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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섬] 가상과 현실의 게임

작성자김주혜|작성시간01.09.21|조회수397 목록 댓글 0





이 름 : 섬 번 호 : 1290
작 성 일 : 2001/05/29 (화) PM 01:25:55 조 회 : 577


TV 화면 클로즈업 되면서,‘우리학교’ 라는 타이틀 뜬다.
출연자 얼굴들과 함께 신진호, 김민지 등등의 이름 지나가고….
화면에 뜨는
‘제 *회 가상과 현실의 게임’

#1 백화점 앞

‘황태자 오빠아~~’
달려 나오는 진호 뒤로 맹렬히 쫒아 나오는 여자아이들.
진호 길 옆에 대기하고 있던 차안으로 허겁지겁 탄다.
차 앞좌석에는 매니저 두명이 앉아 있는.

매니저 1: (상 찌푸리며) 야 ! 네 옷 조심해. 협찬사에 되돌려 줘야 한단 말야.

진호, 뒷 좌석 둘러 보면 담요, 옷가지, 과자봉지 흩어져 있고,
담배꽁초, 재떨이로 쓰이는 통에서 넘쳐나고 있는.
진호 상 조금 찡그린 후, 손으로 자리 치우며 조심히 앉고.

진호 : (불평섞인) 차 좀 깨끗하게 하고 다니면 안돼요 ?
매니저2 : (가당차다는 듯) 우리 처지에 전용차 있는것도 어딘데 ?
니가 빨리 CF 좀 많이 따 와야 제대로 된 차도 굴리지.

몰려온 팬들 차 밖에서 유리창 두드리기 시작하고

매니저 1: 빨리 차 빼 ! 틴틴과의 인터뷰 늦겠다.

차 부르릉 떠나고, 뒤에 남겨진 아이들 발 동동 구르며 아쉬워 한다.

잠시후, 똑같은 자리에 다가와 멈춰 서는 고급 외제 승용차.
뒷 좌석에서 내리는 태훈, 좍 빼입은 정장 사복차림.
그근처에서 아직 서성거리던 여자아이들, 관심있게 눈여겨 보지만,
태훈 눈길 전혀 안 주고,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2 달리는 차안

진호, 차 한 쪽 구석에 쌓여있는 교과서와 참고서 보고 잠깐 한숨 쉬는,
손 뻗어 하나 집으려다가 귀찮은 듯 멈추고, 대신 음악들으려고 헤드폰 끼는.

(E) 꺄아아악~~~~~~~

#3 동광고 2-5반 (아침수업 시작 전)

한무리의 여학생들 교실 한구석에 몰려있다.
잡지에 나온 사진 들여다 보면서 흥분하고 있는.

아영 : (숨넘어가는 목소리로) 아~~ 황태자의 이 미소 !! 그냥 죽이지 않냐 ?
나 다음번 팬사인회 때는 하늘이 무너져도 꼭 갈거야.
희진 : (같이 흥분해서) 당근이쥐~. 동광같은 개천에서 이런 스타 용이 나오다니,
동광을 다니는 보람을 이제야 느낀다는 것 아니냐.

공부하고 있는 태훈과 형주.
형주 고개들어 한심하다는 듯 여자애들 쳐다보지만, 태훈 무관심한.

지민 애라 정연 이야기하다 뭔 일인가 싶어 쳐다 보고

애라: (호들갑스럽게) 어머, 쟤네들 신진호 사진갖고 왔나부다.
(미련있는듯 보다가 고개 돌리며) 야 야, 어제 우리학교 프로봤어 ?
신진호 너무 멋있었지 않냐 ? 난 신진호 볼려고 일요일 저녁은
외출도 삼가한다는 거 아니겠니. 비록 채널권 둘러싸고 매번 우리 식구들과
전쟁을 치루지만…. (가슴에 손을 얹으며) 차갑다가도 김민지를 바라볼 때는
타오르는 그 시선 !
지민: (조금 들뜬듯한 목소리로) 맞어~ !
그 한사람 안에 얼음과 불이 공존하는게 정말 카리스마가 느껴지잖아.
그러다가 민지와 투닥거릴 때는 개구장이 같은 일면도 있고,
(한숨섞인 아쉬움) 그런 남자 세상에 정말 있을까 ?
(생각난듯 정연 돌아보며) 근데 진호 걔 1학년 때 너네반 아니었어 ?
정연: (피식 웃으며) 글쎄, 그 때는 백조되기전 미운 오리새끼였었나.
키크고 얼굴 좀 하얀거 말고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애였는데.

애라, 지민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정연 쳐다보는.

