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 이쁜글 좋은시

네 번째의 사랑

작성자피리부는소년|작성시간26.06.11|조회수2 목록 댓글 0

 

네 번째의 사랑

 

 

 

 

 

 

 

첫 번째, 나는 너의 몸을 탐했다


너의 문(門)을 열고 들어가니
백년 동안 내리는

비 마를 사이 없는 진흙 길을 지나간다

 

 


두 번째, 나는 너의 눈을 탐했다


너의 머리를 열고 들어가니
장작더미 위에 눕혀 있는 시신(屍身)
꺼지지 않는 연옥의 불길을 걸어간다

 

 


세 번째, 나는 너의 마음을 탐했다


너의 심장을 열고 들어가니
제단 위에 희생의 꽃 한 송이
한 달음질에 강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네 번째, 나는 네가 가진 것을 탐했다


너의 불우한 삶을 탐했다
네가 싫어하며 지고가는 인생을 탐했다


밤이면 집안 마당까지 찾아와
환하게 떠오르는 달과
아침에 일어나면
네 앞에 열려있는 창문과
네 책상 위에 놓여있는 책들까지도
네가 숨을 쉬며 들이 마시는 공기와
네가 낮에 본 풍경과
네가 먹는 밥까지도 탐했다
가질 수 없는 너를 탐했다
내눈에 보이지 않는 너를 탐했다

 

 


너의 입속에 나오는 언어와
너의 미래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시간과


네가 찾고 있는 그 사랑은 물론
너의 너의 너의 죽음까지도


나는 너의 몸을 열고 들어가 탐했다

 

 

 

- 김종제 -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