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낙하 - 원태경
그녀가 떨어져내린 곳은
멀고도 가까운 27층 아래
그토록 딛기 싫어하던 바닥이었다
'제겐 고향이 없어요'
그건 돌아갈 곳이 없다는 말과 같다
쿵,
문 한번 세게 닫아본 적 없던 그녀가
단 한번 세상에 항명했던 소리
깊은 숲 어디쯤에선 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르고
먼 바다엔 파랑이 일었을까
이마를 찡그린 초생달 하나
산 밑으로 잠깐 숨었을까
무거운 눈꺼풀 천천히 들어올려
마지막 보았던 것은
라푼젤의 꼭대기층 엄중한 모서리 너머
그토록 오르고 싶어했던
하늘,
'하늘이 눈물나게 새파란 날 가고 싶었어'
그건
눈물나게 새파란 날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는 말
바람은 고요하게 솟구쳐 오르고
그녀는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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