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禪師)들의 “단지 모를 뿐”은,
“단지 알(깨어있음) 뿐”과 같은 말이다.
“단지 모를 뿐”이면,
삶에서 만나는 모든 상황, 입장, 처지, 사건, 사고, 일상에,
보이고 들리고 맡아지고 느껴지고 생각되고 알아지는 모든 것들에,
옳으니 그르니 좋으니 싫으니 하는 견해를 고집할 수 없고,
견해를 고집할 수 없으니 간섭할 수 없어서,
일어나는 그대로, 드러나는 그대로, 사라지는 그대로 둘 수 밖에 없는,
단지 알고 있을 뿐인 깨어있음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단지 모를 뿐”은,
“안다” “모른다”의 “모른다”가 아니라,
“안다” “모른다”는 견해의 분별이 없는,
아니 그런 견해가 있어도 그런 견해에 구애되(얽매이)지 않는,
“아는 나”도 “모르는 나”도 “내 견해”도 “내 분별”도 없는,
그런 견해와 분별이 작용함이 알아지는,
어떠한 견해와 분별에도 자유로운 마음의 상태를 의미한다.
“단지 모를 뿐”이고,
“단지 알아지는 상태”일 뿐이고,
“단지 깨어있음일 뿐”이면,
“무심(無心)”하고,
“무념(無念)”이고,
“무상(無相)”이며,
“무아(無我)”인 상태다.
“단지 모를 뿐”이면,
“단지 알아지는 상태”이면,
“단지 깨어있음일 뿐”이면,
“안다” “모른다”가 아닌,
“안다” “모른다”는 관념(생각)을 벗어난,
“안다”는 생각도 “모른다”는 생각도 없는,
그러나 “모름”이 없는,
어떠한 의심이나 회의가 없는,
답답함이나 모호함이나 찝찝함이 없는,
편안하고 자유롭고 할 일없고 하는 놈(주체,행위자,나)없는,
모든 것(우주만물만상)이 스스로 분명한,
그런 상태가 문득 저절로 된다.
“단지 모를 뿐”이고,
“단지 알 뿐”이고,
“오직 깨어있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