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 산책을 하며 휘파람을 연습하는 습관이 생겼다. 집에서 조금 걸어서 나오면 어르신의 전당이라는 곳이 있는데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임시로 휴장을 하고 있고, 또 저녁 늦게 가면 사람도 없다. 난 저녁 늦게 산책을 나가서 내부의 운동기구를 가볍게 하고, 내부 정원을 산책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휘파람을 불며 걷고 있다. 언젠가 휘파람 세계챔피온의 유튜브를 본 적이 있다. 악기처럼 부는 것이 너무 신기해서 재미삼아 연습을 했는데 꽤 오랫동안 연습을 했고, 그 시간만큼 휘파람 부는 실력도 많이 늘었다. 아직은 서툴지만 가볍게 노래에 맞춰 휘파람을 불 수 있다. 아직 초보고 어색하지만 소리가 점점 맑아지고 꽤 실력이 좋아졌다고 느끼는 혼자만의 착각도 해 본다.
그렇게 산책을 하다 우연히 나무에서 떨어진 모과를 하나 발견했다. 올해는 특히 관리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썩고 모양이 좀 더 이상하기는 했다. 사실 모과는 원래 모양이 예쁜 과일은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과나무 하나가 더 있었고 그 주변을 살펴보니 떨어진 것이 몇 개 더 있었다. 그 중 가장 덜 썩은 것 하나를 더 주웠다. 모양과 다르게 모과는 특유의 진한 향기만은 가득 품고 있었다. 모과를 주워든 내 손에서 향기를 맡아보니 우리 공주들에게 하나씩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두 개라 하나씩 주면 될 것 같았다. 우리 공주들은 처음에 모양과 색깔을 보고 서로 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천연 방향제인 모과의 향기를 맡은 후 서로 자기가 좋은 것을 하려고 하다가 적당히 하나씩을 가져갔다.
다음날 민채가 내게 말했다. “아빠 모과를 둬도 방에 향기가 별로 안 나~”, “원래 모과가 은은하게 사람을 기쁘게 하지만 인공적인 방향제만큼 강한 향이 나는 건 아니야~. 그래도 모과의 자연향이 널 더 기쁘게 해 줄거야” 사실 모과가 방향제이기는 하나 인공의 방향제처럼 그 향이 방을 가득 채우지는 못한다. 모과에 대한 민채의 기대가 컷지만, 그래도 실망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행히 우리 민채는 가끔 모과를 만져보고 만진 손에서 나는 향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나도 공주들도 이렇게 그저 그 향을 느끼며 조금이라도 즐길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할 것 같다.
그 다음주에도 난 산책을 갔고, 모과나무 주변에 떨어진 모과를 발견하고 집으로 2개를 더 가져갔다. 이번에도 떨어진 것 중 가장 좋은 2개를 골라 가져갔는데 각자 하나씩 잘 나눠서 자기들 방으로 가지고 갔다. 이제 모과는 각자 2개씩 책장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고, 난 공주들의 방에 들어갈 때마다 그 모과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모과의 향기로 인해 기분이 좋아지는 것보다 그 모과 속에 들어있는 나와 공주들의 작은 이야기라는 향기로 인해 기분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 땅에 떨어져 별것 아닐 수 있는 모과를 통해 난 우리 공주들과의 소소한 이야기를 간직할 수 있다. 그 이야기로 인해 기분이 좋아진 하루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