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
¶¶¶○ 사라진 비취함
<17-07-23>
조상(祖上)
대대(代代)로 내려오는
비취(翡翠)함이 없어진,
이생원(李生員)의
집이 발칵
뒤집혀졌습니다.
안방
장롱(欌籠)을
샅샅이 찾아도,
사랑방 다락을
바늘 찾듯 뒤져도
비취(翡翠)함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재작년(再昨年)에
장롱(欌籠)에 두기
불안(不安)하다며
당신이
은쟁반과 함께
사랑방으로
가져갔는데 어찌하셨소”
조상(祖上)의
유물(有物)을 잃고
넋이 나간
이생원(李生員)에게
안방마님이
역정(逆情)을 냈습니다.
천석(千石)꾼
부자(富者)
이생원(李生員)집에는
집사(執事),
행랑(行廊)아범,
침모(針母),
찬모(饌母),
머슴 등(等)의
하인(下人)이
아홉이나 되었지만,
그중
가장 먼저
의심(疑心)을 받은
사람은 집사(執事)
칠석(七夕)이었습니다.
하인(下人) 중
집 열쇠를
모두 갖고 있는 사람은
칠석(七夕)이 뿐이었고,
더구나
칠석(七夕)의 처(妻)는
안방 장롱(欌籠)을
마음대로 열 수 있는
침모(針母)
삼월(三月)이었습니다.
모두가
칠석(七夕)이를
의심(疑心)하자
칠석(七夕)의
표정(表情)이
굳어졌습니다.
이생원(李生員)은
내심 비취함(翡翠)이
없어진 것이,
칠석(七夕)이 짓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22년전
칠월(七月)
칠석(七夕)날 새벽,
아기 울음소리에
대문(大門)을 열자
강보(襁褓)에 쌓인
핏덩이가 울고
있었습니다.
그 날
이생원(李生員)은
아이의 이름을
칠석(七夕)이라 짓고,
쌀 뜨물을
받아 먹이고,
동네에서
젖동냥을 해서
지극(至極)
정성(精誠)으로
키웠습니다.
칠석(七夕)이
다섯 살 때
서당(書堂)에 보냈더니,
글재주가
일취월장(日就月將)했고
사람 됨됨이는
점잖고 의젓해졌습니다.
그렇게
칠석(七夕)이
열다섯이 되자,
이생원(李生員)은
집 안팎의 일을
모두 그에게 맡겼습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이생원(李生員)네
집사(執事)가 된
칠석(七夕)은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반듯하게
일 처리(處理)를
했습니다.
지난해(昨年)에
이생원(李生員)은
그 칠석(七夕)이를
바느질 솜씨 좋고
마음씨 고운
침모(針母)
삼월(三月)이와
혼례(婚禮)를 시켰고,
별채에
신접(新接)살림을
마련해 줬습니다.
“칠석(七夕)이가
비취(翡翠)함을
훔칠 리가 없지.... 그럼!”
이생원(李生員)의
칠석(七夕)에 대한
믿음은 변치 않았지만,
평소(平素)에
친(親) 아들보다
칠석(七夕)이를
더 신임(新任)하는
이생원(李生員)이
못마땅하던
부인(婦人)이
하인(下人)들을
데리고
칠석(七夕)이와
삼월(三月)이가
살고 있는
살림집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삼월(三月)이는 울고,
칠석(七夕)이는
침통(沈痛)한
표정(表情)으로
그 광경(光景)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집 안에
감춰 둘 리가 없지
벌써 집 밖으로
빼돌렸을 거야”
칠석(七夕)이와
삼월(三月)이를
은근(慇懃)히
시기(猜忌)하던
사람들은
모두
한마디씩
수군거렸습니다.
이튿날,
이생원(李生員)이
모르게
칠석(七夕)이는
관가(官家)에
끌려가서 볼기짝이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며칠 후
칠석(七夕)이와
삼월(三月)이는
조용히
이생원(李生員)
집을 나가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그로부터 닷새 후 •••
이생원(李生員)네
어린 손자(孫子)의
방(房)에서
비취(翡翠)함이
나왔습니다.
손자(孫子)가
그 것이
가보(家寶)인 줄
모르고
엽전(枼錢),
구슬,
제기 등(等)과 함께
책상(冊床) 서랍에
넣어 두었던 것입니다.
이생원(李生員)은
하인(下人)들을 불러
고래 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칠석(七夕)이를
찾아오렷다...
어서 칠석이를 찾아와!”
하인(下人)들이
동서남북(東西南北)으로
찾아다녔지만,
끝내
칠석(七夕)이와
삼월(三月)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칠석(七夕)이
내외(內外)를
찾지 못한,
이생원(李生員)은
말없이 술만 마시더니
끝내 드러눕고
말았습니다.
용하다는
의원(醫員)들이
모두 다녀갔지만
도무지
차도(差度)가
없었습니다.
소작농(小作農)
들에게 후(厚)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던
이생원(李生員)이
드러눕자
온 동네
분위기가
가라앉았습니다.
사락사락
함박눈이
하염없이 내리는
섣달그믐날 밤에 •••
동네도,
이생원네 집도
눈 속에 파묻혔습니다.
예년 같으면
이생원네 드넓은
안마당에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횃불을 켜 놓고
남정네들은
돼지를 잡고
여인네들은
떡국을 썰고 ~
만두(饅頭)를 빚고
부침개를 부치면서
흥겨웠을 밤이었습니다.
밤새
내리던 눈이
언제 왔느냐는 듯
갠 하늘에 아침 해가
떠오르고
설날이 밝았습니다.
설날이면
서로 떡국을 나누며
세배를 한 다음
이생원네
안마당에 온 동네
장정(壯丁)들이 모여
도야,
개야,
걸이야, 윷놀이
함성(喊聲)으로
시끌벅적할 텐데
그 해에는
해가 중천(中天)에
걸려도
온 동네가
적막강산(寂寞江山)
이었습니다.
그렇게
쥐죽은 듯
고요한 동네에 •••
뽀드득
뽀드득
눈을 다지는 걸음이
이생원(李生員)
집으로 이어졌습니다.
“생원(生員) 어른,
칠석(七夕)이
세배 올리러 왔습니다.”
그 소리에
사랑방 문이
화들짝 열리고 ~~~
이생원(李生員)의
두 눈 가득히
눈물이 고였습니다.
이생원(李生員)은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며 •••
칠석(七夕)이와
삼월(三月)이의
세배를 받았습니다.
“어디서
무얼 하고 살았느냐?”
“강원도(江原道)
정선(旌善)으로 들어가
약초(藥草)꾼이
됐습니다.
얼마 전에
운(運) 좋게
100년근
산삼(山蔘)을
일곱 뿌리나 캐서
생원(生員) 어른
드리려고 싸 왔습니다.”
이생원(李生員)은
사랑방 문을 열고
목소리도 우렁차게
기분 좋은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봐라~!!!
동네 사람들
모두 부르지 않고
뭣들 하느냐.
소도 잡고
돼지도 잡고
윷판을 벌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