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산책로가 좋고 이맘 때 벚꽃이 참 아름다운 곳이다. 매년 느끼지만 그 길은 참 아름답고 그래서 나도 그 길이 매년 더 좋아지는 듯 하다. 이맘 때면 예쁜 길에 산책도 하기 좋아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 그 길을 공주들과 같이 간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반응이 매년 더 냉담해지고 대답의 말투도 더 건조해진것 같다. 그래도 작년에는 가자고 말하면 마지못해 나가지만 모두 같이 나갔는데, 오늘은 둘 다 좀 더 완고하게 거절했다.
“민경, 민채 벚꽃길 산책갈래?”
“난 학교갈 때 매일봐서 안 갈래~” 민경이가 대답했다.
“난 지난주에 친구들이랑 갔다왔어~” 민채도 대답했다.
“아빠, 엄마랑은 안 갔으니 같이 벚꽃길 산책가는게 어때?”
“난 오늘 숙제 할게 많아~ 그래서 안 갈래~” 민경이가 대답했다.
“난 그냥 책이나 읽을거야” 민채도 대답을 했다.
이후, 몇 번 더 나가자는 이야기를 했지만 둘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가지 안으려고 했다. 이제 우리도 공주들의 마음을 잘 알기에 더 강요하지는 않는다. 강요를 한다고 될 나이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주 민채가 친구들과 같이 벚꽃놀이를 가기 위해 전날 밤에 옷을 고르고 미리 준비를 했다. 이미 우리 공주들은 이런 나이가 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둘 만의 벚꽃놀이가 익숙해져야 하는 나이다. 남은 사람이 우리 둘 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게 더 익숙해 지기도 해야 한다. 이미 마트를 둘이 다니기 시작한 지는 좀 됐다. 이제 우리 공주들은 특별히 자신들이 골라야 하는 물건을 사는 일이 없으면 같이 가지 않는다. 처음에는 같이 가자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 가지 않는 것이 섭섭하기도 했지만 이제 이건 너무 당연한 것이 되었다. 그래서 같이 가자는 이야기 자체를 잘 하지도 않는다. 아마 벚꽃놀이를 같이 가지 않는 것도 몇 해가 지나면 그저 당연한 일이 될 것 같다. 당연한 일이라서 처음에 느끼던 서운한 마음 같은 것도 없어질 것 같고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다가 어느 순간에는 같이 가자고 묻지도 않을 것 같다. 우리 공주들이 커가며 함께하는 과정은 어쩌면 이런 것들이 하나 둘씩 당연한 것으로 바뀌는 과정인 것 같다.
막상 둘이 나왔지만 둘이 하는 벚꽃놀이는 참 단순하다. 회사일이나 가정일, 아이들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같이 사진을 찍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도 가끔씩 경치 사진을 찍지만 아내에게 “벗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줄까?”라는 단순한 것도 진지하게 묻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같이 나왔으니 예의상 물었을 때도 아내는 완곡히 거절을 했다. 물론 우리 부부는 평소에 자주 같이 산책을 하는 편이다. 같이 산책을 하는 것 자체는 아죽 익숙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하는 편이라 산책이 어색하지는 않았지만 벚꽃놀이로 산책을 하는 것은 뭔가 놀러 나온 기분이라 약간은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뭔가 더 어색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날들이 더 지나고 우리 부부의 나이가 더 든 어느 날에는 우리 공주들이 우리를 데리고 벚꽃놀이를 가자고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