있지?(피식 웃으며)내가, 네 사진 많이 찍어준 것 같은데.. 너, 다 가지고 있지?

세진 : (머뭇거리다)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 (서서히 주저 앉으며)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돌아가면, 난 이렇게 살지 않았을까.. 미안해. 미안해. 거짓말해서.. 그리구.. 또..(울먹이며)미안해.. 미안해..

수화기, 떨어지고, 세진, 주저앉아 훌쩍이며 울어버리는..

#81. 분식점, 낮
혜원, 영순과 이야기하고 있다.

영순 : (섭섭한 표정)이거, 보고 싶을텐데..
혜원 : 죄송해요. 아줌마.
영순 : 어쩔 수 없지. 이제, 수능도 얼마 안 남았으니..
혜원 : 나중에 다시 올께요.
영순 : 당연히 그래야지. 공부 열심히 해야 돼.
혜원 : 예.

#82. 서점, 저녁
혜원, 서점 앞을 지나가다 멈춰서곤 안으로 들어온다.

서점 안을 둘러보곤, 사진이라고 적힌 곳으로 걸어가는..

#83. 혜원의 집, 밤
혜원, 한 손에는 생활 정보지를, 한 손에는 책이 든 봉투를 들고 들어온다.

세진, 혜원이 들어와도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혜원, 세진에게 다가가 봉투 던져준다.

세진, 봉투열어 책꺼내보면 사진관련 책 들어있고..

세진 : (뾰루퉁하게)이런 건 왜 사오고 그래?
혜원 : 그냥, 심심할 때 읽어 보라구..
세진 : 그건 안 들고 와도 됐는데..(생활 정보지 가리키며, 자신이 보던 생활 정보지 든다)

혜원, 피식 웃는..

세진 : 지겨워서 그만 뒀어.
혜원 : 나두..

둘, 서로 보며 웃는..

#84. 죽집 앞, 낮
아르바이트 구함

앞에 붙여져 있고,
혜원, 안으로 들어간다.

#85. 분식점 앞, 낮
신화, 앞에서 기웃거리며 보다가, 혜원이 아닌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보이자,
아쉬운 듯.. 발걸음을 돌리고..

#86. 혜원의 집, 밤
세진, 끙끙 거리며 누워있다.

혜원 : (걱정스레)괜찮아?
세진 : 갈비집은 꽤 힘드네..
혜원 : 다른 데 알아보던지..
세진 : 됐어. 여긴, 시급이 좋단 말이야. 네가 넌 줄 알어?
혜원 : (표정 굳으면)
세진 : 네가 너보다 힘이 더 좋다는 이야기야. 근데, 오늘 또 전화 왔더라.
혜원 : (신경 쓰지 않는)
세진 : 전화 좀 해드려. 급한 일 같던데.. 원수지고 나온 것도 아니면서, 왜 그래?
혜원 : 알아서 할께.
세진 : (장난치는)근데, 너 매일 죽만 먹어?

#87. 죽집 앞 도로, 저녁
혜원, 일을 마치고 나와 걸어간다. 그러다, 무심결에 고개를 돌리곤 멈춰서는..

길 건너에서 혜원모, 병원으로 걸어가는 모습 보이고..

혜원, 가만히 쳐다보는..

#88. 병원 복도, 저녁
혜원모, 어느 병실로 들어가고..
혜원, 조심스레 따라 들어와 병실을 살며시 들여다 본다.
혜원부, 입원해 있고..

혜원, 놀라는 표정..

#89. 작은 공원, 밤
혜원, 벤치에 멍하니 앉아있다.
신화, 뛰어와선, 혜원을 보고 미소짓는..

(시간 경과)
혜원과 신화, 나란히 앉아있다.
혜원 : 대학교는 좋아?
신화 : 글쎄..
혜원 : 그런데, 왜 다녀?
신화 : 넌 아르바이트 하는 게 좋아?
혜원 : 그냥..
신화 : 그런데, 왜 하는데?
혜원 : 아무것도 안 하는 건.. 그냥, 그러고 싶진 않아서..
신화 : 나도 그래. 아무 것도 안하는 것 보단 나을 것 같아서..
혜원 : 네 대답 들으니까, 그 곳도 별 거 아닌 곳 같다.
신화 : 맞어.(웃는)
혜원 : (아무 말 없이 하늘만 쳐다보는)
신화 : 오늘, 네가 연락해서, 기뻤다.
혜원 : (신화 빤히 바라보면)
신화 : 생각보다 일찍 연락해줘서 좋다기 보다,.. 그보다, 네가 그 기다림을 멈춰준 게 기뻐서..
혜원 : (아무 대답없이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는)