#4 동광고 복도

태훈, 형주 걷고있다.

형주: (태훈 눈치 흘끗보며) 그우리학교라는 프로에 나오는 신진호 그자식,
혹시 네 흉내내고있는거 아냐 ? 드라마속의 황태자라는 별명도 그렇고,
그녀석 표정이며 말투가 꼭 너 판박이인 것 같던데.
태훈: (관심없는 투로 차갑게) 말그대로 흉내에 불과한것 가지고
신경쓸 필요 없다고 보는데.
유리가 아무리 반짝거린다고 다이아몬드로 변하는 것 봤냐 ?

진호 : (E) 말 한마디를 해도 꼭 재수없게 하지.

#5 방송국 복도

진호, 민지 걸어가고 있는

진호 : (뱉어내듯) 안하무인이고, 이기적이고, 차갑고,
여자 우습게 알고….(하는데)
민지 : (장난스럽게) (O.L.) 그래도 여자애들은 걔한테 죽고 못살고… ?
진호 : (멈칫 굳는) …..
민지 : (곁눈질하며) 너~ 혹시 걔 질투하는거 아냐 ?
흠~ (손가락으로 자기 이마 톡톡 두드리며) 이거 흥미 있어지는데….
작가님께 일부러 부탁까지 해가면서, 그렇게 싫어하는 대상의
캐릭터에다 별명까지 똑같이 따라하고 있다니 말야.
진호 : (잠시 당혹, 곧 씁쓸하게) 그래, 솔직히 맘 한구석에선 부러웠어.
그 녀석은, 내가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한 모든 걸 상징했으니까.
그래서 그녀석의 위치에 있다는게 어떤건지 궁금했다고 할까 ?
돈이 넘쳐난다는 게, 공부든 뭐든 항상 남보다 앞서 있다는 게 ,
선생님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 한다는 게…

둘 걸어가며 멀어지는….

유란 : (E) 작년에 점장이가 귀인을 만난다고 한게 혹시 신진호였었나 ?

#6 동광고 교무실

유란: (아쉽다는 듯) 우리 주위에서 탤런트 나오는게 어디 흔한게
아니잖아요. 이럴줄 알았으면 진즉 좀 눈여겨 봐뒀을텐데…..
걔 일학년 때 태훈이랑 같은 반이었다는데, 생각해보니
그애에 대해서 기억나는게 거의 없지 뭐예요.
암튼 사람 팔자 시간 문제라는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지….
(고개 설레 흔들다 생각난듯) 참! 이젠 박광도 선생님 반이죠.
어때요 ? 스타의 담임이 된 소감이.
광도: (못마땅한) 담임이면 뭐합니까 ? 시험때 말고는 학교에는 아예 코빼기도
안비치는데.
재현: (걱정되는) 근데 출석일수도 못채우고 성적도 자꾸 떨어지는데,
진호 내년에3학년으로 올려 보내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정인: (불만섞인) 다른 애들은 야자 한시간만 빠져도 펄쩍 뛰면서,
연예인이라고 이렇게 까지 봐주는 거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에요 ?

명교감 자기 자리에서 한쪽 귀로 듣고 있다가

명교감: (큼큼 헛기침하며) 수학경시대회 우승하는 태훈이같은 애들만,
학교이름을 빛내주는게 아닙니다. 아~ 요새 대학마다 유명연예인
입학시키려고 난리인 것 좀 보세요. 우리도 진호 덕분에 언론을 통해
우리학교 이름이 홍보되고 있지 않습니까 ?

#7 카페

진호, 잡지사 여기자와 인터뷰 중
진호 앞에는 오렌지 주스가 놓여 있다.

기자 : (애교스럽게 웃으며) 우리, 인터뷰라고 생각하지 말고 소개팅이라고
생각하고 하면 어때 ? 나하고 뭐 몆살 차이 안나는데, 호호.
진호 : (공손하게 미소지으며) 좋죠.
기자 : 어머나 ! 그런데 얼굴이 왜 그모양야 ? 우리 사진도 찍어야 되는데.
진호 : 촬영 스케줄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자서요.
기자 : 아휴~ 이따가 화운데이션 좀 많이 바르고 눈에 안약도 넣야겠다.
우리 사진엔 뽀샤시하게 나와야 되는데.
진호 : …..
기자 : (수첩 들며) 아무튼 이 드라마 하나로 단번에 10대 소녀팬의 우상이
되었는데, 갑자기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 어때 ?
진호 : (상 찌푸리며) 저 남자인데 신데렐라에 비유하는 건 좀 그렇네요.

