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먹은 나뭇잎 (이생진, 1952~)

작성자바라보기|작성시간26.06.05|조회수464 목록 댓글 0

※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2250〉

벌레 먹은 나뭇잎 (이생진, 1952~)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 1997년 시집 <일요일에 아름다운 여자> (등천사)

*햇볕이 뜨거워지면서 모내기를 끝낸 논둑, 밭 주변에는 개망초들이 하얗게 꽃을 피웠고, 숲은 제철을 맞은 듯 싱싱한 푸른빛을 뽐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위와 함께 반갑지 않은 벌레도 출현하여, 정원의 꽃나무나 유실수 잎사귀를 갉아 먹거나 구멍을 뚫어놓더군요.

이 詩는 구멍 뚫린 잎새처럼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사소한 소재로부터 얻을 수 있는 삶의 교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하는 작품입니다.
이 詩에서는 벌레 먹어 구멍 난 나뭇잎을 보면서, 그것이 겉으로는 흉해 보일지 모르나 달리 생각하면 이것은 벌레라는 생명체를 먹여 살린 명확한 증거라고 말합니다. 또한, 그 벌레 구멍으로 바라보는 푸른 하늘의 모습은 의외로 신선하고 더욱 예쁠 수 있다며, 새로운 시각에서 노래하고 있군요.
우리는 결국 이 詩를 통해, 혼자만 잘났다고 우쭐대는 사람보다는 조금 못나고 상처가 있더라도 남들을 배려하고 도우며 사는 사람이 더 아름다운 삶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고요.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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