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염없음 / 송수권 (1940~2016)
너와 지붕 툇마루 칠순 노부부가 앉아
점심을 먹는다
작은 양재기에 담긴 찬밥덩이
플라스틱 찬그릇에 담긴 노각무침
마늘짱아지, 깻잎, 묵은지, 풋고추와 된장
할아버지는 입속에서 찬쪼가리 하나를 넣고
한참을 오물거리더니
뜬금없이 사립문 밖으로 눈을 돌린다
할머니도 오물거리다 말고 따라서 본다
아무 기척이 없다
하염없음
- 송수권 시집 <허공에 거적을 펴다> 2014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