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버스 터미널에서 본 광경 - 허만하
노천에 바지가 가지런히 걸려 있다. 몸이 보이지 않는다. 어쩐지 무섭다. 의족 가게 앞을 지날 때 유리창 너머 비스듬히 서 있던 살색 팔 한 토막을 보았던 어릴 적 어느 하루가 문득 떠올랐다. 쌀쌀한 바람 때문에 그런지 엷은 잠바는 자기 주머니에 헐렁한 손을 지르고 있다. 여전히 손목은 보이지 않는다. 장날에 더 쓸쓸해지는 옷들의 줄서기. 하늘에 걸려 있는 옷들은 무엇인가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금새 눈발이라도 흩날릴 것 같은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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