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사 칠성바위 / 김정임
산골짜기 깊숙이 북두칠성을 더듬어 갔다
천체의 궤도를 따라 만들어진 동그라미는 호루스의 눈처럼
날카롭게 빛났다 별의 형상으로 빚어진 거대한 돌덩이를
높은 산으로 옮긴 일은 신의 계산법으로 가능했을 것이다
돌계단을 오르내리는 빗줄기 뿐, 너무 고요해 낯선 은하계에
혼자 떨어진 것 같다
먹구름 사이 작은 새가 죽을힘 다해 퍼덕이고 마악 하늘에
오른 별이 세상 밖으로 빠르게 나를 밀어냈다
서쪽 바람을 등지고 산을 오른다 꾹 다문 입술로 새겼을
옛 사람의 기도, 목메인 기도가 세찬 비를 맞고 있다
아직도 누군가 핏발 선 눈을 감고 있을까
남쪽 골짜기에 천 근의 고독을 완성하고 흔적 없이 사라진
사람들 두려움에 쫓기던 마지막 숨이 빗물에 젖는데
없는 사람의 이름을 낮게 불러보았다 돌아오지 않아
사라진 길이 무거워 쓰러지며 벗어던진 별자리가 신전의
입구였음을, 협곡 사이로 옛 사원이 떠올랐다
- 김정임 시집 <붉은 사슴동굴>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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