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작성자빗새|작성시간26.06.19|조회수1,173 목록 댓글 0

지하철에서 / 빗새


나란히 앉은 노인들 셋
각자의 손바닥 위에
작은 세상 하나씩 올려놓고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시간을 넘긴다

누군가는 뉴스를 읽고
누군가는 영상을 보고
누군가는 오래된 사진을 들여다보겠지만
문득 궁금해진다

저 휴대전화 속에
지금 울릴 이름 하나는 있는지

“아버지, 잘 계세요?”
“형님, 식사는 하셨어요?”
“오늘 저녁에 얼굴 좀 뵐까요?”

그 짧은 한마디를 기다리는 마음이
화면 속 어디쯤 숨어 있는지

전화번호부에는
수십 개의 이름이 남아 있어도
막상 먼저 전화를 걸 사람은 없고
먼저 걸려올 전화도 드문 나이

지하철은 흔들리며 달려가고
세 사람의 눈빛도
정차역을 지나듯 흘러간다

손안의 세상은 점점 넓어지는데
정작 마음이 닿을 사람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내 전화기를 꺼내
누군가의 이름 하나를 눌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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