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편에서 붓다가 나를 바라보고 - 정찬일
나와 아이는 신호등 앞에 서 있었다.
맞은편의 먼지 가득 내려앉은 유리 진열대엔 크고 작은 붓다들이 앉아 있었다.
비닐 봉지 속에 고요히 앉아 있다.
붓다는 불구점(佛具店) 앞을 빠르게 질주하는 차들과 아이와 나를 바라다본다.
금박 입힌 붓다의 몸에 내려앉지 못하는 8월의 햇살,
완강하게 묶인 비닐 봉지 속에 들어앉은 붓다는 화두(話頭)를 풀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스팔트 위로 질주하던 차량 행렬에서 떨어져나온 햇살이 지워지고
걸어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지워지고 내 안의 소리도 어제와 같이 지워지고 있었다.
풍선같이 부풀어오르는 도시의 뜨거운 오후
어디선가 날아온 노랑나비 한 마리가 길을 건너고 있었다.
신호등에 묶여 길을 건너지 못하는 나와 아이, 그리고 사람들을 등뒤로 하고 횡단보도를 유유히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걸 바라보는 붓다의 눈동자 속엔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아이의 겨드랑이에서 푸른 날개가 돋고
지금, 바람은 알 듯 모를 듯 묵음(默音)으로 불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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