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오천축국전 / 박라연

작성자천사수호|작성시간25.12.03|조회수1,303 목록 댓글 0

왕오천축국전 / 박라연

男裝을 하고

세상을 한번 건너고 싶다

그때 그 병원에서 나를 잃었다고

차라리 그렇게 생각해줄 수 있다면

팔도강산 돼지우리에 세상 그리운 쓸쓸한 풀밭에

旅裝을 풀고

온갖 냄새를 한번 맡아보고 싶다

왕오천축국전은 아니라도 돌아오는 내

머리카락이 다른 슬픔으로 흩날릴 수 있다면

내 詩가 세상 건너는 자세를

흉내라도 낼 수 있다면

너무 어려서 잃어버렸거나

너무 진지해서 갈 수 없었던 그 길을

찾아 헤매보고 싶다

내 영혼 풀리고 풀리어서

되감아질 수 없는 시궁창에 이르러서야

만나게 될 스승 한 분 계실 것 같아

그 병원에 나를 두고

길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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