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론의 변수로부터 제외된, 흥미(몰두)와 흥분(열정)은 스포츠 경기를 대하는 인간심리의 기본 전제
일 것이다. 아마 몰가치, 몰아적인 환경을 구현하는데 이보다 더 흥미로운 마당은 찾기 힘들 것이다.
자기편이라고 생각되는 팀의 승리가 주는 환희와, 패배의 실망감은 어떠한 이론과 설득으로부터도
배타적이다. 희망하는 방향으로 게임이 전개되어 간다면, 어느새 그 결과는 자신의 아바타가 주도한
것으로 되어 커다란 자부심으로 보상된다. 반대인 경우, 그것은 자신의 아바타를 몰래 제조한 자들의
부당한 게임으로 치부되어 비난의 대상으로 삼아도 좋을 것이며, 이러할 때의 묘미는 약한 자기분열에
있기도 하다. 그것은 종종 패배한 집안에서 나는 잡음이 승리한 쪽의 환호성보다 더 높고 긴 이유이다.
여하간 엄밀한 의미(정신차리고 보면)에서, 이러한 꽃놀이패가 훌륭한 이유는 자신의 직접적 책임과
의무의 울타리 밖에서, 다만 즐길 수 있는 아찔함만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승부에 있어 승패는 언제나 반반이다. (무승부조차도 사실은 승패의 바탕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의 승리는 항상 보장되어 있는 것이며, 나머지 반쪽도 무승부와 실수를 제외한다면 실패로
인정하기 싫은 것으로 이루어 진 낮은 확률의 것일 뿐이다. 이렇게 반쪽의 실패가 예상됨에 불구하고,
인생에 있어 이미 반이나 성공으로 예정되어 있는 일이 흔한 것은 아니기에 스포츠 경기가 매우 매력적인
것으로써 수명을 이어오고 있는 한 이유가 되는 것이다.
월드컵이 한창이다. 격투기를 제외한 스포츠 메뉴 중, 맨 땅에 몇 조각의 합성피혁으로 이루어 진 400그램
정도의 공을 이용하여 승부를 가리는 축구는 매우 소박하고 때론 무식해 보이기까지 하는 경기이다.
그러나 발로 차여지며 꿰어진 실밥이 드러나 보이는 축구공이기는 하지만, 이 무생물이 축구장 세로
길이의 양쪽 끝 선을 이리저리 소란스럽게 굴러다니며, 지구상 절대군주인 생명체에게 온갖 감정을 겪게
하는 양은 참으로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이다.
오죽하면 무생물인 공으로써 유생물들 간의 싸움을 촉발시켜, 오일 만에 이 천 여명의 생명을
무생명으로 만들어 버렸겠는가(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의 축구전쟁)? 혼이 없는 무생물로서 인간정신의
혼을 빼게 만드는 게임도구로써의 기막힌 면모를 여지없이 들어 내 보인 것이다. 그러니 묻건데, 당신의
넋을 잠시라도 놓게 만드는 그 무슨 생명체가 당신 주위에 존재하고 있을 것인가?
오히려 더 빈번하기로는, 당신의 영혼을 자주 놓치게 만드는 무생물이 있을 것이다. 아마 당신이
갈망하고 있는 바로 그 무생물 “머니”가 아닌가? 그러나 상관치 않는다.
생물이든 아니든, 오늘 밤 당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 시켜 줄 “돈다발 세는 일”은 없을지라도
축구경기만은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즐겨보기로 하자. 오늘 밤 당신의 정신을 집중시킬 다른 그
무엇이 없을 경우라면, 희망을 가지고 축구경기를 즐겨야 할 것이다.
패배하리라고 생각하며 보기보다, 이기리라 희망하며 즐기는 관람이 건강에 더 유익하겠기에, 예언해
드린다. 우리 팀은 나이지리아 팀을 3-1로 이길 것이다. 물론이다.
그러나 만일 진다면? 그러나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진다면? 하!하! 당신은 게임을 조금 더 스릴있게 즐길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로 진다면? 그러나 당신은 두 시간 여 동안 희망의 시간을 가지지 않았던가?
이윽고 게임이 끝나고, 구십까지는 계속 살아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은 당신의 일상에서, 오늘 밤처럼
흥미로운 일은 그 얼마나 있을 것인가?
경기가 끝나고 흥분스런 먼지가 가라앉으며, 다시 드러나는 당신의 일상은 이전과 얼마나 달라 있을
것인가?
타인의 축구공보다 당신의 지구공이 비교할 바 없이 더 훌륭하기를 염원하며, 당신의 인생도 3-1쯤으로
승리할 것으로 축복해 드린다. 그러니 “그러나...?” 라고 토를 달지 마시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