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광장에서
오늘도 광장에는
젊은 목소리들이 바람을 흔든다
공정함을 돌려달라고
잃어버린 무엇인가를 찾듯
두 손을 모아 하늘을 향해 외친다
열흘이 넘도록
햇볕과 비를 견디며 서 있는데
신문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방송은 먼 나라의 소식처럼
그들의 함성을 지나쳐 간다
나라가 어수선하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누가 맞고 틀린지보다
서로의 말을 들으려는 마음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더 두렵다
지금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도
누군가의 절박한 목소리가
이토록 쉽게 바람 속으로 흩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오늘도
편의점에서 생수 몇 병을 사 들고
광장으로 걸어간다
거창한 깃발도
큰 구호도 없지만
적어도 외면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
젊은 날의 열정 앞에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서면
고맙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그들이 지키려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이 더 나은 나라를 향한 진심이라면
오늘의 함성은 언젠가
역사의 한 줄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날
침묵했던 사람들은
자신이 왜 침묵했는지를 묻게 될 것이다
나는 오늘도 생수 몇 병을 안고
함성 속으로 걸어간다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품고
아직은 젊음을 믿는 마음으로
― 빗새 이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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