옆에 앉아있던 매니저 테이블 밑으로 진호 발 걷어차며

매니저 :(무마하듯) 하하. 뭐, 남녀 평등시대인데 남자 신데렐라도 있을 수 있지.
안그래요 ? 얘가 좀 보수적이라서.
기자 : (기대에 찬 미소) 안그래도 집안이 좀 엄격하실 수도 있겠다.
진호 분위기도 너무 귀공자 티가 흐르고, 집이 듣자하니 (슬쩍 눈치보며)
재벌급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진호 : (담담히) 아닙니다. 저의 집 보통 중류 가정인데요.
기자 : (실망) 아~ (태도 좀 딱딱해지는) 그럼 다음 질문하지.
우리 잡지 독자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것 중의 하나….
황태자의 첫사랑~ 과연 그 행운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
진호 : (주스잔 쥐는 손 긴장하는) …(망서리다가) 고1 때 같은 또래
여학생이었어요.
기자 : (드디어 뭔가 잡았다는 표정) 어머, 최근이잖아 ? 그럼 지금도 만나는 중 ?
진호 : (주스잔 더 꽉 잡는) …. 아닙니다.
기자 : (안타까운 표정 과장스럽게 지으며) 아유~ 헤어졌구나.
연예계 들어와서 너무 바쁘다 보면 그렇더라구~
그 여학생, 진호 이렇게 스타된 모습 보면서 어떤 생각 하고 있을까 ?
많이 아쉽겠다. 그지 ?

주스잔 잡은 진호 손, 굳어버린 듯 미동없는…..

#8 방송국 사무실

컴퓨터 자판 위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손 비춰지고,
카메라 올라가면서 시청자 게시판 들여다 보고 있는 조연출 보여준다.

조연출: (신난) 이야~ 이거 뭐 신드롬이네. 황태자 신드롬 !
(PD쪽으로 고개 돌리며) 감독님 !
진호 인기에 덩달아, 황태자의 첫사랑 민지와의 로맨스도 많이
넣어 달라고 난리들인데, 이참에 아예 걔들 비중을 확~ 높이면 어떨까요 ?
우리도 시청률 좀 올려야 되는거 아닌가요 ? 아직 한자리 숫자인데.
이 PD : (하품하며) 우리가 명색이 그래도 공영방송 아니가.
근데, 학생프로라 해놓고 남녀 쌍쌍지어 놀게만 하면,
학부모들한테서 무슨 욕을 얻어 먹으라고 ?

진작가 건너편 책상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다가, 다 읽었는지 책 닫으며

진작가: (진지한) 요새 청소년 관심사 1위가 이성교제인데,
사랑 이야기 없이누가 보겠어요. 기껏 심각한 주제로 열심히 썼는데,
진호와 민지 나온 한씬만 가지고 난리치는 거 보면,
내가 뭐하고 있나 싶은 회의까지 든다니까요.

진작가 한숨 쉬며 책상위로 시선 돌리면
방금 읽던 책,
로맨스 소설인 듯 책 표지에는 두 남녀가 그윽히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이 PD : (E) 어찌됐건, 사랑 없는 드라마는 오아시스 없는 사막 안 같겠나 ?

#9 ‘우리학교’ 촬영현장 교실

촬영준비 부산한 가운데, 이 PD, 진호에게 연기지도하는.

이PD: (손 퍼덕거리며) 특히나 첫사랑일 때는
감정의 변덕이 죽 끓듯 한다 아니가 ?
이 때 감정 표현의 키포인트는 바로 눈이라 이거다.
(눈 쓱 들이밀며) 사랑은 눈으로 해요~ 알지 ?
일단 교실로 들어 가면서 처음 민지를 쳐다보는 시선은,
애정이 듬뿍 담겨 있어야 한다 아니가.
그러다가 여자가 딴 남자한테 관심있다 이걸 알았을 때는,
피가 막 안 끓어 오르겠나 ?
(잠시 심각해지는) 남자가 한번 질투했다 하면,
마~ 여자들 질투하는거 쨉도 아니다.

민지 옆에 서있다 쿡쿡 웃는. 이 PD 민지 한번 노려보고, 다시 진호에게

이 PD : 근데 니 캐릭터는 자존심 빼면 시체 아니가. 그러니 그게 질투라는 걸,
죽었다 깨나도 여자한테 들켜서는 안 되는거라.
그러니 눈에서만 불똥 튈 수 밖에 없지 않나 .
(못 미덥다는 듯이) 니, 여자 땜에 딴 남자 질투해 본 적 있나 ?
진호 : (순간 묘하게 빛나는 눈빛 !) ……
이 PD : (진호 어깨 퍽 치며) 바로 그거야 ! 그 눈빛 !

