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일본의 한마을에 사랑하는 한 남녀가 있었다. 딸은 부모에게 둘 사이를 알리기도 전에 덜컥 애를 가져버렸다. 산달이 다가오자 그만 아버지에게 들키게 되고 아버지가 추궁을 하자. 남자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하여 그만 뒷산의 스님의 아이라고 둘러대었다. 아버지는 그 말을 듣고 아이가 태어나자, 스님에게 찾아가 욕을 하며 아이를 주고 돌아갔다. 스님은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고, "그래? 알았다. 내가 키우마." 하고 아이를 받았고 이름난 선사로 주위로 존경받던 스님이었기에, 오히려 더욱 사람들의 눈초리는 차가웠고 절에 들어오는 시주는 거의 뚝 끊어지다시피 하였지만 아이를 위해 젖동냥을 다니며 동네사람의 갖은 수모를 겪어가면서 스님은 아이를 너무나 사랑하며 정성껏 키웠다. 몇 년이 지나 그 딸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자신들의 아이를 되찾아 오려고 그 사실을 아버지에게 말했다. 처녀의 아비와 그동안 스님에게 수모를 줬던 마을 사람들이 그 동안 오해를 했던 일이 너무나 부끄럽고 죄송하여 모두 찾아가 백배 사죄를 하였고 그 아비는 죄송하지만 아이를 돌려달라고 했다. 스님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그래? 그럼 데려가게.” 하고는 그들에게 티끌만한 원망도 없이 아이를 돌려주고는 여전히 평소대로 자신의 일을 하였다. 경에 이르기를 "마음 위에 한 물건도 올려놓지 마라." 고 했다. 무소유란 재물이나 물건을 가지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에 집착이나 소중한 것을 가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심지어 자신까지도... 그 스님은 자신조차 소유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재물이나 물건은 차라리 버리기 쉽다. 하지만 명예나, 체면, 사랑, 거룩한 사명, 자존심 등, 자신이 살아가는 가치나 의미를 버리는 것은 죽어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러한 것들이 자신은 지탱해주고 지켜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소중한 것들이 자신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를 모른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이 그것에 어긋나기만하면 자신을 쥐어뜯고, 다른 이나 바깥 환경이 그것에 흠이라도 낼라치면 칼에 찔린 듯 아파하고 몸부림치며, 심지어 치를 떨고 분노에 차 어떻게 하면 되갚아줄까 노심초사하며 잠조차 이루지 못한다. 그러한 것이 어떻게 자신을 지켜주고 이롭게 하는가? 불가에서 무소유를 말하는 것은 시주를 받아 생활하는 납자의 본분을 지키는 것도 있고, 또, 지나친 소유는 삶을 번거롭게 하는 이유도 있지만, 마음에 한 물건(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나 의미들)이라도 올라와 있으면 그것이 위에서 말한 것처럼 번뇌의 씨앗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교에서 말하는 무소유는 집착이나 취사하는 마음을 버리라는 의미이다. 눈에 보이는 물건을 버리라는 것이아니다. 돌아가신 어떤 존경받는 스님처럼 몸에 물건만 오면 버리고 싶어 못 견디는, 버리는 병에 걸리라는 말이 아니다. 참된 무소유는 집착하는 마음을 버리고, 또 버리려는 그 마음까지 버려야한다. 세상의 것들은 우리가 가지려고 한다고 가지는 것도 아니고 버리려고 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인연이 있어야 오고 인연이 다해야 떠나가는 것이다. 즉, 올 인연은 오고 갈 인연은 간다는 것이다. 물론 노력에 의해 조금은 달라지는 것도 있겠지만, 끝내 영원히 인연이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우리가 어떻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다가온 인연은 그것이 물질이든 사람이든 권력이든 명예든 소중히 쓰고 또 인연이 다 되어 가려고 하면 미련 없이 보내주는 것이 무소유다. 그리고, 무소유의 마음을 가진다고 삶의 질이 떨어질까 또 생활을 못할까 걱정하지마라. 인연을 따라 살며, 인연을 따라 살려고 노력만 한다면 누구나 죽을 때까지 편안히 먹고 산다. 그리고 그 인연을 따르는 마음이 삶을 편하게 하고 삶의 질을 누구보다도 높여준다. 자신의 인연만큼의 테두리 안에서... 무소유는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는 인연을 취사하지 않고 떠나는 인연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를 받아 키우는 그 스님처럼... 자신의 마음에 소중한 것을 올려놓지 마라. 아니 자신의 마음에 어떤 것은 소중하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다는 그 기준과 잣대를 버려라. 그리고 버렸다는 그 마음마저도 잊어버려라. 그것이 무심이요 무아요 무소유다. 그런 자의 마음은 이 우주의 그 어떤 것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마음이 한가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