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덜 된 시인 / 임보
한평생 시랍시고 열심히 쓰며 살아왔습니다
그 동안 20여 권의 시집을 내기도 하며
사람들에게 시를 얘기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내가 시를 쓰는 사림인 것도 모릅니다
전철역의 스크린도어에 걸린 내 시를
보았다는 사람이 있기는 합니다만
아직 돌에 새겨진 내 시도 없으며
학생들의 교과서에 내 시가 실린 적도 없습니다
말하자면 나는 무명 시인입니다
나는 한때 그것이 많이 억울하기도 했습니다만
내가 만일 유명했다고 하면
얼마나 기고만장했겠습니까?
그럴 줄 미리 아시고 하느님께서는
내개 분수를 알라고 가르치신 것 같습니다
시인이 다 되려면 아직도 나는
한창 멀었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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