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관을 보내고

작성자빗새|작성시간26.06.06|조회수877 목록 댓글 0

아버지의 관을 보내고

아버지의 관을 실은 비행기가
회색 하늘 끝으로 멀어질 때

스물넷 청년은
손을 흔들지 못했습니다

울음은 있었으나
울 자리가 없었고

그리움은 있었으나
따라갈 길이 없었습니다

낯선 나라의 눈 덮인 산야에서
그는 다시 총을 들었습니다.

"내 부하들이 저곳에 있습니다."

그 한마디가
아버지의 장례식보다 무거웠고

그 한마디가
젊은 청춘 하나를 참호 속에 묶어 두었습니다

아버지는 먼저 쓰러져
대한민국의 강을 지켰고

아들은 남아서
대한민국의 겨울을 지켰습니다

피는 국경을 몰랐고
눈물은 언어를 몰랐습니다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누군가의 아들이었던 사람들

그들이 흘린 붉은 강물 위에
오늘의 꽃길이 놓였고

그들이 남긴 침묵 위에
우리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피어났습니다

현충일 아침
태극기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나는 묻습니다

나는 과연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포기하며 살았는가

그리고 멀리서
아버지의 관을 보내고

다시 전선으로 걸어가던
한 청년의 발자국 소리가

아직도 이 땅의 산하를
조용히 울리고 있습니다

― 빗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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