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괴로움은 혼자 올 뿐이다!
슬픔이 밀려올 때
우리는 그 앞에 ‘나’를 세워두고
"내가 슬프다" 하며 눈물을 흘리네
괴로움이 가슴을 후벼 팔 때
그곳에 ‘나’를 주어(主語)로 박아놓고
"내가 괴롭다" 하며 몸부림을 치네
그러나 가만히 보라, 슬픔은 저 혼자 왔다가
조건이 다하면 저 혼자 사라지는 구름일 뿐
그곳엔
괴로워하는 ‘나’도 없고
슬퍼해야 할 ‘나’도 없었네
주인 없는 빈집에 바람이 불어와
문짝이 홀로 덜컹거린 것뿐인데
우리는 왜 그 비바람을 ‘내 것’이라 붙잡고
평생을 울며 살았는가..
2. 작자(作者)- 없는 나무의 노래!
바람 부는 언덕에 서 있는 저 늙은 나무는
스스로 자라나기로 결심한 적이 없다네
대지가 준 부드러운 흙을 삼키고
하늘이 떨어뜨린 빗방울을 먹으며
그저 자양분이 이끄는 대로 자라난 결과물일 뿐
우리라는 존재도 이와 같아서
네 가지 음식(사식)을 부지런히 받아먹고
그 결과로 지어져 서 있는 늙은 나무 한 그루라네
음식을 먹고 자라나는 ‘행위자’는 어디에도 없고
먹고, 마시고, 생각하고, 분별한 조건들이
오늘 여기에 나라는 ‘업보’로 서 있을 뿐이니
태산 같은 업의 짐을 질 주인은 본래 없다네
3. 누가 느끼는가
"세존이시여, 그렇다면 누가 느낍니까?"
중생은 끊임없이 느낌 뒤에 숨은
칼잡이를 찾아 사방을 헤매이네
좋은 느낌엔 탐욕의 손을 뻗으려 하고
싫은 느낌엔 성냄의 칼을 뽑으려 하네
부처는 가사 자락을 날리며 담담히 웃으시네
"느끼는 자를 찾지 말라, 느낌이 일어날 뿐이다"
물결이 흔들린다고 배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듯
느낌의 잔물결이 마음 바탕을 스쳐 갈 때
거기에 대고 ‘나’라는 유령을 만들어내지 말라
느낌은 내가 아니요, 내 것도 아니니
그저 스쳐 가는 먼지처럼 흘려보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