진호 멍한 표정되고, 이 PD 만족한 미소지으며 몸 돌리면서

이 PD : (큰소리로) 자아~ 모두들 제자리로 !

민지 교실로 들어가 앉고, 진호 뒷문으로 걸어가며 들어갈 준비하는.

이 PD (E) : 레디이~ ~ 고 !

#10 동광고 2-5반 교실

태훈 뒷문으로 들어오며 지민 쳐다본다. 엷은 미소가 어린 따뜻한 시선.
시험중 쉬는시간, 지민은 아이들과 모여 이야기하고 있는 중.

용구: (짐짓 고민되는 표정으로) 지난번 미팅에서 만난 그애가
바로 오늘 학교로 날 찾아온다는 것 아니겠느냐.
시험치랴, 데이트 하랴, 내인생은 어이하여 이토록 바쁘단 말인가 !
애라: (한심한) 으이구! 걔가 너보러 오겠냐 ? 보나 마나 신진호가 진짜 목표겠지.
(금새 고개돌려 눈 반짝거리며 지민에게) 야 ! 진호 시험치러
학교 왔을텐데 우리 걔네 반 가서 살짝 들여다 볼까 ?
정연: (어이 없는) 정애라 !
지민: (정연 눈치보다가 목소리 커지는) 그래에~ 이런 때 아니면 언제 스타를
실물로 보냐 ? 정말 티비에서처럼 실제로도 멋진지 궁금해 죽겠다야.

태훈 듣고 얼굴 굳어지며 눈빛 날카로워지고,
지민 애라 뒤따라 나가면서 태훈 옆을 지나칠려고 하면,

태훈 : (시선은 앞으로 향한채 비죽이는 투로) 연예인 얼굴 보면
시험문제 해답이 보이나 보지 ?

지민 고개 돌려 보면, 태훈이 또 시비걸고 있다 싶어 멈춰 서는

지민 : (발끈) 그런 너는 나 시험 잘 보게 뭐 보태준 것 있냐 ?
최소한 네 얼굴 보고 시험보는 거 보다는 덜 재수 없을 것 같아 그런다.
태훈 : (얼굴 굳지만) 네 시험이야 재수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네가 보고 싶어하는 신진호 역시, 한창 시험치는 중에
네 얼굴 보고 과연 반가워 할지 모르겠네.
지민 : (미처 그 생각 못한) …..그, 그게… 야 ~ 신진호는 팬들을 언제 어디서건
반가워 해준다고 소문났단 말야. 걔가 너같은 줄 아냐 ?
태훈 : (빈정) 하긴, 연예인들 팬들 인기로 먹고 사는 하루살이 신세인데,
잘 보여야겠지 ?
지민 : (열 오르는) 너, 너… 지금 진호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넌 그렇지 못해서 배 아픈거지 ?
태훈: (기가 찬) 그러고 보니, 너 역시 가능한 많은 사람들한테서 사랑 받을려고
애쓰는 애라는 걸 깜박했다. 하지만, 난… (지민 눈 똑바로 쳐다보며)
나에게 중요한 단 한사람의 사랑만 있으면 되거든.
지민: (움찔) 야 ~ 그런데 너한테 중요치도 않은 나 붙들고 시비야 ?
태훈 : (갑자기 빙긋 웃는) 혹시 아냐 ? 네가 나한테 그런 사람인지.
지민 : (또 놀린다 싶어 째려보는)

지민 태훈 아웅다웅 하는 동안,
기다리다 지친 애라 혼자 교실 빠져 나가는 뒷 모습 비추면서…

진호 : (E) 시험이 아니라 시험지만 잘 본 것 같네요.

#11 동광고 교정 한구석

시험 끝난 오후, 진호와 매니저 이야기하고 있는.

진호 : (짜증난) 쉬는 시간마다 창문에 닥지 닥지 매달린 얼굴들 땜에,
정신없어서 더 못본 것 같아요.
매니저 : 지금 교문 앞은 더 난리다. (교문쪽으로 서둘러 가면서)
뒷문으로 차 댈테니까 여기서 기다려.
하여간 시험 스케줄은 귀신같이들 알아내 가지고 교문 앞에까지
진치고 있으니…

진호 서성거리다가 문득 옥상 쳐다보는.
오후의 햇살로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신화: (E) 학교 옥상 올라가 본 적 있어 ?

진호 휙 돌아 보면 신화 미소띤 얼굴로 서있는.

