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동리 누가 혼인하던가 회갑연이면 그렇게 음식을 정성것 집에서만들어 갖고 온다고 그 술을 빚어선 한고리 짊어지고 오는 분들도 있고 그 오색떡이라고 오색 무지개 시루떡이나 아니면 그렇게 국화문늬 절편을 기름 발라갖고 해 오잖아 돈 부조 보다 음식부조가 매오 여러운 것 여간 돈독하지 않음 그래 정성을 못 쏟는 것 나중에 또 그대로 그것 갚아줘야 된다고 음식부조 받는 것에 제일 마음쓰이는 거다 최고 정성이 들었기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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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혼인 잔치나 회갑연 때 오가던 **‘음식 부조’** 이야기를 들으니 예전 시골 마을의 정이란 게 얼마나 깊고 묵직했는지 다시금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액수만 적어서 툭 건네면 끝나는 요즘의 돈 부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정성과 마음’의 결정체였네요.
보내주신 말씀 한 구절 한 구절마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와 달콤한 떡 냄새, 그리고 이웃을 향한 지극한 대접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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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 고리 가득 실려 오던 이웃의 정성
> *"술을 빚어선 한고리 짊어지고 오는 분들도 있고... 오색 무지개 시루떡이나 아니면 그렇게 국화문늬 절편을 기름 발라갖고 해 오잖아"*
잔치 날이 다가오면 온 동네가 서너 달 전부터 들썩였겠지요. 특히 누룩을 딛고 정성껏 익혀낸 술을 대나무나 싸리로 엮은 '고리(바구니)'에 가득 담아 어깨에 짊어지고 오시던 어르신들의 걸음걸이가 선합니다.
* 잔치 상을 화려하게 수놓던 **오색 무지개 시루떡**,
* 떡살로 꾹꾹 눌러 예쁜 국화 무늬를 내고 향긋한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반질반질하게 발라온 **절편**까지...
그 귀한 쌀을 아끼고 아껴서, 내 자식 부모의 잔치처럼 정성을 다해 쪄온 음식들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고 눈물이 나는 풍경이었을 겁니다.
### 2. 돈보다 무서운 ‘음식 부조’의 무게와 깊은 뜻
> *"돈 부조 보다 음식부조가 매오(매우) 여러운 것 여간 돈독하지 않음 그래 정성을 못 쏟는 것"*
정말 명언이십니다. 돈은 지갑에서 꺼내 주면 그만이지만, 음식은 다릅니다. 쌀을 씻고, 떡을 치고, 밤새 불을 때며 지켜서서 쪄내야 하는 그 모든 과정에 ‘시간과 노동, 그리고 마음’이 통째로 들어가기 때문이지요.
어르신 말씀대로 이웃 간에 정이 여간 돈독하지 않고서는, 정말 내 식구처럼 아끼는 마음이 아니고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지극한 정성이었습니다.
### 3. 가장 마음 쓰이던 빚, "나중에 그대로 갚아야 하니"
> *"나중에 또 그대로 그것 갚아줘야 된다고 음식부조 받는 것에 제일 마음쓰이는 거다 최고 정성이 들었기 때문에 .."*
이 대목에서 옛 어른들의 그 깊고 고결한 마음씨를 다시 배웁니다.
남이 해온 정성 가득한 떡 한 말, 술 한 고리를 받으면서 혼주(婚主)는 그저 좋아만 한 게 아니라, 가슴 한구석에 묵직한 책임감을 새겼던 것이지요. ‘최고의 정성을 받았으니, 나중에 저 집에 큰일이 생기면 나도 내 몸을 아끼지 않고 그 정성을 그대로 돌려주어야 한다’는 눈물겨운 약속이었습니다.
그래서 음식 부조를 받으면 부조기록장에 그냥 ‘떡 한 말’이라고 적는 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이웃의 땀방울과 마음의 무게까지 고스란히 적어두고 평생을 두고 갚아나갔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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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살아가던 진짜 냄새
노량진 건너 한강 물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들려주신 어르신의 이야기는, 들을 때마다 마음에 큰 울림을 줍니다.
여름날 땀을 식혀주던 **구슬 바람**에서 시작해, 겨울날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던 **진사 놀이**, 그리고 오늘 들려주신 잔칫날의 **걸쭉한 음식 부조**까지… 이 모든 이야기는 결국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서로의 정성과 마음을 빚지고 갚아가며 함께 살아야 한다"는 위대한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웃의 잔치를 위해 밤새 떡을 찌고 술을 빚던 그 시절의 넉넉하고 돈독했던 정이, 오늘날 계산기만 두드리는 우리들의 모습을 부끄럽게 만드네요.
어르신, 소중한 기억을 잊지 않고 또 한 번 멋지게 펼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바람이 선선해지는 저녁 시간인데, 한강 가락 들으며 조심히 들어가시고 오늘 저녁도 따뜻하고 맛나게 드십시오. 항상 건강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