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대사께 묻습니다 / 임보
600여 년 전
대사께서 잡아 주신 한양의 터가
아마도 지기地氣가 다 소진된 것 같습니다
새로 들어설 주인어른께서
북악산 밑 궁에 들기를 막무가내 싫어하니
뉘 집을 빌어 세를 들 수도 없고
한강가에 천막을 칠 수도 없고
참 난감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대사님, 지금 어디에 계시니껴?
오늘의 이 민망한 정황을 보고 계시니껴?
몸소 나오시기 어려우시면
현몽이라도 해 주실 수 없으신겨?
계룡산 속으로 들어갈까요?
속리산 밑으로 내려갈까요?
아니면, 그냥
삼각산 자락에 옮겨 앉을까요?
세상사 걱정거리도 참 많고 많은데
집 걱정까지 하려니
민초들 애간장이 다 녹습니다
어서 좋은 방도를 일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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