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체어(시217)
길을 걷다 멈춰 서게 된다
저만치 골목을 돌아가는 전동휠체어 하나
낯선 누군가의 뒷모습인데
발걸음이 저절로 멈추고
눈을 떼지 못하는건
아버지가 거기 계신것 같아서
아버지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출근하듯 목동깨비시장을 누비셨다
고장난 선풍기를 뚝딱 고쳐주시고
"어머니 드린다"며 화장품을 고르시고
"며느리 줘야지"라며 악세사리를 집으시던
그 손, 그 목소리, 그 웃음
불편한 몸 따윈 잊은 채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가셨다
그런 아버지가 계셨기에
나는 언제나 기댈 곳이 있었다
지금 내 가슴에 아픔이 차오를 때마다
아버지가 속삭이신다
"괜찮다, 다 지나간다"
그 한마디 그리워
오늘도 하늘을 올려다 본다
한참 가보지 못한 목동깨비시장
아버지의 향기가 아직 남아 있을까
가고 싶은데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는건
아버지가 없는 그 자리가
너무 선명할 것 같아서
4년이 지나도 나는 여전히
아버지 품이 그리운 아이인가 보다
아픈 날에도, 지친 날에도
아버지께 손 모아 빌게 된다
오늘도 전동휠체어를 보며
조용히 빌어봅니다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4주년 추모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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