#90. 혜원의 집, 새벽
혜원, 음식 만들고 있다.
세진, 눈 부비며 일어나

세진 : 뭐 하는 거야?
혜원 : 더 자.
세진 : (음식 보며)뭐야? 죽집에서 일하는 게 모자라, 아예 집에서 죽을 쑤는 거야?
혜원 : (빙그레 웃고)

#91. 병실, 아침
혜원부, 잠에 빠져 있고..
혜원모, 보이지 않는다.
혜원, 살며시 들어와, 옆 탁자에 보온병 올려놓고 나간다.

혜원모, 얼마 후 들어와 탁자에 보온병보고, 밖으로 나가 복도를 두리번 거리며 보다가, 이내 들어와, 보온병을 보고 살며시 미소짓는..

혜원모 : (나즈막하게)혜원아.

#92. 병원, 아침
혜원, 병원 앞에 서서 병실이 있는 곳을 쳐다보곤,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냥 걸어가는..

#93. 혜원의 집, 아침
세진, 무언가를 서두르는 듯, 작은 가방 하나를 매고 나갈 채비를 한다.

혜원 : 오늘 쉬는 날이라며?
세진 : 어.
혜원 : 그럼, 집에서 쉬지.
세진 : 할 일이 있어서.. 나갔다 올께..(서둘러 나가고)
혜원 : (조금은 걱정스러운)

#94. 혜원의 집, 밤
시계, 10시를 가리키고 있고..
혜원, 걱정스러운 표정..

세진, 살며시 들어온다.

혜원 : 왜 이리 늦었어?
세진 : (시계보곤)10시밖에 안 됐네..
혜원 : 하긴..예전에 비하면.. 근데, 어디 갔다 오는거야?

세진, 대답하지 않고 혜원 앞에 가 앉는다.
그리고, 가방에서 포장된 작은 상자, 내밀고.

세진 : 선물이야.
혜원 : 선물?
살며시 포장 뜯고 상자 열어본다.. 필름 한 통이 나오고..

혜원 : (의아한)
세진 : (가방에서 수동 카메라 꺼내고)월급이란 거 타서, 처음으로 제대로 날 위해 쓰는 것 같아. 오늘 샀어. 중고야.. 그리고, 처음 찍은 내 작품의 필름, 너에게 주는거야.
혜원 : 고마워.
세진 : 나, 나중에 유명한 사진 작가 되면, 그거 현상해서 팔아..(쑥스러운 듯 웃고)
혜원 : 그래. (웃고)
세진 : 미안해. 이렇게 너한테 신세만 지고..
혜원 : (필름 보이며)이렇게 좋은 걸 받았는데, 뭘.... 빨리 보고 싶다. 내일 현상할까?
세진 : 아니. 사실, 두려워.... 혹시라도 이상하게 나오면, 절망할 것 같아서.. 이제, 시작인데,, 자신감이라도 있어야지.

혜원 : 그래. 기다릴께..
세진 : 고마워.. (혜원, 살며시 앉고 서로의 등 두들겨준다)

#95. 거리, 밤
신화, 혼자서 걸어가고 있다.
그러다, 빵집 앞에서 걸음이 멈춰지고..
신화, 빤히 빵집을 바라보면,

수능 합격 찹쌀떡이라는 포스터 붙여져 있다.

신화, 안으로 들어가고..

#96. 강의실, 낮
아이들, 웅성거리고 있다.
신화, 신경쓰지 않고, 필기하는데, 정우, 옆에서 쿡쿡 찌르고..

신화, 정우를 보면, 정우, 창가를 가리키고..

신화, 창가로 고개 돌리면..
현세, 폴짝 폴짝, 창문 밖에서 뛰고 있다.

신화, 어이없는 듯 웃고..
교수 : (칠판에 필기하다 웅성거리다 뒤돌아서)조용히 해요.(다시 돌아서고)

현세 : (창문 밖에서 큰 소리로) 이야, 시원하다..

