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오대산은
꽃향기에 취하고,
수행길처럼 평온했다.
*산행일자: 2026년 6월 16일
*산행코스: 상원사 탐방지원센터 → 적멸보궁 → 비로봉 → 상황봉 → 북대 미륵암 → 나옹선사 수행길 → 신성암 입구
초여름에 오대산을 찾은 것이 얼마만이던가요. 2주 연속 강릉산악회의 버스에 올랐습니다. 어제의 오대산은 덥지 않고 선선한 바람까지 더해져 날씨가 참 좋았어요. 정글처럼 울창한 원시림의 계곡 숲길은 한층 더 깊고 청량했고, 곳곳에 피어난 야생화와 나무들이 어우러져 걷는 내내 향기에 취하고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10:06 포장길이 아닌, 상원사 방향 숲길로 들어섭니다. 오늘은 상원사 국보를 보고 올라갈 참이거든요.
이 초여름에 가을스런 느낌의 색감입니다.
이 뭣고?
상원사 동종 (국보 제36호)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범종 가운데 하나로, 국보 하나만 마주해도 그날의 여정이 충분히 채워진 듯한 느낌이죠.
상원사에서 중대 사자암까지, 돌계단 대신 숲길로 가볍게 오를 수 있는 길목입니다.
저짝 말고, 이짝 길로 꼭 다니시길. 😊
중대 사자암, 조망도 좋지만 신도님들이 반갑게 맞아주시고, 조심히 다녀오라며 덕담도 건네주십니다.
10:41 상원사 적멸보궁.
대학 시절이던 95년쯤이었나. 유홍준 저서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열풍이 불던 때, 운동화 하나 신고 이곳을 보러 왔다가 비로봉을 찍고 왔던 기억이 나곤 합니다.
5대 적멸보궁 가운데서도 유난히 검소하고 소박한 모습이에요.
11:20 오대산 비로봉 정상 1,563m
비로봉의 탁 트인 전망, 설악산은 보지 못했지만 그 자체로 충분했습니다.
아리따운 처자들께 솔로샷 부탁해서 한 장 담고 숨을 돌립니다.
잠시 후 올라온 분들과 이렇게 한 그룹이 되었습니다.
사진으로도 선한 인상이 전해지는 분들과 함께하니 산행 내내 기분이 좋았더랬습니다.
연꽃님, 오랜만에 뵈어요. 역시 남다른 포즈의 포스… 굳입니다. 👍
다시 함산하게 되어 반가웠던 제왕산님, 그리고 손을 든 우리의 포즈를 다른 분들도 따라 하기 시작한 듯합니다.
다음에는 발도 한 짝씩 들고 찍어야 하나 싶은 (요상한) 생각에 잠겨요. ㅋㅋ
#따라하기이끼 #강릉산악회포즈연구소
생열귀나무
비로봉 정상부에는 생열귀나무가 유난히 많았습니다. 왜 하필 여기일까 궁금했는데, 강한 바람과 긴 겨울을 견디며 살아남은 정상부 식생의 모습이었던 듯합니다. 키작은 진달래와 철쭉이 능선을 채우듯 말이죠.
쥐오줌풀에 앉은 '모시나비'를 담았습니다.
당초 계획은 상원사 원점회귀를 계획한 터라 가볍게 오려고 카메라를 챙기지 않은 오늘이 무척 아쉬웠어요.
이 꽃은 털개회나무로 보이긴 하는데, 모두 정향나무라고 통칭하겠습니다.
지난 소백산에서는 짧게 마주했던 정향나무(토종 라일락)를, 오늘 오대산에서는 군락을 이룬 채 다시 만났습니다.
비로봉에서 상황봉까지 능선을 따라 퍼지던 향이 참 인상적이었죠. 그래서 오대산을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꽃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옷깃에 쓸릴까, 하늘거리던 눈개승마.
발에 채일까 야무지게도 핀 보랏빛 나비나물.
능선 길을 걷는 내내 보이던 정향나무. 모두 그 꽃향기를 맡아보셨겠죠!
산꿩의다리.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하여 무슨 꽃인가 했더랬죠.
개갈퀴로 동정同定합니다. 가까이 담을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하늘을 가득 채울 만큼 풍성했던 정향나무의 꽃.
화사하게 핀 노린재나무 꽃.
끝무렵에 만난, 가장 생기 넘치던 함박꽃(산목련)입니다.
