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철학자 / 이수익

작성자강건너그집|작성시간26.06.07|조회수739 목록 댓글 0

빈곤의 철학자 / 이수익

멀리 두고 온 것 같다 까마득히 멀리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지구 밖으로 날려 보낸 우주선이

그리움을 이기지 못해 저항의 불꽃을 내던지면서 지구 쪽을

향해 폭발해 버린다는

그 기사를 읽고, 또한

나의 착각이 정말 어리석었다는 결론을 내리기까지의

힘든 고백을 너의 가족에게 전해야 했음에도 그러질 못하고

망설였던 이유는, 그걸 핑계 삼아 해석되기를 바랐던 나의

이 치명적 실수 때문에

그러므로 탄핵되어야 한다, 탄핵되어야 한다는 일체의 웅성거림 속에서

나만의 진실을 약하게 더욱 약하게 소리를 죽여

가만히 입술로서 중얼거려보던

힘없는 약자의 발언을 떠올리면서

완강하게 내민 어깨를 어쩌지 못해 부끄럽게 뒤돌아서던 나의

체질적 모험이여

그리움을 태우면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골짜기에다

유골함을 묻고 기억이 사라져버린 폐허의 극지를 돌아다니던

모진 정신의 황당함을 어찌할 것인가, 까마득히 멀리 사라져버린 사막을

더듬어 찾아가는 빈곤의 철학자

오, 나의 운명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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