신화, 황당한 듯 웃고만 있고..

교수 : 아니, 누구야? (강의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보는)
아이들, 키득대고..
신화, 빨리 책을 들고, 뒷문으로 나간다.

교수 : (이젠 괜찮다는 듯)자, 수업합시다.

#97. 복도, 낮
신화, 강의실에서 나가 걸어가면, 맞은 편에서 현세, 어슬렁 거리며 걸어오고 있다.

현세 : 떡 내놔.
신화 : (가방에서 꺼내 던져주며)며칠 전에 산 건데.. 괜찮을 지 모르겠다.
현세 : (하나 꺼내 먹더니)음.. 좋군.

현세, 신화에게 뛰어가 어깨에 팔 걸치곤..
현세 : 그럼 가볼까?
신화 : 어딜?
현세 : 엠. 티.
신화 : 또, 우리집?
현세 : 아니, 이번엔.. 화장실.
신화 : (어처구니 없는)뭐?

#98. 우포늪, 저녁
철새들, 날아다니고 있다.
현세와 신화, 살며시 억새밭으로 걸어들어오고..

현세 : 어떠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중 화장실에 온 소감이..?
신화 : 화장실이라니?
현세 : 세상은, 기껏해야, 새들이 날아다니면서 응가하는 화장실일 뿐이라구.. 그리고, 이곳은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 하나구.. 새들의 식당도 돼나.. 여하튼..너, 새똥 잘 피해야 된다.
신화 : 너나 잘 피해. 난, 다 비켜 가니까..
현세 : 어쭈.. (주위를 휘익 둘러보다 한 곳에 시선이 멈추고 표정 일그러지는)
신화 : 왜 그래?

신화, 고개 돌리면, 사진기 든 관광객들, 새들에게 돌을 던져, 날아가는 모습 찍고 있다.
신화, 그곳으로 걸어가 뭐라고 이야기하고..
관광객들, 창피한 듯,,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현세 : (신화 다시 걸어오면)대단한 걸..
신화 : 근데, 정말 아름답긴 하다.

고니 떼, 하늘로 날아 올라가고..

#99. 작은 구멍가게 앞, 밤
신화, 전화를 마치고, 나온다.

현세 : 누구야?
신화 : (빙그레 웃기만 하고)
현세 : (능청스레)요즘, 영화 접속인가 뭔가 때문에, 채팅이 유행이라더니.. 너, 거기서 누구 만난거 아냐?
신화 : 아니야.
현세 : 그럼.. 음, 나 없을 때 미팅이라도 한거야?
신화 : 아니.
현세 : 집에 건거야?
신화 : 글쎄..
현세 : (목조르며) 이 녀석이..
신화 : 야!!
현세 : (목 풀어주곤 하늘을 바라보며)별 무지하게 많다. 역시, 공기좋은 동네야..

하늘에 한 가득 떠있는 별들..


새들이 날아가는 모습으로 디졸브되며..

#100. 우포늪, 낮
세진, 사진기로 열심히 촬영하고 있고, 혜원, 그 옆에서 그 광경 바라보고 있다.

신화도, 새들을 보며 넋이 나간듯 서 있고..
현세, 그 옆에서 세진과 혜원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

현세 : 녀석. 기특해..
신화 : 근데, 너. 수능은 잘 쳤어?
현세 : 글쎄.. 당연히 잘 쳤겠지. (이제서야 고개들어 새들이 날아가는 모습본다)
이야, 정말 죽이는 구나.. 근데, 유신화, 넌 나 없는 동안 찾았어? (대답 없고) 그새, 잊어먹었냐?
꿈.. 찾았냐구?

대답 들리지 않고, 현세, 고개 돌려보면..
신화, 늪 가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청둥오리에 빠진..

신화, 더 가까이 살며시 다가가면, 청둥오리 이내 날개를 푸드득 거리며 날다, 조금 떨어진 앞에 다시 앉고..
신화, 웃으며 바라본다..

그리고, 고니 떼들..다시 날아 오르는..










노래는 서우영의 진달래 입니다.
(언젠가~~~~~~그 글에 서우영의 손이라는 노래를 넣었습니다..파일을 찾지 못했던 관계로, 뒤늦게 말입니다.)

읽어 주신 님들께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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