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베란다에 있는 조그만 토마토 화분을 봤다. 우리 민채가 열심히 키우는 화분이다. 화분을 보며 갑자기 든 생각이~ ‘저 화분에서 토마토를 먹을 수 있을까?’ 였다. 잠시 생각해 보니 답은 금새 나왔다. 하나는 ‘저 상태로 두면 절대로 먹지 못할 것 같다.’이고, 다른 하나는 ‘만약 기름진 밭에 옮겨 심으면 많은 열매를 먹을 수 있을 것 같다’였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이식하지 않고 그냥 두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약간만 게으름을 피우며 물을 주지 않으면 금새 시들어 있었고, 며칠이 더 지나면 죽어 있었다. 물론, 아무리 부지런히 계속 물을 주더라도 저 작은 화분에서는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
그러다 또, 새롭게 든 생각이 있다. 저 화분과 독서가 참 비슷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만화책을 좋아하고 우리 공주들도 비슷했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만화를 보면 어느 순간 한계가 오고, 더 이상 생각의 폭이 커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일정 나이가 되면 만화(비록 학습 만화일지라도)를 버리고 난도가 좀 더 높은 책으로 넘어가야 한다. 물론 그 과정은 힘들 것이다. 식물도 이와 비슷해서 분갈이를 하면 처음에는 새로운 토양에 적응하기 어렵지만, 그 인고의 시간이 지나면 금새 적응해서 맛있는 열매를 풍성하게 맺을 수 있다. 우리 공주들도 그런 인고의 시간을 지나면 풍성한 생각의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면에서 사람과 식물이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난 이렇게 먼저 내 생각을 정리하고, 이 주제로 공주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우선 토마토 화분의 사진을 예쁘게 잘 찍었다. 그 사진을 공주들에게 보여주며 독서와 토마토 화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토마토나무에서 토마토가 열릴 것인지? 토마토가 열리지 않을 것 같으면 열리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독서와 토마토 화분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내가 하려는 이야기의 의미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브레인스토밍의 방법이라서 정답이 없으니 생각나는 아무거나 편하게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 난 상황에 맞춰 약간씩 힌트를 주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조금씩 힌트를 주니 공주들은 잘 따라왔다. 서로 경쟁을 하듯이 하나씩 이야기를 했고 서로의 이야기를 힌트 삼아 더 정답에 가까워졌다. 거의 정답에 가까워졌을 때 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토마토 나무도 화분에서 옮겨 심지 않으면 열매를 맺기 힘들 듯이 독서도 쉬운 책이나 만화책만 읽으면 생각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생각의 열매를 맺을 수 없어~” “아빠가 왜 이 말을 하는 이유를 알겠어?”라고 물으니 공주들은 의미를 잘 이해하는 듯했다.
이야기 할 때 민경이가 가장 근접한 힌트를 말했고, 그걸 바탕으로 민채가 거의 정답을 맞추니 민경이는 약간 실망한 듯 보였다. 하지만 결과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에게 의미가 있는 대화였던 것 같다. 최근에 민채의 독서 난도를 높이려고 하니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는데, 마침 민채가 키우는 화분을 보며 좋은 답을 얻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결국은 답이 있고 그걸 잘 풀어내면 좋고 쉬운 답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결국 내가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