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심하고 먹는 자는 정죄되었나니 이는 믿음을 따라 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라. 믿음으로 하지 아니하는 것은 다 죄니라." 로마서 14장 23절은 성도들 사이에서 자주 오해되는 말씀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구절만 따로 떼어 읽으면 마치 우리의 모든 행동이 완전한 믿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전부 죄가 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모든 생각과 행동을 끊임없이 점검하며 "지금 나는 충분한 믿음으로 하고 있는가?", "조금이라도 의심이 있으면 죄가 되는 것인가?"라는 강박적인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 본문의 말씀은 그런 믿음의 의미가 아닙니다. 그러나 성경은 언제나 문맥 속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로마서 14장은 믿음의 본질 자체를 논하는 장이 아니라, 당시 교회 안에서 발생했던 음식과 절기에 관한 갈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믿음으로 하지 아니하는 것은 다 죄니라"라는 말씀도 그 문맥 안에서 이해할 때 비로소 바른 의미가 드러납니다. 1.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에 있었던 갈등 초대교회는 유대인과 이방인이 함께 신앙생활을 하던 공동체였습니다. 그런데 두 집단은 오랫동안 서로 다른 종교적 배경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유대인들은 수백 년 동안 모세의 율법 아래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들에게는 정한 음식과 부정한 음식의 구별이 있었고, 안식일과 절기들을 특별하게 지켜야 한다는 의식도 깊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반면 이방인들은 그러한 율법적 전통이 없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하여 자유를 얻은 후에는 음식이나 특정한 날에 대해 특별한 구속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교회 안에는 갈등이 생겨났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유롭게 모든 음식을 먹었고, 어떤 사람은 여전히 조심스럽게 가려 먹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특정한 날을 중요하게 여겼고, 어떤 사람은 모든 날을 동일하게 여겼습니다. 이에 대해 사도 바울은 말합니다. "혹은 이 날을 저 날보다 낮게 여기고, 혹은 모든 날을 같게 여기나니, 각각 자기 마음으로 확정할지니라."(로마서 14:5) "날을 중히 여기는 자도 주를 위하여 중히 여기고, 먹는 자도 주를 위하여 먹으니, 이는 하나님께 감사함이요, 먹지 않는 자도 주를 위하여 먹지 아니하며 하나님께 감사하느니라."(로마서 14:6) 바울은 이 때 어느 한쪽만 옳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서로를 판단하지 말고 존중하라고 권면하였습니다. 율법과 복음이 혼돈된 시대,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각각 믿음의 분량에 따라 자신의 믿음의 선한 양심을 따라 행동하라고 권면합니다. 음식이나 절기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으로 자신의 신앙 양심에 따라 행한 이도 옳은 것이요, 구약의 습관 때문에 그런 음식이나 날들 지키지 않으면 하나님 앞에서 죄인 듯 다가오는 사람은 먹지 않거나 지키는 것이 선한 양심을 따라 행하는 것이기에 옳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서로 비판하거나 정죄하지 말고 오직 각각 자신의 믿음 곧 자신이 옳다 하는 믿음의 선한 양심을 따라 행하라는 말씀인 것입니다. 2. 본문 문맥 속에서 믿음으로 하지 않는 것은 죄라는 협의적 의미 그렇다면 바울은 왜 마지막에 "믿음으로 하지 아니하는 것은 다 죄니라"라고 말했을까요? 여기서 말하는 죄는 음식 자체가 죄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우상에게 바쳐졌던 음식이라고 생각하여 마음에 거리낌을 느끼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의 눈치 때문에 억지로 먹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음식 자체는 죄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양심은 평안하지 못합니다. 스스로는 하나님 앞에서 죄처럼 다가오는 잘못된 일을 했다고 느끼면서도 사람들의 눈치 때문에 행동한 것입니다. 문제는 음식이 아니라 양심입니다. 그 사람은 자신의 신앙의 양심을 따라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평안한 마음으로 행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그 사람에게는 죄가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의 죄는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그것이 신앙 양심에 거리끼는 것을 알면서도 행한 마음’입니다. 곧 하나님 앞에서의 바르지 못한 마음입니다. 그러므로 이 본문에서 "믿음으로 하지 아니하는 것은 다 죄니라"라는 말씀 중은 믿음의 의미는 우리가 기도할 때 ‘믿음’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그런 의미의 믿음이 아닙니다. 우리 사람은 불완전하여 언제나 완전한 믿음의 상태로 무엇을 행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믿음으로 하지 아니하 것은 다 죄니라’는 말씀은 자신의 믿음을 따라 곧 신앙의 양심을 좇아서 행하지 아니하는 것은, 그 마음 자체가 죄라는 말씀입니다. 곧 신앙 양심에 거리끼는데 다른 사람의 눈을 보아 먹을 경우, 자신의 믿음을 따라 행한 것이 아니기에 그 마음이 죄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로마서 14장 23절을 근거로 우리 자신의 불완전성에 기인한 자신의 믿음의 부족, 의심 등의 연약함을 죄로 규정하고, 강박감을 느끼는 것은 본문을 잘 못 이해한 것입니다. 