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시집보유 제3권 / 시류(詩類)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실려 있는 시
:《사가집(四佳集)》은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의 시문집이다. 서거정은 19세에 과거에 급제하여 25세에 관직에 오른 이후 69세의 나이로 생애를 마칠 때까지 화려한 관직생활로 일관하였다. 네 번이나 현량과(賢良科)에 급제하여 45년간 다섯 임금을 섬겼고, 23년간 문형(文衡)을 담당한 대문호(大文豪)이자 전형적인 대각문인(臺閣文人)이다. 그의 자는 강중(剛中), 호는 사가정(四佳亭) 또는 정정정(亭亭亭), 시호는 문충(文忠), 본관은 대구(大丘)이다.
수로왕릉(首露王陵)
금릉의 지난 일을 누구와 더불어 논할꼬 / 金陵往事與誰論
천고에 수로왕의 분묘만 아직 남아 있네 / 千古猶存首露墳
〈구지곡〉은 없어지고 사람도 보이지 않지만 / 龜旨曲亡人不見
가야금은 남아 있어 묘한 곡을 들을 만하네 / 伽倻琴在妙堪聞
동타가 묻힌 옛 마을에 청산은 창끝 같고 / 銅駝故里山如戟
옹중이 섰는 유허에 나무는 구름 같구나 / 翁仲遺墟樹似雲
일백육십 년 동안 국운을 능히 향유했건만 / 百六十年能享國
가련타 황량한 무덤에 석양이 그 몇 번인고 / 可憐荒壟幾斜曛
[주-D001] 금릉(金陵)의 지난 일 : 금릉은 지금의 남경(南京)이다. 전국 시대 초 위왕(楚威王)이 일찍이 이곳에 금을 묻어서 왕기(王氣)를 진압했기 때문에 금릉이라 이른 데서 온 말로, 전하여 금릉의 지난 일이란 곧 제왕의 발상지를 가리키는바, 여기서는 바로 가야국(伽倻國)의 시조인 김수로왕(金首露王)을 가리켜 한 말이다.
[주-D002] 구지곡(龜旨曲)은 …… 않지만 : 〈구지가〉는 작자와 연대를 알 수 없는 고대 가요로서 〈영신군가(迎神軍歌)〉, 〈구지봉영신가(龜旨峯迎神歌)〉 등으로 불린다고 한다. 가야국(伽倻國)의 고대 설화에 의하면 대략, 서기 42년 3월 계욕(禊浴)의 날에 구지봉(龜旨峯)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는데, 사람의 소리 같기는 하나 그 형상은 숨기고 소리만 내어 묻기를 “여기에 누가 있는가?”라고 하므로, 구간(九干) 등이 “우리가 있소.”라고 대답하니, 그는 또 “내가 있는 곳이 어딘가?”라고 하므로, 구간 등이 “구지요.”라고 대답하자, 그는 다시 “하늘이 나에게 명하여 이곳에 와서 나라를 새로 세워 임금이 되라 하였으므로 이에 내려왔으니, 너희들은 모름지기 정봉(頂峰)을 파서 흙을 모으면서 ‘……’라고 노래를 하라. 그리하면 곧 대왕을 맞이하여 너희들은 매우 기뻐서 춤을 추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고 하는바,
〈구지가〉는 바로 그 노래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이때 구간 등이 그의 말대로 따랐더니, 얼마 후에 자주색 노끈이 하늘로부터 드리워져 땅에 닿으므로, 그 끝을 찾아보니 붉은 보자기에 금합(金合)이 싸여 있어, 이것을 열어 보니 그 속에는 해와 같이 둥근 황금빛 알 여섯 개가 있어 모든 사람이 서로 놀라고 기뻐하여 여기에 절을 하고 아도간(我刀干)의 집에 모셔 두었다가, 다음 날 아침에 다시 이 금합을 열어 보니 알 여섯 개가 모두 동자로 변해서 용모가 매우 준수하여 모두 6가야국의 왕이 각각 되었는데, 김수로왕 또한 그중의 한 사람으로, 키가 9척이며 제일 먼저 사람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수로(首露)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따라서 대가야국(大伽倻國)의 왕이 되었다 한다.
[주-D003] 동타(銅駝) : 한(漢)나라 때 낙양(洛陽)의 궁문 밖에 비치한, 동(銅)으로 주조한 낙타(駱駝)를 가리킨다. 동타가 묻힌다는 것은 진(晉)나라 때 색정(索靖)이 천하가 장차 어지러워질 것을 미리 알고는 그 동타를 가리키며 탄식하여 말하기를 “네가 곧 가시덤불 속에 묻히는 것을 보게 되겠구나.[會見汝在荊棘中耳]”라고 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나라가 망한 것을 뜻한다. 《晉書 卷30 索靖列傳》
[주-D004] 옹중(翁仲) : 전설에 의하면, 진 시황(秦始皇)이 처음 천하를 통일했을 때 임조현(臨洮縣)에 거인이 나타났던바, 키가 무려 5장(丈)에 발자국이 6척(尺)이나 되었으므로, 동인(銅人)을 주조(鑄造)하여 그를 상징하여 ‘옹중’이라 칭했다고 한 데서, 전하여 동상(銅像)이나 혹은 제왕 및 대신의 능묘에 세우는 석상을 말하기도 한다.
사가시집보유 제3권 / 시류(詩類)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실려 있는 시
김해(金海)의 금강사(金剛社)
말굽 가는 대로 따라 명승지를 다 거쳐서 / 歷盡名區信馬蹄
분성의 성 북쪽으로 절을 찾아들었네 / 盆城城北訪招提
금관은 옛 나라이라 하늘땅도 늙었는데 / 金官故國乾坤老
왕이 와서 놀았던 세월 또한 아득하도다 / 玉輦曾遊歲月迷
시조 왕릉은 그윽해라 산은 적적하고 / 始祖陵深山寂寂
장군수는 늙었는데 풀은 무성하구나 / 將軍樹老草萋萋
가야의 옛 물건 거문고는 아직 남아 있으니 / 伽倻古物琴猶在
미인 시켜 다시 고운 창이나 하게 해야겠네 / 要遣佳人唱更低
[주-D001] 금강사(金剛社) : 김해부(金海府)의 북쪽 대사리(大寺里)에 있는데, 고려 충렬왕(忠烈王)이 합포(合浦)에 행차했을 때 여기에 와서 놀았다 한다. 여기에는 또 불훼루(不毁樓)가 있다고 한다. 《新增東國輿地勝覽 卷32 金海都護府》
[주-D002] 분성(盆城) : 김해(金海)의 고호이다.
[주-D003] 금관(金官)은 …… 늙었는데 : 금관은 역시 김해의 고호이다. 하늘땅이 늙었다는 것은 아주 오랜 세월이 흘렀음을 의미한다.[주-D004] 장군수(將軍樹) : 김해의 금강사에는 예로부터 산다수(山茶樹)가 있어 온 뜰을 다 덮었는데, 고려 충렬왕이 여기에 와서 어가를 멈추고 놀면서 이 산다수를 장군(將軍)이라 호칭했던 데서 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