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사랑방(취미/근황)

궁극적인 수행처에서

작성자달오, 이창석|작성시간17.06.12|조회수61 목록 댓글 0

냐눗따라 스님의 글(http://cafe.naver.com/shweoomin/516)을 보며, 어제 있었던 일을 반추하게 됩니다. 대구구도회와의 인연으로 글을 올려봅니다.


미얀마의 쉐우민에서 일년남짓 수행을 하고, 궁극적인 수행처-가정(미국 샌디에고)으로 돌아온 후로, 가정주부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집의 각종 고장난것, 불편한 것을 고치고, 바쁜 아내를 내조하며 밥하고 빨래하고, 심지어는 가장 중요한 다 큰 아들 육아까지 하고 있습니다. 노후를 생각하여, 그동안 신경쓰지 못했던 일들을 챙깁니다. 그런데 아내가 자기 건강과 식구들의 삶을 팽개치다시피 하고 회사일에 습관적으로 매달리는 것을 두달간 - 아니면 오랫동안 보아오고 있었습니다. 여러번 잔소리를 했건만, 토요일인 어제 아침에는 좀 심하게 말했습니다. 왜 회사일들에 그토록 매달리는가? 책임감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게 지나쳐서 집착하고, 그것이 불러오는 현상을 보지 못하는가? 스스로 몸은 곳곳이 망가지고, 식구들 삶의 패턴이 밤낮, 주중 주말에 혼선이 오고, 스스로의 충족감보다는 불편 불안한 마음이 더해가고 있지 않은가? 삶의 중요한 것(important)과 시급한 것(urgent)에 구별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이 모든 것에 대한 과보는 결국 본인이 받고 있고 더 받을 것이다. long term 삶을 위해 결코 바람직 하지 않다... 역설을 했습니다. 그러는 내 마음은 흥분해 있고, 속에는 화가 깔려있었습니다. 아내는, 화가 많이 났네 하면서도, 그런쪼로 말하는 나의 습관적 말투에 또한 나름 반감을 가진 표현을 하며 주말출근을 서둘러 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일요일도 출근을 했으며 지난 몇년이 비슷했습니다) 제대로 마중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나가고 서둘러 설걷이를 하고, 주섬주섬 싸서, 벼르던 빡신 산행을 떠납니다. 집에서 한시간 반 운전해 가서, 종일 가파른 산을 오르내리며 자연속에서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조금은 안정되었지만 뭔가 정리가 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만, 오늘 아침 스님의 글을 읽으니 뭔가 정리가 되는군요. 드러난 아내의 문제 보다는, 결국은 내 번뇌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식구와의 경험은 경험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고, 또한 살아있는 존재는 누구나가 겪고 있는 것이지만, 그기에 반응하고 있는 이 주체가 어떻게 작용하는가가 더 중요한 대상임을 새삼 알게 해 줍니다. 나의 번뇌는 무엇일까요? 나라고 불리는 이것에 어떤 욕심이 있고, 화는 무엇이고, 그 모든 것에 어리석음은 얼마나 자리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언쟁의 출발은 분명 욕심입니다. 아내가 회사생활을 요령있게 해서, 회사에서도 합리적이고, 집에서도 비록 내가 도와주고 있지만, 중요한 일들을 놓쳐 손해보지 않고, 좀더 단란한 가정적 분위기의 균형을 찾으면 좋겠다는 내 욕심이지요. 그 욕심 - 바램이 잘못된 것은 아닌데, 그것을 대상으로 볼만큼 깨어있지를 못하니, 스님 말씀처럼 그속에 휩싸여 반복되는 패턴으로 휘둘려 더 심각해지고, 뭔가를 꼭 해야 한다는 충동으로 행동하게 되었지요. 그러면, 심지어 없던 문제도 스스로 더 만드는 것. 그걸 번뇌라 합니다. 어리석음이 밑에 깔려있고 화가 동반되었습니다.


다시 차분해져 봅니다. 뒤로 물러서 나와보면, 나의 지금의 현실은 매우 충족합니다. 먹고 사는데 문제가 전혀 없으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가족이 있고, 노후가 어느정도 보장되어 있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내나이 아직 젊은(?) 환갑에 불과한데, 조기 은퇴하고 일상적 삶과 수행에 관심을 가질 수 있으니, 누구나 바라는 이상향이 아닙니까? 아내를 당장 내 욕심대로 뀌어 맞출려고 하지않고, 시간을 두고 딜(deal)을 하면 더 바람직하게 바뀔수도 있고, 바뀌지 않더라도, 내 입장에서는, 좋은게 좋은 것으로 달래며, 심지어는 자존심을 다 버리고 적응해 살아도 이익인 것입니다. 그걸 내 썽질하나로 팽개친다는 것은 어리석지 않아요? 사야도 말씀 곳곳에, 궁극적으로 이익이 되게 하는 것이 지혜롭다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진실이 드러납니다. 달라 붙어서 같이 뒹굴면 번뇌의 흙탕이지만, 떨어져 바라다보면, 즉 대상으로 보면, 즉 나라는 ego가 약해져서 대상과의 집착이 떨어지면, 제대로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지요. 부처님, 미리 solution(해결책)을 아시고 힌트를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