여기서의 ‘믿음을 따라’는 ‘자신의 신앙 양심을 따라’의 의미입니다. 3. 우상의 제사에는 참여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 본문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린도전서 8장과 10장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울은 먼저 우상의 실체에 대해 말합니다. "우상은 세상에 아무것도 아니며, 또한 하나님은 한 분밖에 없는 줄 아노라."(고린도전서 8:4) 우상은 참된 신이 아닙니다. 따라서 우상에게 바쳐졌다는 이유만으로 음식 자체가 오염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바울은 말합니다. "음식은 우리를 하나님 앞에 세우지 못하나니, 우리가 먹지 않아도 부족함이 없고 먹어도 풍족함이 없느니라."(고린도전서 8:8) 음식 자체는 중립적입니다. 또한 바울은 시장에서 파는 고기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무엇이든지 시장에서 파는 것을 양심을 위하여 묻지 말고 먹으라. 이는 땅과 거기 충만한 것이 주의 것임이니라."(고린도전서 10:25-26) 여기서 바울은 굳이 그 고기의 이력을 조사하지 말라고 합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바울은 또 다른 중요한 경고를 합니다. "너희가 주의 잔과 귀신의 잔을 겸하여 마시지 못하고, 주의 식탁과 귀신의 식탁에 겸하여 참여하지 못하리라."(고린도전서 10:21) 이 말씀은 음식 자체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상 숭배의 제의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영적인 교제의 문제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음식의 문제가 아니라 신앙의 문제입니다. 우상 숭배의 제의에는 절대로 참여하여 먹고 마시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우리로 말하면 제사에 참여하지 말아야 하고, 제사에 참여하여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합니다. 4. 믿음으로 하지 아니하는 것은 죄라는 말씀의 보편적 의미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로마서 14장 23절은 본래 음식과 절기에 관한 문맥에서 주어진 말씀입니다. 그러나 이 말씀 안에는 오늘날 우리의 신앙생활 전반에 걸쳐 적용할 수 있는 보다 보편적인 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그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의미를 살펴봅니다. "믿음으로 하지 아니하는 것은 다 죄니라"라는 말씀은, 앞에서 살펴본 대로 우리가 모든 문제에 대하여 늘 완전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만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불완전성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우리의 인식과 이해는 늘 부족하지만, 우리는 현재 자신이 신앙적으로 옳다고 믿는 것을 따라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이해는 시간이 흐르며 변화할 수 있지만, ‘지금의 그 순간만큼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신앙 양심이 옳다고 여기는 신앙 양심의 길을 따라 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믿음으로 하지 아니하는 것은 다 죄니라'는 말씀의 보편적인 의미는, 우리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던지, 신앙의 믿음과 양심을 따라, 곧 자신의 마음에 이것이 신앙적으로 옳다 하는 것을 좇아 살라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은 우리 행위 그 자체를 보시면서도, 그보다도 우리의 마음을 더 중요하게 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판단이 불완전하여 그 행위 자체는 본질적으로 죄가 아닌데도, 스스로가 '이건 하나님 앞에서 죄가 되고 옳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마음으로 느낀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그것을 행하면, 행위 자체보다 ‘죄라고 생각하면서 행한’ 그 그릇된 마음 자체가 하나님 앞에서 자책이 되고 죄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믿음으로 하지 아니하는 것은 다 죄니라’라는 본문의 의미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자신의 옳다하는 신앙 양심을 따라 행하지 아니하면 죄입니다’라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비록 불완전하게 판단하나, 늘 자신의 신앙 양심을 따라 행하지 아니하면, 그 마음 자체가 죄가 된다는 것입니다. ‘믿음으로 하지 아니하는 것은 다 죄니라’는 말씀은 언제나 자신의 신앙 양심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좇아 행하지 아니하면, 스스로 이미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였다는 자책감이 생기고, 그 마음 자체가 이미 죄입니다. 그러므로 늘 신앙의 양심을 따라 행하라는 말씀입니다. 글을 맺습니다. 우리 모두 판단과 분별에 있어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옳다 느껴져도 그대로 살지 못하는 연약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 속에 '무엇을 하던지 믿음을 따라, 무엇을 하던지 신앙의 양심을 따라' 행하려는 가난하고 애통한 마음이 있다면, 주님은 우리가 "복이 있다, 그리고 천국이 너희 것이다"라고 말씀해 주실 것입니다. 늘 우리의 신앙의 양심 곧 우리의 믿음을 따라 행하는 복된 우리들이길 기도해 봅니다. “믿음으로 하지 아니하는 것은 다 죄니라”.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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