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 대답이 없다. 몸은 섞어줄지 몰라도 말은 섞기 싫단 말인가? 난 고개를 그녀 쪽으로 돌리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만질 수 있는 게 필요했던거야?
만질 수 있는 게 필요해. 만지지 못하는 건 믿을 수 없어. 만질 수 없는 건 무서워.
정확히 기억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몇 년 전에 개봉했던 일본 영화 ‘바이브레이터’의 여주인공이 영화 첫 장면 편의점에서 남자를 만나기 전에 혼자 있을 때 독백처럼 했던 말이야. 그 영화 우연히 혼자 보러 갔다가 2번을 보고 나왔는데 테라지마 시노부라는 그 영화 여주인공은 당시 일본의 유명한 영화상을 모두 휩쓸었어.
그 여자 유명한 가부키 배우였는데 처음 주연을 맡은 영화에서 전라연기에 도전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는데 가부키는 일본의 전통 가극 같은 건가 봐. 그러니까 우리로 치면 판소리 하던 여자가 옷을 모두 벗고 영화에 출연한 셈이거든.
…
듣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대답은 없었다. 하긴 그걸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난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여주인공은 31살의 르포라이터, 남자 주인공은 28살 정도의 도라쿠 운전사. 아니 트럭운전사야. 여자는 대졸. 남자는 중학교도 제대로 졸업을 못한 것으로 나오고.. 너도 그 영화 여주인공 시노부를 아는지 모르겠지만 그 여자 상당히 매력적이었어. 영화에서는 약간 끼 있는 여자처럼 입고 나왔지만 그 여자가 입으니 천하게 보이는 게 아니라 음 뭐랄까.. 오히려 안아주고 싶을 만큼 귀여워 보였다고 해야 되나? 단발머리에 커다란 눈망울, 정감이 느껴지는 미녀라고 해야 될 것 같아.
어쨌든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걸 도와주면서 며칠간 트럭을 타고 여행을 같이하는 내용의 영화였어.. 가끔 또 보고 싶기도 한..
…
여전히 말이 없다.
너 시노부라는 여배우와 닮았어. 단발머리에 눈이 크고 정이 많은 것 같아. 물론 내게는 그런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지만…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 너도 만질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
하지만 난 남자 주인공과 별로 비슷하지 않아.. 후후후.. 남자주인공 오오모리 나오는 본능적으로 친절한 사람이거든.. 영화에서는 트럭 운전사가 되기 전에 야쿠자였다고 말하지만 얼굴이 너무 선하게 생겨서 전혀 어울리지 않더군. 그런데 나라는 사람 그다지 친절하지 않아.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 데 서툴고… 언젠가는 내가 사이코 패스가 아닌가 생각한 적이 있어. 반사회적 인격 장애 같은 거 말야..
눈물 같은 거 잘 흘리지 않고 드라마를 잘 못봐. 이입이 전혀 안돼서… 영화는 짧아서 그런지 가끔 보게 되는 데 주로 보는 게 심리를 다루는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야. 그냥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
잠이 든 걸까? 조용하다.
난 선택의 여지가 없이 계속 떠들어야 했다. 무언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이대로 옷을 입고 나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가끔 세상 살다보면 나도 꽤 운이 좋은 놈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 데 오늘은 정말 그런 것 같아. 아까 널 안고 있을 때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널 안고 싶어 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 후후후.. 따지고 보면 그렇게 까지 못 배우거나 머슴 스타일은 아닌데 니 분위기가 사람을 주눅 들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 서울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했고 회사 다니고 남들만큼 벌고 … 변명하려니까 우습다.. 크크. 그렇게 늘어놓고 보니 별로 자랑할 것도 없네. 네가 입을 열면 단숨에 쪼그라들고 말 것 같아.
정말이다. 만약 이 여자가 내게 어디서 감히 좆을 세우고 함부로 들이대는 거야라고 말하면 내 물건은 금방 쪼그라들지도 모르겠다.
아까 술 마실때는 몰랐는데 아저씨 생각보다 말이 많네. 술 취해 잠든 여자 옷 벗기고 달려들 때는 용감하더니..
