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서리

작성자雨潭|작성시간10.02.08|조회수113 목록 댓글 7

 

딸기가 제철이란다.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기억 속에는 딸기의 제철은 보리가 익어가는 5월 하순부터 모내기가 끝나는 6월까지였는데 지금은 그때가 되면 오히려 구경조차 할 수가 없다.

도데체 왜 딸기의 철이 바뀌었을까? 어떤 연유로 인하여 자연의 섭리가 그렇게 변하였는지 궁금해진다.

 

처음에는 누군가가 고소득을 위한 방편으로 겨울철 딸기재배를 시작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제철로 자리 잡아버렸다.

딸기를 재배하는 이에게 여쭈어 보았더니 3월만 지나도 딸기가 팔리지를 않는단다. 이유는 자기네들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냥 맨땅에 딸기를 심으면 수확을 기대하기가 어렵단다.

온갖 벌레들 때문에 많은 농약이 필요하고 또한 설령 재배한다고 하여도 이상하게도 열매가 맺히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계속하여 개량종이 나오더니 종자가 변해버린 것이 아니겠느냐는 조심스런 추측을 내놓는다.

 

아무튼 7월 중순이었다.

대도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고향을 찾았다.

당연히 그날은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던 친구들과 어울려 밤을 보내고 있었다. 얼큰하게 한 잔씩 들이키고 모기를 피해 샛강의 다리에 걸터앉아 노래도 합창하면서 흥겹게 회포를 풀고 있었다.

 

그리고 강에 뛰어들어 멱도 감았다.

지금이야 시골의 골목마다 보안등이 켜져 있지만 당시만 하여도 전기가 막 들어오기 시작하던 시절인지라 밤만 되면 천지는 암흑 속으로 빠져들었다. 

달도 뜨지 않은 밤이었다.

초롱초롱한 별빛이 하늘 가득히 반짝거렸다.

무엇이 그렇게도 좋았는지 쉽사리 헤어지기가 싫었다. 딱히 할 일이나 말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좋아서 헤어질 줄을 몰랐다.

 

딸기나 따 먹으러 갈까?”

누군가가 불현듯 소리쳤다.

“지키고 있을 텐데?”

“아니야. 지금은 안 지켜.”

모두가 일어섰다. 저녁 내내 웃고 떠들다보니 꺼져버린 뱃속의 허전함을 달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절실 하였다.

 

딸기밭에 도착하였다. 예상대로 딸기밭을 지키는 원두막만 어둠 속에서 우뚝 서있을 뿐이었다.

이미 수확을 끝내고 머잖아 고구마를 심으려고 한다는 친구들의 애기였다.

어둠 속에서 보이는 딸기밭은 시커멓게 바닥에 깔려 있었다. 어둠의 색깔이 약간 차이가 있었을 뿐 맨땅이나 딸기밭이나 잘 구분되지도 않았다.

깜깜하여 딸기는커녕 옆에 있는 사람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그냥 더듬다가 손에 잡히는 것을 따먹으면 돼.”

처음 해보는 딸기서리인지라 친구들이 먼저 딸기밭으로 들어가며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조금 낮은 밭이랑을 잘못 디뎌 하마터면 넘어질 뻔하였다.

“안 보이는데! 익은 것을 어떻게 찾지?”

“못 찾아. 작은 것은 놔두고 큰 것만 먹어.”

딸기밭을 더듬거렸다. 아닌게아니라 손바닥에 뭉클하게 감촉이 오는 것을 따먹으면 그것이 딸기였다.

친구들의 얘기대로 큰 것을 찾았지만 이미 지키는 사람이 없었던 딸기밭에서는 막상 큰 것은 나오지 않았다. 그냥 손바닥에 잡히는 대로 익었건 익지 않았건 따먹었다. 전혀 익지 않은 생딸기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따먹었다.

모두 맛있었다.

 

그러다가 커다란 딸기 하나의 감촉이 손바닥에서 느껴졌다.

큰 것을 건졌다는 그때의 쾌감.

재빨리 입에 넣으면서 새콤달콤한 딸기의 맛을 그리며 콱 깨물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딸기의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지는 것이 아니라 약간 파삭거리는 소리와 함께 물컹이는 느낌으로 씁쓸한 맛이 확 번져 들었다.

“엣! 퇘퇘!”

뱉지 않을 수 없었다.

입 안으로 들어간 것은 커다란 달팽이였다.

끈적거리는 느낌과 함께 씁쓸한 맛이었다. 잘게 부서진 달팽이 껍질이 아삭거렸다. 그리 단단하지는 않았다.

펄쩍 뛰며 소란을 피웠더니 친구들이 웃었다.

원래 딸기밭에는 달팽이가 많이 산단다. 그래서 밤에는 급히 입으로 넣지 말고 꼭 달팽이인지 감촉을 잘 확인해야 한다고.

입 안에서 달팽이 껍질이 계속하여 두고두고 아삭거렸다.

 

지금도 딸기를 먹으면 아삭거리는 껍질과 미끈 씁쓸한 달팽이의 맛이 느껴진다.

잊을 수 없는 딸기서리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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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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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봄바다 | 작성시간 10.03.24 재밌는 추억이네요.
  • 답댓글 작성자雨潭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0.03.31 ㅎㅎㅎ그때 입 안이 얼마나 썼던지 냇가로 뛰어가 한참을 헹구었습니다.
  • 작성자구름나목 | 작성시간 10.03.30 딸기 서리, 저는 집에서 조금 했었기 때문에 딸기 서리는 해보지 않았구요
    토마토 서리는 해 보았어요, 물론 토마토도 집에서 몇그루 길렀지만
    친구들과 놀다가 해보는 토마토 서리는 진짜 재미 있지요~~^*^
  • 답댓글 작성자雨潭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0.03.31 구름나목 님 집에 있는 딸기나 따먹으로 갈걸 괜히 후회됩니다.
  • 답댓글 작성자구름나목 | 작성시간 10.03.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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