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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세상사는 수다

긴 겨울잠 후의 테니스

작성자바른세상|작성시간21.03.07|조회수112 목록 댓글 2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테니스장이 계속 휴장을 하다가 얼마전부터 재개장을 하여 민채와 아내랑 같이 오랜만에 테니스를 쳤다. 우리 모두 테니스에 있어서 긴 겨울잠을 자다 일어나서 그런지 나도 어색하고 민채도 어색했다. 아내는 우리보다 더 많이 어색한 것 같았다. 지난주에 한 번 왔다가 오늘이 두 번째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모두 지난주보다는 아주 조금더 여유가 생기긴 했다. 하지만 테니스 공을 치는 자세의 어색함과 날아가는 공의 방향이 예측불가능한 상황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테니스라는 운동은 참 배우기 어려운 운동인 것 같다.

 

사실 지난주에 처음 왔을 때는 내가 정말로 테니스를 1년 이상 배운 것이 맞는지 스스로에게 의심이 들 정도였다. 코로나가 오기 전까지 나름 실력이 늘면서 즐거워하던 때의 기억과 지금의 몸은 완전히 따로 움직였고 계속 웃픈(우습고 슬픈) 상황을 연출했다. 배운걸 다 잊어버렸다며 나보다 조금 더 치기 싫어하는 아내는 치는 자세와 공의 방향을 보니 거의 배우지 않은 것 같이 보였고, 조금 우습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런지 계속 치기 싫다는 소리만 했다. 다행히 민채는 어려서 선수로 생활하며 집중적으로 연습을 해서 그런지 몸이 기억을 하는 것 같이 보였다. 과거에도 잘 치지는 못했지만, 어려서 배우고 몸에 익어서 그런지 금새 적응을 하며 그 당시 실력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 나름 라켓을 잡은 손과 몸의 움직임이 살아나는 것 같이 보였다. 더욱 다행인 것은 오늘도 테니스장에는 한 때 같이 테니스를 연습하던 친구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주에 없어서 그런지 민채는 오늘은 선뜻 오려고 했다. 그것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민채가 테니스를 그만두고도 한동안 매주 테니스장에 왔었다. 그 당시에는 테니스를 계속 하는 친구들이 있었고 민채는 테니스장에 와도 테니스를 치려고 하지 않았다. 친구들의 실력이 늘어나는 것에 반비례하며 줄어드는 자신의 실력이 부끄러웠던 것이다. 민채 나이의 아이들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만, 난 민채의 마음을 알면서도 실력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왜 안치냐?”고 여러차례 치자고 했었다. 어차피 그만둔 이상 이런 상황을 언젠가는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 민채는 친구들이 있을 때는 테니스를 치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이후에는 테니스장에 도착했을 때 가볍게 치자는 말을 하고 치지 않으려 하면 더 채근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왔던 것이다.

 

평소 내 걱정거리 중 하나는 민채가 애써 배운 테니스 실력이 줄어들어 테니스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내가 막상 운동을 해보니 운동이라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참 필요한 것 같았다. 삶을 여유롭게 하고 삶에 활력을 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민채가 지금의 테니스 실력을 어느 정도 유지하기만 한다면 대학교에 가거나 성인이 되었을 때도 쓸 수 있을 것 같았고, 그 만큼 민채는 더 즐거운 삶을 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 작은 소망이지만 민채가 의사나 약사, 교사가 되어서 테니스 동호회 활동을 한다면 더 없이 좋을 것 같다는 혼자만의 즐거운 상상을 해 봤다. 보람된 일을 하며 내 삶을 즐길 수 있다면 이건 정말 좋은 일이다. 다행히 민채는 아직 테니스를 좋아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시간이 나면 민채랑 아내랑 계속 테니스를 치러 갈 것이다. 이번달부터는 아내가 다시 테니스를 배우고 있고, 실력이 느는만큼 앞으로는 아내도 테니스장에 가는 것을 조금은 덜 어색해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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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단잠 | 작성시간 21.03.09 테니스가 전신운동에 좋지요. 전 탁구 3년치다 그만두고 지금은 산행을 주로 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바른세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3.09 아내와 딸과 같이 할 수 있어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탁구를 다시 도전하셔도 잘 하실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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