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누가 나를 본다면 이런 깊은 산중에서 혼자 이상한 춤을 추는 팬터마임을
한다고 할지 모릅니다. 나는 정신없이 팔을 휘두르며 말벌과 사투를 벌이는데 나도 이제는 힘이 빠집니다.
그런대 어느 순간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얘들아! 이제 그만하면 됐다"
하느님께서는 내가 자연을 사랑하는 줄 잘 아시는데 내가 자연을 사랑하면서 하느님이 창조한 말벌들을 사정없이 죽이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는지 나를 한 번 혼내주려고 하신 것 같습니다.
지난 1989년 6월 24일 밤중에 풍곡에 사는 20대 청년 형제가 찾아와 나를 심하게 1시간 동안 폭행하여 거의 죽음에 이르게 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자연을 사랑하는 것이 덕풍 사람들은 보기 싫어 나를 위협하여 내쫓으려고 한 일이었습니다.
짐승이나 곤충들은 대개 죽을 때까지 싸웁니다.
그러나 말벌이 전투를 중단하고 돌아갔다는 이야기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나는 우리 두 아들을 살펴보니 아이들은 다행히 괜찮습니다.
아내는 이런 일이 있으리라 생각했는지 비싼 해독제를 준비해 놓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 말벌집밑을 지나다가 다시 한번 더 공격을 받으면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나는 두 아들의 손목을 집고 옆으로 내려가는데 가시덤불가 갈대줄기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가시에 찔리며 바위를 타 넘고 간신히 덕풍계곡물가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역주행하여 집에 왔습니다.
내가 숨을 헐떡이며 방에 들어가 축 늘어지자, 아내가 사태를 짐작하고 해독제를
가지고 와서 나에게 먹이고 머리에 발라줍니다.
"자기는 외계인 같아요 호호호"
"아니 지금 웃음이 나와?"
"머리가 두 개잖아요 호호호"
곧 아내의 동생부부가 왔는데 그들은 말벌에 쏘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해 겨울, 나는 사방에 널려 있는 말벌집을 하나 따서 자세히 살펴봅니다.
말벌집은 내 머리통 보다 큰데 들어가는 구멍이 하나뿐입니다.
말벌집은 우리가 즐겨 먹는 감자칩 같은 얇은 것을 여러 겹으로 붙여
방음, 방수, 방열, 방적등이 완벽한 것에 놀랍니다.
나는 가느다란 톱으로 말벌집을 잘라보니 마치 4층의 아파트처럼 아주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게 아닌가?
"와! "
감탄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들은 건축자재나 줄자 하나 없이 입만으로 어떻게 이런 정교한 6 각형의 고른 집을 수백 개나 지을 수 있을까?
0.1mm도 틀리지 않고 완벽합니다.
말벌은 천재 중의 천재입니다.
그 후 오늘까지 나는 말벌은 절대로 죽이지 않습니다.
우리 집 건넌방 밖의 문을 열면 바로 처마에 말벌집이 하나 있는데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가 문을 쾅쾅 닫거나 그 밑을 매일 지나다녀도 말벌은 절대로 우리 가족이나 우리 집에 오는 분들을 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해를 끼치면 우리를 공격하지만 그냥 두면 괜찮습니다.
나는 벽에 이런 글을 써 붙였습니다.
"아무도 말벌을 건들지 마세요 그러면 안전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