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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기도 신행

가슴 깊이 당신을 불러봅니다

작성자백련(허효선)|작성시간10.05.25|조회수56 목록 댓글 3

 

운문사 승가대학에서 발행하는 계간 <雲門> 봄호에
승안 스님의 글이 실려 있어서 그 내용을 올립니다.
비록 글자로서 한 타씩 찍으며 친구 스님과 동행, 살짝 그 생활을 엿봅니다.
나와 다른 길을 걸어가는 것이 못내 안쓰럽긴 하지만

열심히 부지런히 수행정진하는 것 같아 맘 한구석이 든든합니다.

 

스님, 성불하십시오!!   . . . () . . .

             가슴 깊이 당신을 불러봅니다
                                승안 / 사교과
 부처님 계신 곳이 어디인가. 지금 그대가 서 있는 바로 그 자리가 아닌가?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불자님들의 염불 소리가 새벽녘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들의 간절함이 나의 마음속 깊숙이 울려 퍼
진다.
 지난 겨울방학, 나는 법당 부전 소임을 계기로 염불의 중요성을 새삼스레 더욱 절감하게 되었다. 불
보살님의 명호를 부르는 정근뿐만 아니라 49재나 천도재에 동참하게 되면 어느 사이 신심이 충만해지고
때론 눈물까지 나며 숙연해지곤 했다. 그래서인지 지극하고 간절한 염불 소리를 들을 때면 '나도 저렇게
염불을 잘하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에 부러운 마음이 더해지곤 한다. 그 어떠한 장황한 말보다도
가슴 가득 메아리치는 환희심! 이 또한 중생제도가 아니겠는가!
 내가 사는 곳은 대중이 모여 있는 선방인지라 염불할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 염불도 자꾸 해봐야
느는 것인데 직접 해볼 기회가 없으니 '안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사불여일행(千思不如一行)"
이라. 생각으로 천만 번 하는 것이 한 번 행(行)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고 했잖은가. 항상 듣기만 하는 염
불보다는 직접 해보는 것이 좋겠다 싶어 아는 인연의 도움으로 가까운 절에 가서 기도하기로 마음 먹었
다. 잘하지 못해서 걱정은 되었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으리란 생각으로 한번 부딪쳐보고자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새벽이 되면 빌딩 숲 사이로 저 멀리 자동차 불빛이 지나가는 큰 길을 바라보며 도량석을 하고, 지극
한 마음으로 지옥 중생을 위해 아침 쇳송을 했다. 예불을 모시고 관음 정근을 하면서 보잘것없는 나의
염불 소리에 더욱 심혈을 기울인다. 나의 염불 또한 그 누군가의 마음 한구석에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깊
고 깊은 감동으로 새겨지기를 바라면서.
 지극함이 사무치던 어느 날의 일이다. 법당 안엔 불자님들이 가득히 앉아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
으로 천수경을 시작했다. 그 어떤 염불보다도 정성스런 염불이 최고라 생각하며, 떨리는 목소리에 간절
함을 담아 허공에 띄워 보냈다. 이심전심 이었을까? 불자님들 또한 나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함께 하는
동안 어느덧 염불 소리는 하나로 어우러져 그 웅장함이 온 우주에 전해지는 듯 했다. 걱정스러웠던 나의
마음은 흔적을 잃었고, 그렇게 공존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너무나도 행복했다.
 시간은 어느덧 흘러, 예불하고 기도드리던 날들이 보름쯤 지나갔을 때였다. 조심스럽기만 했던 나
의 마음에 조금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아쉽게도 그 여유는 나의 도량석이 돌림 노래가 되
던 날에 참회가 되어 돌아왔다. 실수로 가득한 도량석을 마치고 보니 주지스님께서 조용히 앉아 계셨다.
순간 가슴이 철령 내려앉았다. 아무 말 없이 그저 묵묵히 지켜봐 주시는 스님의 모습이, 그 침묵이 나에
게는  더 큰 경책으로 다가왔다.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 이라 했는데 그 며칠 사이 방심하다
니! 너무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나태해진 내 마음은 잠깐 사이에 염불하는 정성마저 흩어 놓
았던 것이다. 처음 정성스레 목탁을 들고 염불을 했던 지극하고 간절한 마음을 언제나 놓지 말아야겠다
고 다짐했다.
 그렇게 설렘과 걱정으로 시작했던 한 달간의 여정은 나에게 크고도 작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진정
누군가의 가슴에 사무치는 염불은 그 무엇보다도 정성스러운 마음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 소중한 시간이
었다. 더불어 이번 염불수행을 계기로 언제나 한결같은 지극한 마음으로 우리 본사 석가모니불께 목숨
바쳐 돌아가 의지하고 예배할 것을 다짐하며, 보잘것없는 육근의 음성이 아닌 진실한 마음의 염불로써
두 손 모아 가슴 깊이 당신을 불러봅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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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일묵 / 悟珍 | 작성시간 10.05.25 승안 스님 불심에 감동받았습니다. 그리고 백련 보살님 좋은글 실어주었서 고맙습니다.
  • 작성자원응 곽영순 | 작성시간 10.05.26 남보다 늦게 출가하시어 열심히 하는모습 장합니다. 옆에서 지켜보시는 분도 여기서 이 글을 보는 옛 도반들도 짠~ 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 답댓글 작성자백련(허효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0.05.27 고맙습니다.
    며칠전 초파일 방학때 건강하고 맑은 기운이 감도는 스님을 뵈었습니다.
    덕분에 잠시 내 생활을 반성하는 시간도 가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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