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처貧妻 - 성선경
아내는 내내 눈치를 힐끔힐끔 살피며
옷장서랍 칸칸을 뒤집어 먼지를 풀풀 날리고
나는 못 본 척 조간신문을 뒤척거리며
현진건을 생각한다
그때도 그랬을까 슬금슬금
해거름과 함께 저녁 안개가 몰려들면
아내는 더욱 궁상스러워지고
남편은 더욱 음흉스러워져서
토요일 좋은 날의 한나절을
힐끔힐끔, 못 본 척 그랬을까
그러나 다시 눈길을 돌려 아내를 보면
변변한 옷가지 하나 마련해 주지 못한 죄책감보다
저놈의 여편네가 왜 저래
공휴일을 맞아 아버지의 농번기
한철 농사일을 거들겠다고 고향 가는 길
무슨 수선을 저리 떠나 싶어
죄책감보다 아내의 행위가 더 미워져
망할, 빌어먹을, 나쁜, 못된, 따위의
수식어를 옹알거리다 신문을 덮으며 고개를 돌리면
문득 마주치는 아내의 눈빛이 슬프다
제철마다 화려하진 못해도
한 가지씩 표나게 해 뒀더라면
이런 날, 가을 벌판의 들꽃처럼 한들거리며
혹은, 가을의 단풍잎처럼 화사하게 꾸미고서
빠각빠각 구두코를 반짝이며 다녀올 수 있었을 텐데
현진건, 생각하면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
전당포의 옥양목 저고리라도 찾을 게 있었지
중절모라도 삐딱하게 쓸 수 있있지
아내는 내내 힐끔힐끔, 나는 못 본 척
마주치는 아내의 눈빛이 문득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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