진호: (경계하는 표정)…..
신화: (개의치 않고) 저 옥상에 우리 영화반이 있거든.
우연히 자리 잡은거지만, 우리랑 잘 어울린다는 생각 안드니 ?
영화나 드라마나 가상의 세계를 창조하는 건데, 저 위 옥상에서
내려다 보면 밑의 현실이 좀 멀어 보이잖아.
진호: (기분 나쁜) 드라마라는게 현실도피란 이야기야 ?
신화: (동요없이) 꼭 그런 의미만은 아냐. 드라마는 우리가 현실을 보는
또다른 시각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현실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현실에서 조금 떨어져서 바라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미였어.
물론 현실을 외면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수도 있겠지만.
진호: (잠시 신화 쳐다보다가 문득) 힘들 때…… 어떤 방법이 됐건
현실에서 벗어난다는 그자체가…. 위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 안드니 ?
신화 : (생각하는 시선으로) 그럴 수도 있겠지.
우리는 상상 속에서는 뭐든 우리 뜻대로 할 수 있으니까.
현실에서 해결할 수 없었던 갈등이나 갈망을 상상 속에서 나마
이룰 수 있다면, 그것도 일종의 정신 건강을 돕는 방법일 것 같기도 하구.
진호 : (뭔가 생각난듯 픽) 요술 할머니의 도움으로 공주로
변신하는 신데렐라처럼 ?
신화 : (진지한) 그래. 하지만 문제는 드라마든 마술이든 영원히 계속되진 않잖아.
자정이 되면 신데렐라도 다시 현실로 돌아 와야 되지 않나 ?
진호 : … ! (잠시 말없다가) 만약….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
신화 : !?

진호 옥상쪽으로 천천히 시선 돌리면서, 표정 어두워지는

진호 : (조용하게 혼잣말처럼) 땅으로 내려 오는 대신, 하늘로 올라 갈 수 밖에
없었겠지 ?

신화 그런 진호 알 수 없다는 듯 바라보고,
카메라 멀어지는…

#12 고기집

‘우리학교’ 촬영 스탶과 교사역 출연자들 같이 모여 회식중.

광정: (취한, 히죽 웃으며) 계남형하고 저는 생긴게 이래가지고
노상 조폭이나 건달역 맡았었는데, 만년 조연 신세래도
이번의 선생님역은 그래도 폼 좀 납니다. 안그렇습니까, 행님~ ?
계남: (묵묵히 술만 들이키는)
한위: 아~ 참, 진호가 이번에 CF 하나 건졌다면서요 ?
이야~ 나는 연기생활 20년에 여지껏 CF 한번을 못 찍어 봤는데.
이 PD : (술잔 건네며) 제일그룹 무슨 스포츠 웨어 브랜드라 하던가 ?
워낙이 그 그룹이 한창 뜨는 N세대 스타들만 써먹는 마케팅 전략으로
유명하다 아닙니까.
광정: (손 휘저으며) 그게 다 시장논리라는거야. 뭐든 주요 고객층이 10대니
우리같은 노땅들은 그냥 둘러리나 하시라 이거지.
조연출: (끼어들며) 그래도 제일그룹은 절대 장기계약은 않는다는데요.
이 바닥이 워낙 한번 반짝하고 사라지는 애들이 많잖아요.
한위: 근데 대체 얼마나 받는데 ?

일평: (E) 6천만원 !

#13 동광고 교무실

퇴근시간, 선생님들 여기 저기 가방싸고 있지만,
일평, 지친듯 그냥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 앉아 있는.

일평: (자조적으로) 그돈이면 내 일년 연봉 세배네.
원, 나도 사범대 대신 연극영화과나 갈걸 그랬나.
복만: (껄껄 웃으며) 아이구 선생님도. 아무나 탤런트합니까 ?
외모가 받쳐 줘야죠. 외모가~
일평: (불끈) 이사람 너무 무시하지마.
내가 이래뵈도 젊을 땐 강석우 닮았다는 소리 곧잘 들었어.
그친구 요새 장진구로 한창 뜨고 있잖아.
재현: (웃으며) 그만들 하세요. 우리 제자가 유명해지고 돈 잘벌게 됐다는데,
같이 기뻐해줘야죠.
유란 : (가방들고 일어나며) 문제는 한번 뜨기만 하면 돈과 명성이
굴러들어 오는데, 누가 머리 싸매고 공부하고 노력하려 들겠어요.
안그래도 돈이 신분을 결정하는 세상인데….. 덕분에 요새 연예인이
청소년 선망직업 일순위라 잖아요 ? (시계보며) 저 먼저 갑니다.

