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오천축국전 / 박라연
男裝을 하고
세상을 한번 건너고 싶다
그때 그 병원에서 나를 잃었다고
차라리 그렇게 생각해줄 수 있다면
팔도강산 돼지우리에 세상 그리운 쓸쓸한 풀밭에
旅裝을 풀고
온갖 냄새를 한번 맡아보고 싶다
왕오천축국전은 아니라도 돌아오는 내
머리카락이 다른 슬픔으로 흩날릴 수 있다면
내 詩가 세상 건너는 자세를
흉내라도 낼 수 있다면
너무 어려서 잃어버렸거나
너무 진지해서 갈 수 없었던 그 길을
찾아 헤매보고 싶다
내 영혼 풀리고 풀리어서
되감아질 수 없는 시궁창에 이르러서야
만나게 될 스승 한 분 계실 것 같아
그 병원에 나를 두고
길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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