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사 와불 / 강우식
부처님도 남녀가 같이 누우니
아름다웠다.
온돌방 같은
돌판 위의 운주사 와불.
사랑이었다.
캄캄 눈먼 사랑이었다.
사랑도 눈먼 사랑이 좋았다.
부처님도 중생도 같았다.
나는 천리 먼 길을
이 와불 한 쌍을 보기 위해
그녀와 왔다.
사랑이 돌이 되어 변치 않고
그저 남녀가 누워 있는 것을 보기 위해
사랑이 돌이 되어 변치 않고
그저 일심동체면 되는 것을 보기 위해
사랑이 돌이 되어 변치 않고
그저 부처님도 남녀인 것을 보기 위해
사랑은 비움으로써 환해지는 것이 아니라
있음으로써 없음을 채우는
물상임을 보기 위해 예까지 왔다.
사랑은 둘이어야 됨을
부처님은 묵언하고
행실로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 죽어서도 저 와불처럼
천만년 남아 있으리.
내 마음속 소망을 그녀에게
말없이 보여주기 위해 왔다.
그녀가 내 손을 가만히 잡았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