일평 여전히 일어날 생각안한 채, 망연히 앉아 있고.

#14 학교 옥상

땅거미가 지는 어스름한 초저녁.
영화반 아이들 떠들면서 올라오고 있다.

흥수 : (손으로 자기 머리 마구 헝크르며) 아구구~ 오늘 시험도 땡치고,
기분도 꿀꿀한데 으시시한 귀신영화나 한 판 때릴까 ?
유미 : (울상) 그런 소리하지마.
안그래도 여기 동아리방 올라올 때마다 등이 오싹해지는데.
흥수 : 엥 ? 그게 또 무슨 흰소리다냐 ?
유미 : (움츠리며) 여기 옥상에서, 저번에 어떤 여자애 성적땜에
떨어져서 자살했잖아.
정연 : (굳는)
지민 : (정연 곁눈질하며 황급히) 야~ 그 이야기는 왜 또 꺼내.
유미 : (눈치없이 계속) 무서운걸 어떡해. 가슴에 한 품고 죽으면,
귀신이 되어 떠돈다고 울 할머니가 그랬단 말야.

신화 뭔가 말하려다 문득 멈춰서서 난간으로 시선주는.
난간, 기우는 햇살에 피빛으로 물들여지고 있다.

생각하는 표정의 신화를 잡으며 카메라 멀어지면서,
사진 한장, 서서히 오버랩되는…

#15 진호방

책상위에 놓인 사진 클로즈업되면서.
학교 소풍갔을 때인 듯 싶은 야외에서 찍은 단체사진.
태훈, 정연도 그안에 보이는.

사진으로 다가가는 손, 가만히 쓰다듬듯이 사진속의 한 여학생에서 멈춘다.
머리 뒤로 묶은 예쁘장한 얼굴 그러나 어딘지 어두어 보이는.
진호, 그녀 바로 뒤에 서있다.
해맑은 미소로 정면이 아닌 앞의 여학생을 향해 있는 시선.

카메라 올라가며, 사진 쳐다보고 있는 진호 보여준다.
진호, 이제는 사진속의 여학생처럼 어두워 보이는.

화면 서서히 어두어 가면서….

정연 : (E) 사랑이 항상 동화 같지는 않잖아.

#16 동광고 2-5반 교실

시끌법석한 교실. 영화반 아이들 둘러 앉아서 점심 먹고있다.

정연: (차분히) 근데, 청소년 드라마에서 까지
왜 신데렐라 이야기가 등장해야 되는 거지 ?
모든걸 다 갖춘 왕자같은 남자가, 별볼 일 없는 평범한 여자를 좋아한다는
설정은, 일반 드라마에서도 식상할 정도로 우려 먹는건데…..
작가의 눈엔 우리 시청자 수준이 그 정도로 밖에 안보이나 ?
동일: 글쎄, 그건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질문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여러명의 주인공들 중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 신진호의 캐릭터잖아 .
그러니, 작가로 하여금 그런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자꾸 쓰도록 만드는 건,
결국 우리 시청자들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나 ?
유미: (갸우뚱) 그래두, 태훈이 같은 황태자 실제로 있잖아.
지민: (손사래치며) 아서라. 어떻게 한태훈과 신진호를 비교하냐.
뒷배경이야 비슷할지 몰라도 태훈이는 심장이 없는 애잖어.
천하의 한태훈이 들판의 잡초 민지같은 애를 좋아한다는 게, 상상이 돼냐 ?
신화: (미소) 글쎄, 그건 함부로 속단할 일이 아닐것 같은데.

(E) 윤지민 ! 누가 너 찾어.

지민 뒷문쪽 돌아보면 영화반 1학년 후배 현정, 우물쭈물 하며 서있는.

#17 ‘우리학교’ 촬영장 고등학교 앞 (일요일)

지민과 현정 기다리고 있다. 잠시후 점심먹고 돌아오는 출연진들 나타나고.

지민: (현정 돌아보며) 야~ 그래도 니가 직접 전해줘야 의의가 있지.
여기까지 같이 와준 것도 어딘데, 내가 그것까지 대신 해야겠냐 ?
현정: (눈길 진호한테 고정시킨채 얼굴상기된)
저는요, 진호빠 앞에 서면 너무 떨려서 입도 빵긋 못할것 같아요.
오늘은 그래도 딴 애들이 별로 없어서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겠네요.

진호 교문안으로 들어가려 하고, 지민 씩씩하게 다가간다.
현정 쭈빗거리며 따라붙고.

