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당화 꽃나무 아래 / 임보
본의 아니게 장례를 치렀다
작장鵲裝 까치의 장의葬儀다
한 열흘 전쯤
소나무에서 놀던 까치 새끼 한 마리가
집 앞 뜰로 떨어졌다
아직 날개가 채 자라지 않아
제대로 날지를 못해 떨어진 것 같다
껑충껑충 뜰을 돌아다니면
어미가 짹짹거리며 날아와 살피기도 하고
먹이를 물어다 주기도 했다
그놈이 안쓰러워
삶은 고구마를 잘게 쪼개어 갖다 주었지만
영 부리를 대지 않았다
아래층 베란다 밑 자갈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아침마다 나는 안부를 살폈는데
오늘 아침 보니 두 발을 공중으로 뻗고 영면에 든 게 아닌가?
시신을 쓰레받기에 곱게 받쳐 들고
뜰의 어느 곳에 안장할까 물색하고 있는데
소나무 위에서 어미까치가 요란스럽게 짖어대고 있다
혹시나 나를 원망하고 있는 거나 아닌가 싶어
문득 미안키도 했다
산당화 나무 밑을 골라 묻고
수십 년 전 양수리 물가에서 주워 온
수석水石 한 점을 묘비 대신 엊어 놓았다
내년 봄에 산당화 환한 꽃으로 다시 피어나기를 바라며…
어쩌다 본의 아니게
까치의 호상護喪 노릇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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