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광장에서

작성자빗새|작성시간26.06.15|조회수1,061 목록 댓글 2

침묵의 광장에서

 

오늘도 광장에는
젊은 목소리들이 바람을 흔든다

 

공정함을 돌려달라고
잃어버린 무엇인가를 찾듯
두 손을 모아 하늘을 향해 외친다

 

열흘이 넘도록
햇볕과 비를 견디며 서 있는데

 

신문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방송은 먼 나라의 소식처럼
그들의 함성을 지나쳐 간다

 

나라가 어수선하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누가 맞고 틀린지보다

서로의 말을 들으려는 마음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더 두렵다

 

지금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도
누군가의 절박한 목소리가
이토록 쉽게 바람 속으로 흩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오늘도

편의점에서 생수 몇 병을 사 들고
광장으로 걸어간다

 

거창한 깃발도
큰 구호도 없지만

적어도 외면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

 

젊은 날의 열정 앞에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서면

고맙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그들이 지키려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이 더 나은 나라를 향한 진심이라면

오늘의 함성은 언젠가
역사의 한 줄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날

침묵했던 사람들은
자신이 왜 침묵했는지를 묻게 될 것이다

 

나는 오늘도 생수 몇 병을 안고

함성 속으로 걸어간다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품고

아직은 젊음을 믿는 마음으로

 

― 빗새 이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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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얼씨구 | 작성시간 26.06.17 이땅에 실면서 정의를 모른다면 안되지요
    나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때 삼년을 광화문에 갔지요
    박근혜정부가 조금만 강한 정치를 했더라면 그런 일이 없었을 것인데 사람들이 내마음 같지 않더군요
  • 작성자빗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7 그러셨군요
    저도 광화문 광장에서 몇 년 동안 태극기 들고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 세상이 내 맘대로 될 것처럼 알고 살던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던 시간들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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