지민: (환한 미소로) 저기, 나두 동광고 2학년인데,
후배인 얘가 선물 좀 전해주고 싶다고 해서……
(예쁘게 상자에 포장된 선물 건네 줄려고 앞으로 내미는)

진호 귀찮다는 표정으로 무시하고 휙 지나쳐 가고,
그 바람에 지민의 손에서 튕겨져 나간 선물상자, 바닥에 떨어져 뒹군다.

지민,현정: (한대 얻어 맞은 듯 멍한)……

진호를 뒤따라 오던 민지 멈칫하는….

#18 분장실

진호 거울 보며 표정연습중.

민지: (E) 너, 많이….변했다.

진호 거울속으로 시선 올려 보면
심각한 얼굴로 팔짱 끼고 서있는 민지 보여지는.

진호: ? (상을 조금 찌푸리며) 무슨 소리야 ?
민지: (거울속의 진호 응시하며) 너, 첫 팬레터 받았다고,
좋아서 펄쩍 펄쩍 뛰었던 거 기억나니 ?
팬들이 사인받으러 오면 늘 반갑게 웃어 줬잖아.
근데, 요즘 니 모습…..
왠지 니 드라마 캐릭터랑 너무 닮아간다는 생각이 들어…..
심장을 뺀 겉모습만.

진호 거울속에서의 시선 잠시 흔들리지만
방금 전 연습하고 있던 차가운 무표정그대로인…

#19 동광고 교정 한구석 (월요일)

지민 울적한 얼굴로 벤치에 앉아있다.

태훈:(E) 환상이 깨진 소감이 어떠냐 ?

지민 고개들어보면, 태훈 옆에 와서 앉는.

지민: (안 반가운) 뭔 자다가 봉창두드리는 소리냐 ?
태훈: (여유있게) 니 영화반 후배라는 애가,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하소연 했다는 것도 모르나 보지 ?
아마, 걔 어제 밤새 울고 불고 한 모양이던데.
누가 보면 신진호한테 실연이라도 당한 줄 알겠더라.
지민: (창피한 마음에 버럭) 그래서, 나 우는 것까지도 구경나왔냐 ?

태훈: (순간 상처받은 표정 스치면서 굳는)….

지민 너무 심했나 싶어, 얼른 시선 땅으로 박는

태훈 : (감정없이) 딴사람도 아닌 영화감독 되겠다는 애가,
드라마속의 이미지를 어떻게 그냥 그대로 믿을 수 있냐 ?
지민 : (아직도 부은) 나 단순 무식한 거 이제 처음 알았냐 ?

태훈 옆으로 슬쩍 보면 지민 오리처럼 입 나와 있고, 태훈 피식 웃으며

태훈 : 배우도 드라마 밖에서는 그냥 너나 나같은 보통사람일 뿐야.
그들더러 24시간 팬들의 환상대로 살아달라는 건 무리아냐 ?
지민: (앞을 바라보며 좀 처량하게) 나두 그게 진짜가 아니라는 거 알아. 아는데…
그냥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에 대해, 잠시만 아주 잠시만이라도
꿈꾸고 싶은것 뿐야.

태훈 잠시 지민 안쓰러운듯 쳐다보다가, 앞을 보며

태훈 : 현실속에서도, 네가 찾으려만 들면 얼마든지 그런 꿈 이룰 수 있어.
드라마에서 처럼 완벽하진 않을지라도,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으로도
꿈을 꾸게 하는 대상들이 있거든.
(미소) 내 꿈도…. 그러니까.
지민 : (궁금한) 그게 뭔데 ?

태훈 고개돌려 말없이 지민 가만히 쳐다보고
대답 기다리며 지민 역시 태훈 바라보다가
왠지 태훈이 대답을 이미 한듯한 묘한 기분이 들면서……

이PD :(E) 캇 !

#20 ‘우리학교’촬영현장

벤치에 앉아있는 진호와 민지를 둘러싼 카메라와 조명기구 촬영스탭들 보이고,
이 PD, 모니터 앞에서 벌떡 일어나 진호에게로 돌진해간다.

이 PD : (열 오른) 신진호 ! 니는 감정이라 하는 걸 어디 집에다 두고 나왔나 ?
첨에는 찬 바람 쌩쌩 돌게 못해서 문제더니,
이젠 그게 되니까 나오는 거라는 게 어째 죄다 그것 뿐이나 ?
그래~ 맞다. 여자는 딴새끼 쳐다보면서 내 속 긁어대고,
내 맘 몰라줘서 아프게 한다 이거지. 맘같아서야 한대 팍 쥐어박고 싶지만,
그래도 그사람이 아프고 힘들다 싶으면 어디 또 사람 맘이 그러나 ?
다 잊어 버리고 옆에 가서 위로해 주고 다독거려 주는게,
그게 사랑아닌가 말이다.
진호 : ……
이 PD : (노려보며) 근데 니처럼 계속 인상만 쓰고 있으면,
위로하는게 아니라 화나 있는 것처럼 안 보이겠나 ?
그래가지고 여자가 감동먹어서 니한테 오겠나 ?
진호 : (굳어지는) ……

민지, 옆에서 진호 가만히 지켜 보는.