소백산에서 본 층층나무 같은데, AI는 말채나무라고 우깁니다.
순간포착! 산꿩의다리로 날아드는 꽃등에의 역동적인 날갯짓.
오대산의 명물이라는 산마늘(명이나물) 꽃입니다. 대표적인 자생지인데 귀하게 그 꽃을 만났습니다.
정상부 능선길을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난 하얀 눈개승마.
활짝 핀 산꿩의다리도 점점 보입니다.
자줏빛 꽃봉오리를 종처럼 매단 세잎종덩굴.
12:08 꽃길을 걷다 보니 금세 도착한, 상왕봉 정상 1,491m
다음부터는 연꽃님처럼 손은 물론이고, 발 한 짝씩 들고 도전!입니다.
#따라하기이끼 #먼저하기어끼 #강릉산악회포즈연구소
산수국을 빼닮은 백당나무를 만났습니다. 오늘 만나길 기대했던 두 나무 중 하나였거든요.
끝까지, 만나지 못했던 회목나무는.. 신성암입구에서 버스를 기다리지 않고 선재길로 넘어갔더라면 만났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 회목나무 꽃입니다. 특이하죠. 아쉬운 대로 어느 블로거가 며칠 전 오대산에서 찍은 사진을 퍼왔습니다.
하트? 당단풍나무의 분홍빛 날개 열매입니다.
초여름의 오대산도 좋지만, 가을의 단풍은 또 얼마나 멋질까 싶습니다.
오대산 숲길 곳곳에서 마주한 고광나무 꽃.
군데군데 자리하며 한 타임 쉬어 가라는 듯했고, 이름처럼 골짜기(고)를 환하게 밝히는(광) 듯했습니다.
흰색 물감을 칠해 놓은 듯 눈에 띄던 개다래. 오염 아님, 자연 그대로.
초여름 능선에서 유난히 또렷했던 노란빛의 금마타리.
북대 미륵암 가는 길, 이짝 길은 비탐 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얼마 되지 않으니 정탐 길로 들어서시길..
12:53 임도가 금세 나옵니다. 이제 이 지루하고 피곤했던 임도는 앞으로 안녕이에요.
신성암 푯말이 생겼습니다.
다만 아직 국립공원 홈페이지의 오대산 안내도에는 반영되지 않았더군요. 작년 10월 개방 이후로 왜 아직(지금도) 반영되지 않았을까 궁금했는데, 이 푯말 정비와 함께 순차적으로 반영하는 중인가 봅니다.
역시 국공, 철저하고 꼼꼼합니다. 👏
북대 미륵암을 오르던 임도 길가에 핀 노란장대, 그리고 다시 조우한 모시나비.
북대 미륵암.
자차로 이동한 회원 두 분도 만납니다. 이곳 신도셨군요.
13:00 나옹선사 수행길 입구.
이번에는 손짓 포즈입니다. 달라져야 발전?합니다. ㅋㅋ
#따라하기이끼 #강릉산악회포즈연구소
잠시 소꿉놀이를 한 번.. ㅋㅋ
이곳에서 만나기로 했던 후미 그룹을 기다리다가 잠시 일탈을 해보았습니다만, 디테일이 한 참 모자랍니다.
다음 산행 때는 사전 연구를 하여 디테일한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약속합니다. 약속합시다?!
#새로운미션 #강릉산악회감성연구소
북대 미륵암 앞뜰, 나옹선사 수행길 입구.
몇 그루 피어 있는데 마치 누군가 정성스럽게 심어 놓은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신기방기!
구절초? 일단 시기적으로 샤스타데이지로 동정해 봅니다.
이제 신성골로 들어섭니다. 잠시 가파르긴 해도 데크로가 잘 되어 있어 어려운 구간이 없습니다. 마치 소금강지구의 노인봉에서 낙영폭포로 내려서는 듯한 느낌이죠. 데크가 끝나면 길도 폭신해지고 계곡과 더 가까워져 소금강지구보다 더 좋습니다.
비가 오거나 이슬이 맺히면 미끄러워 무서운 나무뿌리인데, 국공에서 이런 디테일한 미끄럼 방지 홈을 파놓았군요. 탐방객의 안전을 챙기는 섬세한 배려라니… 살아있는 나무의 상처가 마음에 약간 걸리긴 하지만, 오늘은 안전을 위한 그 고마운 감동만 받기로 합니다!
