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해체수준 개혁 시급하다
헌법과 법률로 정해진 국가기관이 발족 뒤 63년의 연륜을 쌓았는데도 어처구니없는 허술한 관리로 인해 전 국민의 지탄을 받으면서 나라의 기강마저 흔들어 놓고 있다.
지난 1960년 3월 15일 실시됐던 3·15 부정선거를 계기로 정부가 최고의 관심을 가지고 1963년에 출범시킨 대한민국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지난 6월 3일의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투표용지가 부족한 나라’로 국가 체면까지 추락시키는 추태를 보였다.
선관위는 헌법에 명시돼 있다. 헌법 제114조 제1항엔 ‘오직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 입법과 사법, 행정의 삼권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를 둔다”고 명문화 됐기에, 이 나라에서는 대통령도 국회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기관이 된 셈이다.
현재의 선관위는 환갑을 넘는 세월 동안 감독이 전혀 없는 허점을 방패막이로 독불장군형 조직으로 진화했다. 이로 인해 투표용지 부족뿐만 아니라 개표오류는 물론, 후보 간 득표수를 바꿔 입력하거나 한 투표소 개표 결과를 다른 투표소 결과로 잘못 입력시키는 오류까지 범하는 행태까지 보여 국민적인 반발을 사고 있다.
선관위의 이 같은 개표오류 행위는 이미 2020년 총선에서도 투표용지에 QR코드를 인쇄해 선거법 위반 논란을 빚었다. 2022년 대선 때도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지 않고 바구니와 쇼핑백에 담아 옮기는 바람에 ‘소쿠리 투표’란 비판을 받았으며, 이미 기표한 용지를 유권자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 2024년 총선 때도 말썽이 있었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용지부족 사태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는데도 현황 파악도 제대로 못한 가운데 대응도 늦어 유권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북 청주에서는 선거 당일 1000명의 선거인 명부가 누락된 사실도 발생했다. 거기다 이 같은 잘못이 들통이 났는데도 선관위는 개표오류에 대해서는 “당락에는 영향이 없었다”라고 답변하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서는 “용지부족이 아닌 분배 실패”라고 능청스럽게 설명했다.
선관위의 부패는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선관위는 전체 운영기간 가운데 일부인 지난 10년 동안에만도 감사원 감사에서 경력직 직원을 채용하면서 채용공고도 없이 직원 자녀를 내정하거나 자녀 면접점수를 조작하는 등 비리와 규정위반 사례가 모두 291차례나 있었음이 드러났다.
채용 비리 제보가 들어오면 “우리는 가족회사”라고 묵살한 사례까지 있었기에 “이 조직은 마피아와 다를 게 없는 곳”이란 비판까지 받고 있다.
선관위는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도 이날 오후 4시쯤부터 서울 송파구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한 투표중단 사태가 터졌으나 중앙선관위 긴급회의는 4일 0시에야 소집됐다. 이 회의마저도 당초엔 열지 않으려고 하다가 국민의힘이 항의 방문을 하자 일정이 잡힌 사실도 밝혀졌다. 특히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시간이 연장됐던 송파구 일부 투표소에서는 유권자들이 방송사의 출구조사와 개표방송을 보면서 투표를 하는 초유의 사태도 일어났다.
선관위 측은 이밖에도 감사원 감사 당시 비리와 규정위반 사실이 들통나면서, 외부 감사라도 받으라고 하자 “우리는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감사원이 채용비리를 감사하자 헌재에다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고, 판사들로 구성된 헌재에서는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대상이 아니다”라며 선관위의 손을 들어주는 바람에 선관위는 완전히 감사 사각지대에서 부패와 무능집단으로까지 추락한 상태다.
또 선관위는 정부의 다른 기관보다 고위직은 물론 중간 관리직도 비율이 더 높다. 선관위는 기획예산처와 협의도 없이 고위직 자리를 만들어 오다가 지난해 감사원의 지적도 받았다.
현재 선관위의 정원은 3028명인데도 지난 연말 기준으로 정원보다 200여명이나 많은 3224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 1~3급이 무려 69명으로 2.3%나 돼 다른 중앙 행정기관의 1.3%와 비교하면 두 배에 가까운 수치로 밝혀져 가분수 조직이라는 오명까지 받고 있다.
결국 ‘민주주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업무 분야에서 부정선거를 사전에 예방하고 오직 중립적인 입장에서 공정하게 국법을 집행하라고 당초에 부여한 선관위의 권한이 너무나 컸기에 현재의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집단이 된 꼴이다.
결론적으로 선거관리는 선관위 소관이지만 정부 역시 공정선거와 참정권 보장의 책임을 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 4월과 5월 총리주재로 공명선거 회의를 열고 “국민의 선택이 온전히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온전히 신뢰할 수 있는 선거를 만들겠다”는 대국민 담화까지 발표했으나, 뒤이은 6·3 지방선거 현장에서는 과거보다 더 큰 여러 가지 사단이 불거졌다. 결론은 이미 나와 있다. 하루빨리 선관위에 대한 해체수준의 개혁만이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