#21 촬영장 학교 한 구석

휴식시간, 진호 굳은 표정으로 앉아 땅만 쳐다보고 있고,
민지 조심스럽게 다가와 옆에 앉는다.

민지 : (곁눈질로 진호 보며) 우리 감독님 다혈질인 거 잘 알잖아.
진호 : (고개 들지만 앞 바라보면서) 너도 그랬잖아. 내가 심장이 없어져 간다고.
민지 : 야 ~ 그건.. (하려는데)
진호 : (듣고 있지 않은 듯) (O.L.) 좋아하던 애가 있었어.
근데, (아프게) 걔는 나 아닌….. 딴 남자애만 쳐다보고 있었지.
민지 : (문득) ….그~ 한.태.훈. !?
진호 : (씁쓸하게) 그렇다고 그 잘난 한태훈이 걔를 여자로 봐주지도 않았지만…
근데말야, (허탈한 웃음) 나를 정말로 힘들게 했던건….
걔가 딴 남자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보다도, 그 라이벌인 녀석에 비해
내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었어.
처음부터 게임이 안된다고나 할까 ?
민지 : (안타까운) 꼭 그렇게 생각해야 돼 ? 걔가 한태훈을 좋아 했던게
겉만 보고 그런게 아니었을 수도 있구, 그리고 걔가 너의 진가를
제대로 알 기회가 없어서…
진호 : (말 끊으며 냉소) 내가 드라마에서, 황태자 아닌 평범한 신진호의 모습
그대로였을 지라도 팬들이 그렇게 열광했을까 ?
민지 : …….

진호 초점없이 허공 응시하며 잠시 말없는

진호 : (조용히) 그래… 내가 처음 내 역할에 한태훈의 캐릭터를 대입하기
시작했을 때, 어쩜 나는 한태훈이 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지.
현실에선 아닐지라도 가상세계에서 만이라도…..
(피식) 근데 그거 알아 ? 처음엔 연기였지만 지금은 내 자신이
황태자처럼 느껴지는 것 있지. 무도회에 간 신데렐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심정이 되었을까 ?
하지만…. (웃음 사라지며 어두어지는) 시계가 자정을 치면….
나도 황태자에서 본래의 신진호로 되돌아 가겠지 ?
민지 : (마음 아픈) 신데렐라는 무도회장을 떠나도 나중에 왕자님이 찾아 오잖아.
언젠가 너의 그아이도 네 마음을 알아 줄 날이 올거야.

진호 눈빛 조용히 일렁거리고

진호 : (목소리 잦아드는) 걔가 아주 힘들어 하고 있을 때, 그걸 보면서도….
나는 그애 곁으로 가서 위로해주지 않았어.
나에겐 아마도 질투가…. 사랑보다 더 강했었나 보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 어쩜 그 때야 말로… 그 아인 자기를
이 세상에 붙잡아 줄 누군가를 절박하게 찾고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진호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하늘 쳐다보는. 하늘 마냥 푸르른.

진호: (외치듯) 왜 내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없는 거지 ?

진호, 그렇게 하늘 바라보며 허탈하게 서있다가

진호 : (서서히 미소 떠오르는) 우리 드라마 아직 끝나지 않았지 ?
드라마의 진정한 주인공이라면, 무도회의 라스트 댄스처럼,
멋있는 라스트씬으로 끝내 줘야 겠지?

#22 동광고 교문앞 (아침)

검은 세단 멈춰서고 태훈 차에서 내린다.

(E) 황태자다 !

갑자기 태훈쪽으로 몰려오는 한떼의 여학생들…
당황한 태훈 순간적으로 멈칫하지만 여학생들 태훈을 지나쳐 우르르 간다.
그쪽을 보면 진호 몰려든 여학생들에 둘러싸여있는….

순간 마주치는 태훈과 진호의 시선….

진호: (비죽이는듯한 미소가 입가에 떠오르는)…..
태훈: (굳는)…….


카메라 멀어지며….
배경에 Camel의 Long Goodbyes 흐르는….
…….
엔딩자막 뜬다.
‘시청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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