발에 밟힐까 조심스러운 광릉골무꽃.
엎드려자세로 담아야 할 정도로 풀처럼 낮게 핀 야생화입니다.
이제 봄은 끝인가 싶은데 아직 피어있던 산괴불주머니.
짙은 숲그늘 아래로 너른 암반을 타고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신성골 계곡의 청량함.
신성계곡 본진을 만나러 흘러가는 협소한 계곡. 아담하지만 워낙 청정해서 알탕하기도 아까울 만큼 맑고 투명한 모습입니다.
데크 끝에 이어지는 폭신한 흙길. 잘 정돈된 산책로를 걷는 편안함과 깊은 정골 속을 탐험하는 설렘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구간입니다.
14:00 신성폭포.
신성계곡 본진, 신성폭포의 힘찬 물줄기.
높이는 조금 아쉽지만, 한쪽 가장자리에 알탕을 위해 정성스레(?) 마련된 공간이 산꾼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단속 주의!
신성폭포를 지나며 솜털이 곳곳에 날려 조금 거슬릴 정도였습니다.
알고 보니 예전에 설악산 십이선녀탕계곡에서 보았던 황철나무의 솜털 씨앗이었습니다.
오대산에 물황철나무가 집단 자생한다고 하는데 그래서였을까요?!
수행길을 걷다가 잠시 쉬어가는 모습. 실제로 그러하듯 착각이 드는 사진 같습니다.
오대산 산행 내내 즐거웠습니다. 우리 잘 맞는 것 같아요. 💜
정글 같은 원시림, 시원하고 편안한 숲길.
때로는 정글처럼 깊고,
때로는 수행길처럼 평온했던 어제의 오대산을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도저히 다 담아 보여줄 수가 없었습니다.
14:30 나옹선사 수행길 입구 도착.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그날의 산행이 오래 여운으로 남습니다.
표정만 봐도 즐거웠던 시간이 그대로 전해질까요?
산행 내내 즐거웠습니다.
14:34 이제 상원교 옆에서 배낭털기!를 하고 시원한 계곡물에 손과 발을 담그며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신성암·미륵암 일대의 수행자와 관계자만 오가던 비법정 탐방로가 작년 10월 ‘나옹선사 수행길(신성골)’로 개방되었지만, 때를 놓쳐 아직 걸어보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다 이번 산악회 일정에 맞춰 어렵게 시간을 내어 이 구간을 걸어보려 했습니다.
A코스 배정 시간에 맞춰 상원사까지 원점회귀하려면 혼자 가야(뛰어야) 여유가 될 듯했는데, 지난주 산행 때 발걸음이 빠른 몇 분과 함께하면 얘기해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정도로 잠시 이야기를 나눈 것이 계획과 달리 크게 번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당일 일정이 갑작스럽게 변경된 점에 대해, 상황을 잘 조율해 주신 학산 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래도 2주 연속 참여했어요! ㅎ)
혼자 바쁘게 다녀왔다면 결코 누리지 못했을 함산의 유쾌하고 외롭지 않은 순간들, 아직도 소화 중인 진수성찬의 하산주, 그리고 오대산의 정글같은 숲길과 꽃길 로드까지. 우리가 함께했기에 사진으로 다 담지 못할 만큼 과분했던 오대산 산행이었습니다.
이번 수행길에서 좋은 정기를 가득 받았으니, 다음 산행 때는 더 완벽한 포즈 디테일과 한층 업그레이드된 감성 연구 결과를 들고 만나기로 해요. — 연구소장 백. ㅋㅋ 삼겹살 산행 때 갈 수 있을 듯 싶습니다만.
끝.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연 꽃 작성시간 26.06.18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야생화 /를 사랑하는
물레님^;^ 감사 .
-
작성자복마니 작성시간 26.06.18 글도 잘쓰고 사진도 잘찍고 걸음도 잘 걷고 먹는것도 잘 드시고 물레님 짱 또 만나요
-
작성자학산 작성시간 26.06.18 물레님 산행후기 넘 좋아요 보지도못한 야생화도 즐감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작성자뚜벅이 작성시간 26.06.18 수고하셨습니다
야생화와더불어
새들의지적임
계곡의잔잔한물소리
나웅선사 수행길이라👍
님~들덕분에수행좀했나이다
감사합니다
멋찐사진한둘가피해갑니다
또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