집에 안가도 돼?
입이 열렸다. 주저리주저리 떠든 보람이 있군..
응.. 가야 되긴 하는데… 글쎄 뭐라고 해야 되나.. 발이 안 떨어진다.
왜? 가면 되지.. 가. 내가 걱정돼?
걱정되긴.. 그게 아니라..
난 말 끝을 흐렸다. 조금 있다 다시 서면 한번 더 하고 싶어서라고 이야기하기가 좀 그렇다.
아직도 미련이 남으셨나 보네.. 호호호 한번 안은 걸로 부족하시다 그거군.
…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더니 몇 시간 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 여자 마음은 도통 읽을 수가 없군. 내가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대는 걸 듣다가 나에 대한 무서움이 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아까 술에 너무 취해서 잘 기억이 안나는 데 어느 순간에 눈을 떠보니 모텔이더라구. 아저씨가 어쩌나 보려고 술 취한 척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옷을 벗기더군.. 소리를 지르며 일어날까 하다가 그냥 있었어. 왜 그렀냐고? 몰라. 그런 건 묻지 마. 여자한테 그런 거 묻는 건 매너가 아니야. 그냥 가끔 그럴 때가 있어. 가끔..
…
이번엔 내가 벙어리 모드에 돌입했다.
아저씨가 마음에 드는 구석이 전혀 없는 건 아닌데.. 그 중에서 키가 크고 덩치가 좋은 게 마음에 들었어. 만약 한 가지만 약속해 준다면 내일 아침까지 같이 있어도 좋아.
한 가지 약속이라.. 대충 짐작은 간다만은..
그게 뭐지?
오늘 이후로 나와의 인연을 이어가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아저씨가 원하는 대로 해도 좋아.
원하는 대로… 이미 한번 했고 한번 더하려면 좀 더 쉬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럼 나보고 밤새도록 해도 된다는 이야긴가? 누굴 20대 초반으로 보는 거야, 뭐야?
그 이상은 욕심내지 말라는 이야긴가?
응. 이해가 빠르시네..
그 말을 하면서 그녀가 웃었다. 약간 비웃는 기분도 들었으나 처음으로 웃었다. 난 적절하고 모호한 대답을 찾고 싶어서 머리를 굴렸으나 떠오르지 않는다. 동의는 하지만 예외를 둘 수 있는 답이 뭐가 있지?
너한테 이름이나 연락처를 묻지 않을게. 여기서 나가면 우리는 만날 일은 없겠지. 됐어?
…
그녀가 말을 멈추더니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조용히 있었다. 하지만 난 생각할 틈을 주기 싫었다.
원하는 걸 해준다고 했지? 나 널 한번 더 안고 싶은데 세워줄 수 있어?
그녀의 시선이 아직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내 물건 쪽으로 향하더니 이내 몸을 일으켜서 이불속에서 하얀 나신을 드러냈다. 그러고 나서 아까 관계 후에 씻지도 않은 내 그것을 손으로 잡더니 서서히 입속에서 굴리기 시작했다. 봉긋한 젖가슴이 밑으로 처지더니 내 배와 옆구리를 스치고 하얀 엉덩이가 손에 잡힐 듯한 곳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아랫도리가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침을 흥건하게 묻혀서 아주 강하게 빨다가 빼고 다시 혀로 두 알을 굴리다가 입김을 불어넣기도 하면서 날 황홀하게 만들었고 내 입에서는 신음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아 좋아 아 아 좋아’
곧 흥분한 내 물건이 다시 서자 그녀가 입을 떼며 웃으며 말했다.
섰네.
너 완전 프로다. 기분이 너무 좋은데.. 조금만 더 해주면 안 돼?
많이도 바라시네.. 좋다. 기분이다.
난 눈을 감고 다시 아랫도리에서 느껴지는 쾌감에 집중했다. 그 느낌은 의무적으로 날 세우기 위해 달려드는 업소 아가씨들이 주는 기분과는 차원이 달랐는데 지금 그것을 빨고 있는 그녀가 정말로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