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 / 강은교
그 집은 아마 우리를 기억하지 못하겠지
신혼 시절 제일 처음 얻었던 언덕배기 집
빛을 찾아 우리는 기어오르곤 했어
손에는 무거운 가방을 들고
나는 두드렸어
그러면 문은 대답하곤 했지
삐꺽 삐꺽 삐꺽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빛이 거기서 솟아나고 있었어,
싱크대 위앤 미처 씻어주지 못한 그릇들이 쌓여 있었지만
마치 씻어주지 못한 우리의 젊은 날처럼 쌓여 있었지만
그 창문도 아마 우리를 기억하지 못할 거야
싸구려 커튼이 밤낮출렁거리던 그 집
자기들이 얼마나 멀리 아랫동네를 바라보았는지를
그 자물쇠도 우리를 기억하지 못할 거야
자기들이 얼마나 단단히 사랑을 잠글 수 있었는가를
그 못자국도 우리를 기억하지 못할 거야
자기들이 얼마나 무거운 삶의 옷가지들을 거기 걸었는지를
어느 날 못의 팔은 부러지고 말았었지
새벽은 천천히 오곤했어
그러나 가장 따뜻한 등불을 들고
그대를 기다리고 하던 그 나무 계단을 잊을 순 없어
가장 깊이 숨어 빛을 뿜던 그 어둠을 잊을 순 없어
어두울수록 등불의 살은 은빛으로 빛나더니
아, 그 벽돌이를 기억하지 못하겠지
저녁이면 기대에 앉아 커피를 들던
그 따스한 벽
순간도 영원인 환샹의 거미 날아오르던 곳
자기가 얼마나 튼튼했는지를
사랑의 잠 같았는지를
-계간 『신생』2008년 가을호 발표
☺️ 강은교
1945년함남 흥원에서 출생
1968년《사상계》로 등단
시집으로 『허무집』외 다수있음.
1975년 제2회 한국문학작가상, 1972년 제37회 현대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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