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 최영숙 (1960~2003)
가을, 하고 소리를 내어보면
떠날 준비를 하던 잎새가
문득 손을 놓고 돌아다본다
그래그래, 말은 못하고
서로 눈인사만을 전하며
우리는 헤어져야 하지
내가 가을 가을, 하고
자믈린 목젖을 겨우 울리면
어떻게 들었을까
가지 끝을 막 나서던 너는
허공에 잠시 멈추어 선다
반짝이는 가을 햇살이
네 몸을 감아내린다
가을, 가을, 가을, 하고
참을 수 없어 내가 소리치면
살의 무게 손바닥만한
지상의 무게가 너무도
가벼워 가벼워 너는
몸을 떨군다 우수수수수
물든 잎들 앞을 가린다
빈 가지와 가지 사이에
새들은 새로이 둥지를 틀고
속 푸른 네 목숨 다 받아간
하늘을 보며
가으내 나는 발을 빠뜨린다
- 최영숙 시집 <골목 하나를 사이로>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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