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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세계에 사는 우리들

작성자적천 윤기붕|작성시간14.07.28|조회수38 목록 댓글 0

우리는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고, 서로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엄청난 착각이다.

물론 상처가 나면 아프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행복할거라는 것은 안다.

왜냐하면 살아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상처도 나고 사랑도 하기 때문이다.

그처럼 사람들의 감정이나 생각들을 자신의 경험에 대입시켜서 느기고 이해할 뿐

그 사람의 감정으로는 절대로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아프면 얼마나 어떻게 아픈지, 또 행복하면 얼마나 어떻게 아픈지는 절대로 알 수가 없다.

또 같은 사과를 먹어도 각자가 느끼는 그만의 맛은 다른 이는 죽었다 깨나도 알 수가 없다

다만 사과를 먹은 나의 느낌으로 마치 그의 마음을 아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그처럼 우리는 철저히 닫힌 각자의 우주 속에 살아간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마치 그가 느끼는 것처럼 안다고 믿고

또 상대가 나의 마음을 나처럼 알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오해하고 원망도 하게 된다.

 

"어떻게 내맘을 그렇게 몰라주니?"

 

하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닫혀있는 세계에서 외부로는 같은 류의 것을 공유하기 때문에 비슷한 형태의 모습을 보일 뿐

그 속은 절대로 서로 알 수 없다는 것을 제대로 알기만하면.

우리는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 달라고 기대하지도 않을 것이고 모른다고 해서 억울해 하거나 원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알 재주가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모른다고 원망하겠는가?

오히려 서로 모르는 것이 우리 존재의 한계라는 것을 앎으로서

몰라주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럴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 존재라는 동질감으로 말이다.

 

내가 아는 어떤 중년의 여인이 결혼 후 자기의 생각과 너무 다르고 자기의 마음을 너무나 몰라주는 남편 때문에 미움과 원망으로 힘들게 살다가 20여 년째 될 즈음부터는 죽을 것 같은 우울증과 마음의 상처로 이혼까지 생각하면서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숨이 막힐 듯 한 극심한 고통 속에 빠져들어갔다.

그녀의 마음속은 온통 남편의 몰이해에 대한 미움으로,

또 그런 남편에게 앞으로도 평생을 함께 보낼 것을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았다.

 

그렇게 우울하고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던 어느 늦은 오후,

주방에서 저녁을 짓고 있는 데

남편이 늦게 얻은 애들과 함께 깔깔거리며 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속으로

'나는 지금 이렇게 마음이 죽어 가는 데 저들은 어찌 내 마음을 저렇게도 모를까?'

하는 울컥한 마음이 올라오는데

문득,

뒤따라 올라오는 한 생각(생각이라기보다는 각성(覺醒)이라고 해야 한다.)에 소스라쳤다.

 

정말로 모른단 말인가?'

 

순간, 자신도 남편의 마음과 애들의 마음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는 것을 깨달아지면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 우리는 정말로 몰라서 모르는구나!'

 

그리고는 그동안 남편에게 자기를 알아주기를 바랐던 그 모든 마음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더불어 남편에 대한 미움마저도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자신을 몰라주는 남편이 알면서 일부러 모른 척 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몰라서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난 뒤,

오히려 남편을 통해 얻으려고 했던 모든 바람이 사라지면서 모든 세월들이 이해가 되고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남편을 괴롭혀 왔던가에 대해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는 그동안 참고 살아준 남편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저녁상을 내어놓고 애들과 함께 둘러 앉아 그녀는 남편에게 말했다.

 

그동안 당신 괴롭혀서 죄송해요. 이제 당신이 원하시는 것 하시며 마음가는대로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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