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구함과 비움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문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영적 소명의 길 위에서도 그러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께 늘 기도하며 응답을 받아야 하고, 하나님으로부터 은사와 능력을 공급받아야 합니다. 이 세상의 삶과 영적인 삶을 위해 우리는 참으로 많은 것들을 필요로 하며, 그러므로 하나님께 구함으로 응답을 받아야 합니다. 주님께서도 친히 말씀하셨습니다.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마태복음 7장 7절) 이렇게 구하는 것은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성향의 영성이니, 불의 영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의 시선을 자연스러운 과정인 죽음의 시간으로 향해 봅니다. 임종의 자리에서는 무엇을 구하는 마음보다 모든 것을 내려놓는 비움의 마음이어야 그 마지막 시간을 승리할 수 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을 마치고 하나님의 나라로 가야 하는 그 시간, 우리의 마음에 세상의 그 무엇이 여전히 소용 있는 것으로 다가올 수 있겠습니까. 모든 것은 무상하고 덧없는 것들뿐일 것입니다. 솔로몬은 그 깊은 탄식을 이렇게 남겼습니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전도서 1장 2절) 그러므로 살아 생전 삶을 위하여 많은 것들을 구하던 마음에서, 세상을 향한 모든 마음을 내려놓고 오직 하늘만 바라보는 비운 마음이어야, 마지막 시간을 승리로 마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상 이것은 임종의 자리에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평소 삶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삶 가운데 수많은 문제를 만나 기도한다 해도,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모든 구함에 그대로 응답하여 해결해 주시지는 않으십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에는 늘 한편에 고난이 있어야 영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시편 기자는 그 진실을 이렇게 고백하였습니다.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 (시편 119편 71절) 우리의 삶의 실상을 혼적인 마음으로 들여다보면, 하나님께서 우리의 문제에 응답하여 해결해 주시지 않는 것들이 더 많습니다. 환경이나 재정이나 건강이나 관계 속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더 많습니다. 그러므로 죽음의 시간이 임박해서뿐 아니라, 살아 생전의 시간 가운데서도 조금만 깊이 바라보면, 하나님 앞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는 비움의 마음, 비움의 영성이 없이는 낙심을 이기고 승리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구하되 구하지 아니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구하라 하셨으니 겟세마네 동산의 주님처럼 때로는 간절히 구하여야 하지만, 동시에 "내 뜻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마태복음 26장 39절)라는 주님의 기도처럼, 한편으로는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자아를 내려놓는 비움의 영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불의 역동적인 시기에는 그 불길을 따라 구함의 성격이 강하고, 물의 수동적인 시기에는 그 물길을 따라 내려놓음의 성격이 강합니다. 그런데 어린아이가 성장하면서 점차 부모에게 구하고 매달리는 것보다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스스로 내려놓는 것들이 많아지듯, 우리의 영적 여정에서도 구하는 마음에서 오직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는 비움의 마음, 비움의 영성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마태복음 6장 33절) 우리가 구하는 영성에만 머물면 응답되지 않을 때 낙심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세상의 무상함과 헛됨을 철저히 보고, 오직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며 모든 것을 비우는 마음, 비움의 영성이 있어야, 주님을 따라 골고다 십자가 언덕의 길을 끝까지 승리할 수 있습니다. 결국은 세상의 종말이나 개인의 종말이나 세상의 것들은 결국 무너지는 법, 구함의 영성에만 머물면 낙심하게 됩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내려놓는 비움의 영성이 있어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삶에는 늘 부족함이 흐르는 법, 비움의 영성이 있어야 늘 하늘의 평강을 누릴 수 있습니다. 바울은 이 비움의 영성을 자신의 삶으로 고백하였습니다.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빌립보서 4장 12절) 이 비결이란 다름 아닌 비움의 영성, 곧 모든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 안에 자신을 내어 드리는 깊은 순종과 내려놓음의 길입니다. 그러므로 구함의 영성과 비움의 영성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의 여정 안에서 서로를 온전하게 하는 두 날개입니다. 불의 뜨거운 구함과 물의 고요한 비움이 함께 어우러질 때, 우리는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하나님 안에서 참된 평강과 생명을 누리며, 마침내 주님이 가신 그 십자가의 길을 끝까지 따를 수 있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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